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

알피스는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것이 누구일까 생각했다.

피해자들의 가족인가, 그들이겠지.
그들이 아니면 대체 누가 나처럼 형편없이 끔찍한 공룡괴물을 찾아오겠어?

 

알피스는 잠깐 문을 열어야하나 망설였다.
그러나 이내 멈칫하게 된다.

 

‘문을 열어서 그들을 만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건데?’

 

그들이 그들의 가족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하는가.
미안하지만 실패했다고?
당신의 가족들은 끔찍한 몰골의 언데드가 되어 지하실험실에 처박혀 있다고?

대체 뭐라고 변명해야 하는가.
노력했다는 말이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는 일이었다.
왕의 명령? 우습지도 않지.
책임자는 그녀였고, 그녀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면 왕은 이해했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그녀의 탓.
처음부터 그럴 그릇도 안 되면서 주제도 모르고 나댄 그녀의 탓이다.

 

알피스는 2층의 침대위로 올라가 이불을 뒤집어썼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강해진다.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알피스는 귀를 틀어막았다.
아무 소용도 없었지만.
알피스는 문이 두드려질 때 마다 그녀의 심장이 튀어나올 듯한 고통을 느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결국 노크가 멈췄다.

 

‘...끝난걸까?’

 

알피스는 이불 밖으로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그때, 문 쪽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어마어마한 소리가 들렸다.
알피스는 깜짝 놀라서 다시 이불 속으로 몸을 숨겼다.
심장이 미칠 듯이 두근거렸다.

 

‘그들이 왔어. 결국, 그들이 온 거야. 분명 엄청나게 화가 나있을 거야. 어쩌면 나를 죽일지도 모르지. 그래도 싸지만.‘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의 진원지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알피스의 코앞에서 멈췄다.
알피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내, 소리의 주인공이 입을 열었다.

 

“하아, 알피 자기!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겁니까? 당신이 난데없이 여기 틀어박힌 뒤 며칠이나 지났는지 알아요?”

 

메타톤?
알피스는 한순간 긴장이 확 풀렸다.
하지만 이내 메타톤을 귀찮게 했다는 생각에 그에게 몹시 미안해졌다.
그녀에게야 메타톤이 몇 없는 친구이지만 메타톤 입장에서야 그녀가 얼마나 귀찮겠는가.
원하는 멋진 몸도 얼른 만들어주지 않고 난데없이 잠적하기까지 하다니.

 

“뭐라고 얘기라도 해봐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메타톤은 따지듯 알피스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메타톤의 질문 뒤에 깔려있는 걱정을 느꼈다.
안 그런 듯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메타톤만큼 상냥한 괴물도 몇 없다고, 알피스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가 그런 괴물이기에 알피스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입을 여는 순간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뜨리며 그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해버릴 것만 같았다.
사실 알피스는 당장이라도 그에게 울며 매달리고 위로와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래서야 메타톤도 그녀를 경멸하게 될 뿐이겠지.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결국은 모두가 그녀를 싫어하게 될 것이다.

알피스는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서러워졌다.
이런, 울면 안 되는데.

알피스는 억지로 울음을 참아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입을 틀어막아도 억눌린 울음소리가 끄윽, 끄윽 퍼져나왔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웃기기 그지없는 소리에 알피스는 자조했다.
그녀는 뭘 해도 엉망이었다.
하다못해 우는 것까지도.

 

메타톤은 무언가를 계속 이야기하던 중 그녀의 울음소리를 듣고 말을 멈추었다.

 

“아,알피? 자기? 저, 저 때문에 우는 건가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알피스는 당황한듯 그녀의 앞에서 서성거리는 메타톤의 발소리를 들었다.

또다시, 알피스는 메타톤을 당황시킨 스스로가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꽤나 시간이 지난 뒤, 어느정도 평정을 찾은 듯한 메타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조금 전과는 달리 굉장히 낮고 부드러운 어조였다.

