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당신이 느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추위. 그것도 정신을 잃을 정도의 추위. 그러나 당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감각으로 당신은 약 열여섯 명의 친구들과 함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그들의 체온으로부터 온기를 얻을 수 없었기에 당신은 여전히 살을 에는 듯이 추웠다. 아니, 당신에게 살이라는 것이 있었던가. 열여섯 괴물 분의 감정과 슬픔이 당신에게 흘러들었다. 당신 또한 그들 못지않은 절망을 쏟아내고 있었기에 당신은 간신히 당신의 기억을 더듬을 수 있었다. 기억 속 세상은 춥다. 하지만 지금의 추위와는 조금 다른 추위였다. 언제나처럼 눈이 함박 쌓이고, 제멋대로 뛰어다니는 발자국이 그 위에 다시 한 번 쌓였다. 자그마하다. 그 발자국에 당신은 진한 그리움을 느낀다. 당신이 느낄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늘어났다. 당신은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는 채 입을 연다.


"스노...위..."


당신은 다시 한 번 추위를 느낀다. 방금 전 느꼈던 또다른 감각은 이내 사라져 버린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막연한 그리움만은 여전히 당신을 붙든다. 당신은 힘겹게 오른 날개를 들어올린다. 당장이라도 녹아내릴 것만 같다. 당신은 이 곳에 서 있다. 결코 혼자는 아닌 채로.




부제 : 당신은 여전히 어머니이다




열여섯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기에 당신이 의식의 전면에 올라오는 일은 많지 않았다. 대개 당신은 무시무시한 추위를 피해 잠들어 있곤 했다. 간혹 노랗고 안경을 쓴, 자그마한 괴물이 당신'들'에게 먹을 것을 줄 때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의식 위로 떠오르곤 했다. 흰 가운이 어설프게 어울리는 그 괴물은 어린 괴물이었다. 어린 괴물이 홀로 일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당신은 분개했지만 그런 감정까지 표출하기엔 당신의 몸은 너무나도 약했다. 당신은 당신이 왜 분노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그 괴물이 건네주는 음식 -먹이라고 해도 좋을까-을 받아먹었다. 당신은 슬픔에 빠졌다. 그렇기에 당신은 의식 아래로 다시 한 번 가라앉았다.


그리고 당신이 깨어난 것은 꽤나 시간이 지난 뒤였다. 당신은 평소보다 훨씬 더 심한, 그야말로 몸서리쳐질 듯한 추위에 파르르 떨며 깨어났다. 당신의 육체는 파르르 떨기에는 지나치게 약해져 있었기에 아마 심리적인 떨림일 것이다. 당신이 눈을 뜬 곳은, 사실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눈을 떴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검고 검은, 그렇지만 여전히 추운. 당신은 몸을 움직이려 애썼다. 간만의 움직임에 깃털이 몇 개 빠진 듯 했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이 아주 좁은, 그리고 추운 곳에 갇혀 있다는 것 외에는 알 수 없었다. 당신은 당신이 이미 느끼고 있던 것 이상의 절망을 더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갑작스레 빛이 들어왔다. 그것이 당신이 갇혀 있던 곳의 문이 열린 것임을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그 시간은 당신의 자기보호 본능이 작동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당신은 문을 열어준 은인을 가로막고 있었다. 당신은 추위가 조금은 가신 것을 느꼈다.

그 은인은 정말로 어린 괴물이었다. 두 다리로 서 있었고, 두 개의 눈으로 당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날개의 모양만이 조금 이상했는데, 오른쪽 날개에는 막대기를 꼭 쥐고 있었다. 그 작은 괴물은 아마 강아지들과 놀고 왔을지도 모른다. 그 강아지들은 가끔 좀 집요할 때가 있다. 당신은 그 순간 그 '강아지'들이 누구인지를 떠올리지 못한다. 하지만 당신은 어쩌면 그 아이가 조금 피곤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가, 피곤하지는 않니.'


얼마만에 내뱉는지 모를 당신의 목소리는 바닥으로 떨어져내린다. 아이는 갑작스레 당신을 경계한다. 목소리가 닿지 않아서였을까. 자세히 보니 아이의 몸에 상처가 가득하다. 저렇게 작은 아이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아가, 아프지는 않니.'


당신의 말은 다시 한 번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진다. 샤이렌의 노래처럼 아이에게 전해질 수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당신은 한순간 샤이렌이 누구인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샤이렌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린다. 당신에게 보이는 것은 한 아이 뿐이다. 어떤 보호자도 없이 혼자 남겨진 아이. 이 추운, 추운, 얼어붙도록 추운 곳에. 당신은 갑자기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 당신을 덮치는 것을 느낀다. 아이는 갑자기 웃는다. 그 아이는 웃고 또 웃는다. 멈추지 못한다. 눈물이 아이의 얼굴을 따라 흐른다. 눈물이 얼어붙어 아프지는 않을까. 당신은 걱정한다. 아이는 아파서는 안 된다. 당신은 갑자기 당신을 볼 수 없어 아파할지도 모를 또다른 아이를 생각한다. 당신은 말한다. 녹슬어 있던 당신의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진다.


"스노...위..."


아이는 웃음을 멈춘다. 아이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 눈이 슬프다. 당신은 그 아이의 슬픔에 괴로워한다. 아이는 천천히 입을 연다. 눈과 얼음에 대한 재미없는 농담이다. 당신은 그것이 늘 재미없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이야기하지 않았다. 당신은 그 재미없는 코미디언이 누구인지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은 눈물을 흘린다. 당신의 눈물도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이가 다시 한 번 낯익은 농담을 던진다. 당신은 그것이 누구의 농담인지 알고 있지만 알 수 없다.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닌 것을 당신은 깨닫는다. 당신의 '아이'가 누구인지 당신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아이는 알 것이다. 당신은 아이에게 그 아이를 알고 있냐고 물으려 한다. 당신의 물음 또한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이는 다시 한 번, 낯익은 농담을 던진다.

당신은 이제야 그것이 누구의 농담인지 깨달았다.


"고마... 워..."


아이는 당신에게 팔을 뻗는다. 당신은 힘겹게 아이의 날개를 쥔다. 당신의 몸이 녹아내리고 있으나, 아이는 자비로운 웃음을 띠고 있다. 당신은 깨닫는다. 이 아이는 당신의 아이를 만났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도 자비로이 웃었을 것이다.


"고마...워..."


이 만남으로 당신이라는 존재가 사라진다 해도 당신은 아이에게 웃어주었다.

그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여전히 어머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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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살에서 스노우 드레이크 어머니랑 싸울 때 가끔 '스노...위...' 하는데 내가 다 맘찢했던 기억

공격도 제대로 안하고... 바닥으로 다 쏟아지고...ㅜ

그림 글 , 보플 노래 다 받는데 '문학은 적당한 길이로' 랬지만 내맘대로 써서 미안하다

거르면 어쩔 수 없고... 광광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