이해할 수가 없네.
그것이 샌즈가 그 광경을 보고 가장 처음 떠올린 생각이었다. 어떤 것을 상상해왔어도 이 상황보다는 덜했다.
몸 앞쪽이 허옇게 되도록 잔뜩 먼지를 묻힌 아이는 파피를 게걸스럽게 처먹고 있다. 입 안에서 동생의 뼈가 와작와작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어차피 뱃속에서 혹은 입 안에서 모두 먼지가 될 텐데도 아이는 잘 먹었다. 오면서 마주친 괴물들을 모두 잡아먹고도 모자라 숨은 괴물들까지 찾아 끄집어내서.



폐허의 문이 열리기 바로 직전만 해도 샌즈는 아이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토리엘이 부탁한 아이니 그래도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한 샌즈는 아이와 첫 인사를 어떻게 할지, 어떤 밥을 먹여줄지, 지상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지하의 상황과 영혼에 대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지 - 어떤 걸 생각하건 귀찮으니 최대한 대충 말하다 말았겠지만- 를 생각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갓 열린 문 안에서 풀풀 풍기는 먼지를 보기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둔탁한 구구궁 소리를 내며 열린 문 너머에서 하얗게 된 아이가 비틀대며 걸어나오자 샌즈는 자신이 미리 생각해 둔 모든 것이 허사임을 알았다.
혀를 굴려 입술에 묻은 토리엘을 슥 핥아먹은 아이는 눈 위에 서 몸을 한 번 털더니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
샌즈는 당황해 말을 잃었다. 아이가 모두를 죽이고 레벨을 올리며 나온 것만도 충분히 혼란스러운 일인데, 방금 본 것들은 상황이 단지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샌즈는 아이의 뒤를 밟았다.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에도 아이는 반응이 없었다. 뒤를 돌아보기는커녕 듣지도 못한 것처럼 성큼성큼 나아가는 아이가 파피의 함정 앞에 도착할 즈음에야 샌즈는 아이를 불러 악수를 청했다. 느리게 돌아본 아이는 샌즈의 얼굴과 내밀어진 뼈다귀 손을 한 번씩 번갈아 바라보더니 순순히 손을 내밀었다.
맞잡은 손에서 방귀 쿠션 소리가 났지만 아이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샌즈의 손뼈를 쳐다보던 아이는 손끝을 세워 샌즈의 손등뼈를 두어 번 갉작거렸다.
섬뜩한 느낌에 샌즈가 손을 뿌리쳤다. 거칠게 뿌리쳐진 손을 보던 아이가 잠시 얼빠진 얼굴을 하더니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너 맛있겠네. 우유맛이 날 것 같아.

그 말은 공포감이 되어 등을 타고 오른다. 포식자를 마주친 피식자로서의 공포와, 미지의 어둠 앞에 남겨진 어린아이의 공포 말이다.
샌즈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어 한참 뒤에나 남겼어야 할 충고들을 지금 꺼내고 말았다. 이 상황은 절대로 평범한 지옥의 시작이 아니라는 어떤 예지에 가까운 직감이었다. 샌즈의 직감은 틀리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시간을 앞지른 이 오지랖 또한 옳은 선택이다. 그 선택이 효과가 있는지는 둘째치고 말이다.
아이는 웃었다. 답 대신 입맛을 한 번 다시더니 뒤돌아 길을 따라 나아가기 시작했다.


마을에 들어선 아이는 식사를 시작했다. 먹고 또 먹었다. 배가 가득 차도록 먹어치우고 나서야 겨우 식사를 마쳤으나 스노우딘의 식량은 어느 것 하나 줄어든 일이 없었다.
마을 밖에서 샌즈와 함께 아이를 지켜본 파피는 먼지조차 남지 않는 그 끔찍한 식사들을 보고도 아직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 아이를 말려보겠다며 쿨한 뼈다귀 공격들을 챙겨 나가는 동생의 뒷모습을 마음같아서는 골백번 정도 잡아서 묶어두고 싶었지만 파피는 다 큰 괴물이고, 말린다고 순순히 말을 들을 괴물도 아니었다. 그러니 그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그 결과가 눈에 훤히 보인다 해도.
마을을 빠져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샌즈는 제발 저 아이가 파피의 기대대로 마음을 바꿔먹어주길 빌었다. 아니면 적어도 배가 충분히 부르거나..


물론
그럴리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