 

“...좋아요 자기.
조금 전에는 너무 몰아붙여서 미안해요.
말하고 싶지 않다면 굳이 제게 모든 걸 말해줄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이것 하나는 알아주세요.
밖에는 저를 포함해 수많은 괴물들이 자기를 걱정하고 있어요.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던 간에,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걱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답니다.“

 

메타톤의 말에 알피스는 움찔거렸다.
그가 어떻게 알았지?
메타톤은 이불의 움찔거림을 봤는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별로 놀랄 건 없어요 자기. 제가 달링과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이정도도 예상 못하겠어요?
 이제 걱정은 그만하지 않을래요 자기? 확신하는데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그 생각들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최악의 가정이에요.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던 간에 그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작은 잘못일거라고요.
 조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어때요?“

 

알피스는 메타톤의 말에 순간 울컥했다.
그가 뭘 안다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가.
하, 최악의 가정?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벌어졌다.
수많은 생명이 그녀의 손에서 끔찍하게 변이해갔다.
누가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있을까.

알피스는 당장이라도 메타톤에게 뭔가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차마 목소리를 낼 용기는 없었다.
다행히 엎드려서 작업하길 좋아하는 그녀의 침대위에는 종이와 펜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불 속에서 삐뚤삐뚤하게 글을 적었다.

 

‘난 결코 용납받을 수 없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어.
 이 사실이 알려지면 모두가 나를 경멸할거야.
 이건 가정 같은 게 아니야. 1+1=2와 같은 당연한 진리지.
 그러니 부탁이야. 제발 날 그냥 내버려둬.‘

 

메타톤은 알피스가 쓴 글을 읽더니 한참이나 고민했다.

 

“좋아요 자기... 자기의 생각은 잘 알겠어요.
 아무래도 달링은 조금 긍정적인 에너지가 필요할 것 같군요.
 제가 이럴 때 도움을 줄만한 괴물을 알고 있지요.“

 

그 말과 함께 메타톤은 나가버렸다.
알피스는 한숨을 쉬었다.
메타톤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웠는데 또 다른 괴물을 데려오겠다니.
대체 왜 그는 자신을 내버려두지 않는 것일까.
왜 그는 그가 자신을 도우려고 할 때마다 자신이 더욱 비참해진다는 사실을 몰라주는걸까.

알피스는 이불속에서 훌쩍거리다가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녀가 잠들어있는 사이, 메타톤이 섭외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 줄 괴물이 그녀의 실험실을 찾았다.
부서진 실험실 문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괴물은,
이내 별 상관없다는 듯 당당히 실험실로 들어와 알피스의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당당히 외쳤다.

 

“'안뇽! 난 테미얌! 그리구 요긴 내 애기야!!!”

 

“어, 뭐?”

 

큰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알피스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건지 잠깐 고민했다.
세상에, 워터폴에 사는 테미가 대체 왜 여기에 있는거지?
눈을 꼭 감았다가 떠도 눈앞의 테미는 사라지지 않았다.
알피스는 그때서야 서서히 상황이 파악됐다.

 

‘아, 설마하니 메타톤이 소개해준다던 괴물이....’

 

상대가 혼란스러워하던 말던 전혀 관심이 없는 테미는 그녀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로보시 너한테 조은 걸 보여 달래!!! 이걷 봐!!! 이건 내 알이야! 테미, 자랑스런 부모얌!!!”

 

그 말과 함께 테미는 알피스에게 자랑스레 자신의 보물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부활절 달걀이였다.
알피스는 일전에 삶은 달걀을 자신의 아기라고 부르는 테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열시미 품으면 부화하겠지? 훔... 이뿐 병아리가 태어나면 조켔다!”

 

평생 부화하지 못할 달걀을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히하는 테미를 본 알피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메타톤이 얘기하던 긍정적인 에너지는 이런 걸까?
당연한 진리를 외면하고 바보같이 도전하길 원하는 것?

