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연패행진.

그의 창작물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고, 면접에 떨어진 그는 오늘도 힘없는 발걸음으로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는다.

외딴곳에 있는, 누구도 오지않을법한 자그마한 동굴 하나.
그곳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똑같이 따라하는 '메아리꽃'이 언제나 만발해있었고, 별이 박힌것 같이 반짝이는 천장, 동굴 특유의 고요함과 함께 그는 여기서 늘 자신을 위로하고는 했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메아리삼아.

"아, 오늘도 떨어졌네."

'아, 오늘도 떨어졌네."

자신의 목소리가 반사되는것이 썩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창작물이 이해받을 수 없는 그가 위로받을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기에 그는 항상 면접에서 떨어질때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곤 하였다.

"괜찮아, 예술은 언제나 힘든 법이라 했어."

'괜찮아, 예술은 언제나 힘든 법이라 했어."

역시나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

"언젠가는 내 예술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거야. 그렇지?"

'언젠가는 내 예술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거야. 그렇지?'

곧 그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지더니, 그는 털썩 주저앉는다. 이는 필시 연패행진에 지쳐있기 때문이라.

"그날이... 올까..?"

그리고 돌아와야할 남성의 목소리.

'...'

'그날이... 올까..?'

허나 들린건 남성의 목소리가 아닌 여성의 목소리였다.

화들짝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니 주변에는 꽃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방금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랑 말인가.

"여기 누구 있어요?"

'여기 누구 있어요?'

이번에도. 분명 여성의 목소리.
그는 목소리의 근원을 찾아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푸른빛의 메아리꽃이 만발한 들판 가운데,
조신하게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그는 무언가에 홀린것처럼 소녀에게 다가가 바보처럼 다시한번 물었다.

"너는 누구야?"

'너는 누구야?'

내가 먼저 물었는데 질문을 똑같이 되받아치다니, 이런 무례하기 짝이없는 사람을 보았나. 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래도 그에 대답하였다.

"내 이름은 덴즈."

'내 이름은 덴즈."

그는 속으로 이 여자는 뭘까. 정신나간 미친년이 들어온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메아리꽃처럼 같은말을 반복할수가 없으니까.

보기에는 반반하다. 백옥같은 피부. 앵두의 색을 지닌 입술. 마치 바닷빛이 도는 머리의 색과 꽃잎으로 디자인한거같은 치마, 마치 메아리꽃같은....

여기까지 생각하고 그는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은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시 묻는다.

"너는 메아리꽃이야?"

'너는 메아리꽃이야?"

바보같이. 메아리꽃에게 질문을하면 어쩌잔말인가.

확실해졌다.

그녀는 메아리꽃이다.
무언가 말이 안되지만
지금 자신의 상황보다 말이안되는게 어디있다는 말인가.

"네 이름은 뭐야?"

'네 이름은 뭐야?"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못하는 지식수준인것 같지만.
그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오랫동안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들떠있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가족마냥 그 둘은 서로 같은 말을 하며 놀고있었다.

...

"그럼, 너는 메아리꽃이니까.. 그래. 너의 이름은 메리로 하자. 어때?"

'메리로 하자. 메리... 메리?'

그리고는 그를 향해 짓는 소녀의 미소.

그의 말을 따라하기만 하는것 같지만 분명 소녀는 그의 말을 전부 듣고, 이해하고있다.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소녀는 분명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창작과 예술에 대해 자신있게 설명하고,
소녀는 그의 말을 일부분 따라하면서 웃고있었다.

때로는 미소지으며, 때로는 박수치며.

그렇게 둘은 서로 시간가는줄 모르며
그곳에 한참동안 머물렀다.

아무도 오지 않는 외딴 동굴 하나.
그곳에는 의지를 가진 메아리꽃이 피어났고.
언제나 우울한 그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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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마무리때문에 드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