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방금 막 샤이렌이라는 괴물과 함께 즐거운 휘파람 콘서트를 한 뒤, 고대의 괴물 이야기를 읽어가며 워터폴을 걷고 있었다.
조용한 물소리와 가끔씩 울리는 돌 굴러가는 소리에 방금 한 공연의 여운이 어우러진다.
그 여운을 느끼며 계속 길을 걷다 보니, 어두운 방 안에 석상처럼 생긴 구조물이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당신은 호기심에 그 석상에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석상이 있다.)
*(석상의 발 아래쪽은 물기가 마른 것 같다.)
당신은 왜 이런 곳에 이렇게 낡은 석상이, 그것도 물줄기를 맞아가며 이 자리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나? 글쎄, 나도 살아 있을 때 워터폴에 자주 와 본 적이 없는데. 일단 내가 살아 있을 때에는 이런 석상은 없었다고.
석상을 만져보니 물과 함께 갈라진 틈들이 손가락에 느껴진다. 꽤 오랜 세월 동안 물줄기를 맞아 갈라져 가는 것 같지만 다행히 뚫린 곳은 없어 아래쪽에는 물기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 석상이 더 궁금했지만, 당신은 갈 길이 바쁘다. 석상이 무사하기를 빌고 나서 당신은 천천히 발길을 옮겨 앞으로 향한다.
*
조금 더 길을 걸어가니, 긴 복도에 푯말 하나와 우산꽂이가 놓여 있었다. 우산꽂이 안에는 색색의 우산들이 가득 했다.
당신은 먼저 푯말을 확인하기로 했다. 푯말에는 '하나 가져가세요.' 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 모를 누군가의 친절에 당신의 의지가 가득 찼다.
우산을 보니 당신은 아까 보았던 그 석상이 생각난다. 지금은 다행히도 멀쩡하지만 계속 그렇게 비를 맞으면 무너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당신을 주저하게 만든다.
이봐. 지금 우리는 갈 길이 바쁘다고. 석상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단 말이야.
그래도 당신의 머릿속에선 석상에 대한 걱정이 떠나지를 않는다. 비록 낡긴 했지만 그렇게 멋진 석상이 무너져 버린다면 매우 슬플 거라고 당신은 생각한다.
당신은 우산꽂이에서 예쁜 붉은색 우산을 하나 꺼낸다. 우산도 오래 되었는지 색이 살짝 바라 선명한 붉은색을 띄지는 않지만 구멍이 뚫려있지는 않았다.
야. 진짜 갈 거야? 그건 그냥 오래 되어 낡은 석상일 뿐이야. 그런 건 그냥 무시해도 된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당신의 의지를 막지 못한다. 당신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다시 석상 앞으로 향한다.
석상은 당연하지만 여전히 물줄기 사이에 고고하게 그 자리에 있었다.
당신은, 가져온 우산을 한 번 더 펴서 작은 구멍이라도 있는지 꼼꼼히 확인 한 후에 석상에 뚫려 있는 큰 구멍에 우산이 빠지지 않게 잘 걸어주었다.
마치 석상이 제 스스로 우산을 쓴 것처럼.
그러자 석상에서 조그마한 멜로디가 흘러 나와 당신이 있는 공간에 울려 퍼진다.
신기하다. 아름다운 멜로디야. 안 그래?
당신은 내 생각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석상 안에 들어 있는 조그마한 오르골이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어떤 원리로 작동 한 건진 모르겠지만. 당신이 씌운 우산이 이 오르골을 작동시킨 듯하다.
오르골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당신의 의지가 가득해진다. 이제, 진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야.
당신은 누군가가 석상에 씌운 우산을 빼서 내팽개치지 않기를, 석상이 들려주는 잔잔한 멜로디를 누군가 듣기를 바라며 여정을 계속 이어나갔다.
*
인간이 떠난 석상 앞에 땅이 살짝 떨린다. 떨리던 땅에서 노란 꽃 한 송이가 튀어나온다.
웃는 표정을 짓던 노란 꽃은 석상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는 표정이 굳어진다.
이내 표정을 마구 일그러뜨리면서 앞서 지나간 인간을 욕하기 시작한다.
*바보 같은 인간 같으니.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야.
*왜 나한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거야. 이 망할 노래는..
일그러진 노란 꽃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동정을 느끼지 못하는 꽃은 한동안 석상 앞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를 들으며 땅에 물자국을 새기고 있었다.
*
너무 흔한 이야기지만, 오히려 흔한게 더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 소재로 썼어.
음악만큼 감정을 움직이는 것은 없지.. 비추는 실수야... 미안
허미 존나좋다... 퍄퍄 - 아스리엘 애껴
플라위 우는 소리가 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