알피스는 한숨을 쉬었다.
저런 바보놀음에 어울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갈까 했지만 아무래도 이 불쌍한 멍청이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참고 있어야 할 듯 했다.

그 때, 테미의 손에 들린 알이 흔들리는 듯 하더니,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호에에엑?”

 

알피스는 놀라서 알을 쳐다봤다.
그렇게 높지 않은 높이였지만 떨어지면서 어딘가 부딪히기라도 한 것인지 알에는 금이 가 있었다.

 

“호에에에엑? 아리...아리....”

 

테미는 충격을 받았는지 연신 ‘알이’라는 말은 반복하고 있었다.
알피스는 우울하게 한숨을 쉬었다.

 

‘결국, 헛된 희망은 이런 식으로 끝나는 법이야.’

 

“아리....아리....아리 부화해!!!!! 테미, 드디어 부모가 되는거야!!!”

 

알피스는 테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어리석은 낙관의 끝은 저런 것일까.

 

“휴우, 그건 부화하는게 아니야 테미. 그건 알이....어?”

 

알피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알이, 흔들리고 있었다.
알에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툭,툭,소리가 들리며 알껍질이 점차 벗겨진다.

 

“이게 무슨....!”

 

알피스의 놀람이 알의 부화를 멈추지는 못했다.
알껍질이 점차 벗겨지면서 안쪽의 생명체가 언뜻언뜻 비추더니, 이내 한 생명이 태어났다.

 

“삐약삐약!”

 

힘찬 울음소리.
테미는 감격한 듯 병아리를 보며 부들부들 떨어댄다.

 

 

아.

그랬구나.

그런 거구나.

알피스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테미는 그런 알피스를 보며 깜짝 놀란 듯 했다.
알피스는 울먹이면서 이야기했다.

 

“그렇네. 네 말이 맞아 메타톤.
 꼭... 꼭 안 좋은 일이 일어나란 법은 없는거야...
 정말로 가망성이 없어 보이더라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거야, 그렇지?“

 

테미는 알피스의 눈치를 살피는가 싶더니 병아리를 데리고 나가버렸다.

 

“어...이 달걀은 삶은 거지만, 내, 그....사랑과...어, 소망과.... 그런 걸로 태어난 거야! 그,그럼 난 이만.”

 

그런 테미를 보며 알피스는 생각했다.

 

‘마무리가 어설퍼. 메타톤,‘

 

 

알피스는 바보가 아니였다.
타이밍 좋게도 알피스가 보는 앞에서 부화할 기미도 보이지 않던 삶은 달걀이 부화했다고?
그럴 리가. 분명 부화하기 직전의 알을 부활절 달걀처럼 꾸며놓았던 거겠지.
테미가 이런 연극을 완벽히 수행할 리가 없으니 저건 밥이라는 괴물이겠지.
기적이 그렇게 형편 좋게 일어날 리가 없잖아.

그럼에도 알피스는 웃었다. 또 울었다.
그녀를 위해 누군가가 이렇게까지 나서준 것이다.

단 한마디, 힘 내라, 넌 할 수 있다.
그 한마디를 전해주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준 것이다.

 

사실 알고 있었다.
방에 틀어박혀있는 그녀를 찾아 실험실을 부수고 메타톤이 들어온 그 순간,
그녀가 생각했던 가정 같은 건 전부 무의미해졌다는 것을.
아무도 찾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메타톤이 그녀를 찾아왔다.
그녀에게는 그의 존재 자체가 이미 기적이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창가를 향해 다가갔다.

창문 밖에서는, 메타톤이 그녀쪽을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과 눈이 마주치고는 화들짝 놀라는 메타톤을 바라보며 알피스는 슬쩍 미소지었다.
그래, 그가 있으니까.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할 수 있다.

 

 

그녀는 실험실의 입구로 향했다.
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없었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다음, 바깥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end-

 

 

 

단어 <그릇>,<이불>,<종이>,<달걀>,<창문> 가산점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