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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02 03



****
하나의몸에 두개의 의식.
참 그리운단어야...
...뭐, 그렇다고 다시 그일이 벌어지는건 싫지만.
아, 내이야기는 아니야.
아닌가? 아닐껄?
난 그녀와 다르니까.
****


그녀는 딱히 가스터에게 더이상 뭔가 당하진 않았다.
단지, 대화할뿐이다.

"...수행못할 이유가 있었나?"
"모르겠어요.."

그녀는 불안한듯, 고개를숙이며 손가락을 꿈질대고있었다.
마치 혼나는걸 무서워하는 어린아이처럼..

"넌 죽일수있는 타이밍에도, 죽이지 않았지.. 왜지?"
"..눈앞이.. 흔들려서.."

명확하게 겁을먹고있는게 눈에보인다.
가스터는 자꾸 얼굴이 찌푸려져가기만한다.

분명 안정이 되고있었다.
감정도 제대로 절제할줄아는 멋진 도구로 조정이 되었을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이것은, 마치 도구가 멋대로 움직이는 불쾌감을준다.
어디선가 실패한것이다.

그는 미친듯이 머릿속을 고뇌했다.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것이고, 어디에서 잘못된것인지 하염없이 생각해야했다.
그녀는 완벽하게 지식만 남겨둔채 기억,추억을 빼냈다.
거기다 그녀는 그것이 찾는 영혼도 아닐터였다.
이런반응이 나올리가 없는데도, 그녀는 주저했다는것이 문제였다.

'데체.. 어디서 문제가 난거지..? 같은영혼도아니고.. 그저, 비슷한 새로운 영혼으로 대체한것인데.. 기억? 있을리없지..'

가스터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기시작했다.
침묵속에서 가스터의 손가락을 퉁기는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그것이 그녀에겐 더더욱 압박감을 준다.

"그러고보니.."

가스터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그녀는 움찔, 하며 슬쩍 고개를 올려 가스터를 쳐다보았다.
가스터는 조금 호기심어린듯이 그녀를 내려다보고있었다.

"누가 네 머릿속을 휘젓는다 했던가?"
"...으음.. 그런, 느낌이였어요.. 싸울때.. 종종 들리는 환청,같은거.."
"지금은?"

그녀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여전히 눈치보는듯한 그 움츠린 어깨에 가스터는 인상을 구겼다.
다시 조정을 해버릴까도 싶었지만, 원인을 모르는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님을 잘 알고있었다.

그녀는 많은것이 혼란스러워보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가스터를 지켜냈던것은 틀림없다.
가스터는 그냥 약간의 결함이 생겼을뿐이라고 생각하기로했다.
그편이 차라리, 지금상황을 해결할수없는 지금으로선 최선이였다.

"하... 그 목소리.. 싸울때 말고는 들리지 않았나?"

그녀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입을뗀다.

"싸우는도중에 들린건.. 이번이 처음이예요.. 평소엔, 죽이고나서.."
"뭐라는지는 기억하나?"
"네 잘못이 아니야... 라던가.."
"어떤목소리였지?"
"어린여자아이의.. 생각해보면 제 목소리랑 비슷했을지도.. 아, 하지만.."
"하지만?"
"가끔..? 다른목소리였어요. 뭐랄까.. 응.. 묵직하고.. 어둡고.. 여러목소리가 겹친.."

그녀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갔다.
가스터는 그런 그녀를 보며 차라리 다시 재탕되더라도.. 라는 생각을 갖기시작했다.

"네가 한짓을 보라. 자비 한줌없는 너를 보라..."

그녀는 그말을 마치고, 가스터를 쳐다보았다.
..미소짓고있다?

"네가 한짓은 돌려받을것이다."

섬뜩한 미소였다.
가스터는 그녀에게 손을뻗었다.
어째서인지, 소름이 돋았기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손은 멈추었다.

"박사님?"

그곳에는 평소와는 다르지만, 순진하게 겁먹은 아이가 앉아있었다.
가스터는 방금전의 일을 계속 되새겼다.
역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뻗은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몸이 나쁘면 이야기를 하라고 이야기 했을텐데..?"
"..죄송해요.. 이런걸로 설마 영향이 올줄은 전혀 몰랐어요."

그녀는 살짝 안도했다.
엉망으로 구겨지다가, 무표정해지기도하는 가스터의 표정이 어딘가 탁 트여보였기때문이다.

"죽이는거에 거부감이드나?"
"...아주 아니라고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문제없어요."

소녀의 표정이 또다시 무덤덤해졌다.
그안에 슬픔이 깃든것인지, 아니면 그저 무심한것인지 알기힘들었다.

"박사님이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소녀의 말에 결의가 살짝 들어섯다.
..진심이다.

가스터는 그것을 눈치채고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무두질할 생각으로 방향을틀었다.
그렇게 한다면, 두번다시 흔들릴일은 없을것이다.

"그래. 좀 아쉽지만, 지금 가진것으로 나머지일을 진행해야겠군."

기계로 다가서는 가스터를향해 소녀는 옷을 꾸깃꾸깃 쥐며 말을 내뱉었다.

"망설이지 않도록 노력할께요."

가스터는 잠시 멈칫했지만, 뒤돌아보지않았다.
대답도 없이 다시 손은 향하려던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것을 가스터의 칭찬으로 받아들이는듯 살짝 웃었다.

언제나와같이 가스터의 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