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엔가 피시방에서 겐지 하는데
갓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들어간 듯해 보이는 급식충 서넛이
내 뒤에 서서 나 게임하는거 구경하는데
그놈들이 하는 말이 대략 "와 형 어떻게 겐지를 그렇게 잘 해요?"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히고 겨우겨우 '아니.. 그렇게 잘 하는 건 아냐..' 했다.

내가 겐지를 하는게 평균 이상이라는 자각은 있었는데
겐지는 평균 이상 정도 되어야
기껏해야 '정상인' 취급 받을 수 있는
딱 롤의 야스오랑 입지가 비슷한 캐릭터다.

따라서 내가 겐지를 하는게 딱 어느정도냐고 말할 수 있냐면
'이 정도 못 하면 겐지 픽하는 건 양심이 없는새끼다' 수준임
즉 나보다 쬐에에에끔만 못해도 양심 공중분해된 새끼임
사실 내 양심도 이미 조금 공중분해됨

근데 겐지가 워낙에 숙달이 어려운 캐릭터란 말이야
수리검 투사체 속도도 워낙에 느리고
최소 0.5초단위 상황판단이 없으면
칼 뽑아놓고도 아무도 못썰고 끔살당하고
애초에 하는 역할 자체가 매우 한정되어있고
세밀한 조준을 요하는 경우도 있는

급식충들이 일뽕과 야스오뽕에 취해서 픽해놓고
한두판해보고 도저히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 잡혀서 때려치는
그러한 캐릭터란 말이야 (물론 많이 하면 개나소나 다 잘 함)

그래서인진 잘 몰라도 급식충들 시점에선
용검뽑고 2명 이상 킬을 낸다는 것 자체가 존나 신기해보였나봄
내 시점에선 사람 구실 겨우 하는 건데..

근데 어쨌든 급식충들이
"와 어떻게 그렇게 잘 해요" 같은 대사와
나를 둘러싸고 30분이나 구경을 하는 기염을 토하는 바람에

나를 '게임 잘 하는 피시방 백수 형'으로 만들어버렸다고..



근데 그런 부담시런 일이 오늘 또 일어났다..

팀원 구성에 '저격수 없음' 표시가 뜬 걸 보고

'평소에 절대 안 하는 저격수 한 번 해볼까' 하고 한조를 픽했는데

딱 보기에도 화살 쏘고 존나 생소한 짓 하는 새끼라

보통의 총 쏘기와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라 조따 안 맞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되어서

팀에서 킬 1위와 준 피해량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근데 게임 잘 하고 있다가 또 쌔한 기분이 들어서 뒤를 돌아봤더니

겐지 할 때 "와 형 왜케 잘해요" 했던 새끼들이 

멤버 하나 안 바뀌고 내가 게임하는거 쳐다보고 있더라.

이어폰 끼고 집중하고 있어서 잘 몰랐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것 같더라.

오늘 들은 말은 대략 '와 형 화살 대체 어떻게맞춰요?'

존나 그 말 듣자마자 또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히더라.

겨우겨우 한 대답이 '운이 좋아서 잘 맞은거야...'


2주전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평균보다 아주 조금 잘 하는 걸로 '그렇게 잘 할 수가 있냐'는 질문을 받음과 동시에

그 앳된 얼굴들에 달린 아직 물기 마르지 않은 눈깔들이 

진짜로 보기만 해도 '존경심'으로 가득 차 반짝이는 것임을 알 수 있는 모양새인데

내가 씨발 보면서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말문이 다 쳐막히고..

프로 선수들에 대한 지망생들의 존경? 비슷한 느낌인 걸까.


그 '선망의 대상을 바라보는 눈빛' 에 압도당한 이후에는

게임에 집중도 할 수 없거니와 더 이상 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즉시는 아니어도 쬐끔밖에 더 못 하고 자리를 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또 걱정을 한다.

불타는 금요일인 내일, 내가 피시방에 가서 그 아이들을 만나면,

과연 내가 게임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을까..?

내일이야 학생들 없는 시간대에 피시방에 감으로써 일부러 피하는게 가능하다 쳐도..

토요일은..? 일요일은..? 내가 과연 마음을 놓고 게임에 집중할 수 있을까..?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대상이 살짝 잘못된 동경'에 의한 '부담스러움'이었다..




비록 실제로 겪은 일이기는 했으나

이를 글로 표현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다...

다시는 이러한 글은 쓰지 않아야지

도당체 외 이러한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