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언제나와 같은 천장이 보였다. 아직 잠기운을 덜 떨쳐낸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자, 파피루스가 눈을 반짝이고 있다.
"샌즈! 오늘은 뭐 할 거야?"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 찾아올 것을 조금도 의심치 않는 말투이다. 샌즈는 이를 앙다문다. 파피루스는 그 무엇도 눈치채지 못한다. 심지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듯 하다. 샌즈는 절망감에 어깨를 떤다. 파피루스는 그 떨림을 알지 못한다.
"밖에 나가자! 오늘은 비가 온대!"
비가 온다는 소식마저 희소식일 수 있는 괴물이 바로 그의 동생이었다. 하기는 그들은 그런 괴물이었다. 샌즈, 뼈다귀 샌즈. 장마철의 찜찜함도 눅눅함도 그들은 느끼지 못했다. 다만 지상에 나온 그들을 둘러싸다시피 한 채 살고 있는 인간들은 이런 습도와 더위를 쉽게 참아내지 못했다. 가벼운 접촉만으로 그들은 폭발했고 가끔은 의미 없는 살육조차 일어났다. 그렇다, 바로 오늘 같은 날처럼.
"비가 그치면 시원해질거야! 녜혜헷!"
동생은 정말 잊은 것일까.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니면 혹시 자신을 배려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하려는 것이었을까. 하긴 아무튼 수십 년은 지난 이야기니까.
결계를 뚫고 나온 뒤 프리스크는 그야말로 빛이 났다. 전설 속에서나 나오던 괴물들이 현실에 쏟아진 뒤 인간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때 인간과 괴물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 것이 바로 프리스크였다. 그 작은 아이는 자신을 바치다시피 하며 괴물과 인간 사이의 우호적 관계를 단단히 했다. 반짝이는 아이였다. 그러나 그 빛 뒤에는 항상 그림자가 있었다. 아이는 몇 번이고 코피를 흘렸고, 몇 번이고 기절했다. 하지만 아이의 곁에 있던 것이 바로 샌즈 뿐이었기에 그 누구도 그 아이의 헌신을 눈치채지 못했다. 샌즈는 침묵했다. 아이는 그 침묵에 침묵했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딱히 프리스크를 노리고 일어난 사건은 아니었다. 그저 세상에 절망해 버린 한 인간이 일으킨 사건이었다. 묻지마살인. 무차별폭행. 하필이면 그 아이가 사건에 말려들었다. 샌즈가 부랴부랴 달려왔을 때 아이는 처참하게 죽어 있었다. 죽음이 곧 육체의 소멸이라는 지하 세계의 상식을 여전히 가지고 있던 샌즈로서는 어째서 프리스크가 일어나지 않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에게 육신이 남아 있다 한들 그 영혼이 떠나면 이미 죽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 뒤로 샌즈는 제대로 된 꿈을 꿀 수 조차 없었다. 잠이 들면 프리스크의 시체가 그를 짓눌렀다. 그 눈에서 흘러나오던 검은 피가.
그러나 이미 수십년 전의 일이다. 괴물은 어지간하면 늙지 않는다. 아직 젊은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파피루스를 보면 당연히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어째서 늙었을까. 샌즈는 오른손을 바라본다. 뼈다귀에는 주름이 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너무도 늙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거슨도, 그의 농담 친구인 토리엘도 나이를 먹었다.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세상은 내 노화를 결정하는가.
샌즈는 그제야 제대로 웃을 수 있었다. 아이가 죽은 지 사십년이 지났다. 아무런 죄가 없던 그 아이의 죽음을, 이제야 자신은 마주할 각오를 다진 것일지도 모른다. 회피해왔던 시간 만큼의 피로감이 그를 짓눌렀다. 그럼에도 그는 안도했다. 허공에 덜렁거리는 밧줄 올가미에 그는 스스로 자신의 목을 집어넣었다. 의자를 발로 찼다. 컥, 컥. 그의 목을 졸라오는 밧줄에 그는 고통스레 웃었다. 그는 그가 몇십년간 마주하고 싶던 것을 드디어 보았다. 그의 웃음에서 고통이 사라져갔다. 평온함이 그를 감싸안았다.
"헤, 꼬맹이."
기억 속 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에 그의 의지가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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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점에서 30~40년 지나면 틀딱 아님?
+브바밥으로 고닉팜
대회열길 잘했다는 생각이든다 - 아스리엘 애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