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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러스크는 상대방이 대화를 원한다는 것에서 잠시 고민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무시해도 좋았을 테지만, 이제는 시간의 여유가 너무 많았다.
그렇기에, 변덕을 부려 까짓것 대화해주기로 했다.
에러스크는 슬슬 다가가 넘어진 소녀의 손을 잡았다.
소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일어났다.
묻어버린 흙먼지를 대충이라도 털어내며, 말을 걸어온다.
"상냥하시네요."
"..내가? ..그저, 한가했을 뿐이야."
소녀는 살짝 안쓰럽다는 듯이 웃었다.
이어진것은 소녀의 자기소개였다.
"제 이름은 프리스크에요. 당신은요?"
에러스크는 바보가 아니다.
여태 시간선을 다니며 아주 드물게 인간을 본적이 있었다.
다행히 접촉은 없었지만.
입을 다물고 뭐라 대답할지 고민 중이던 에러스크에게 프리스크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곤란하시면 말씀하지 않아도 돼요. 저랑 키가 비슷한듯한데.. 잠깐 얼굴좀 만져봐도 되나요? 형태를 볼 수가 없어서.."
"안경이라던가, 있지 않아?"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이건 제가 교환해서 얻은 것이라서요."
에러스크는 눈앞의 소녀가 굉장히 바보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나 상냥한지도 알아챘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프리스크의 손을 잡고 자신의 뺨에 갖다 대며, 말 없는 수긍을 표현했다.
"헤헤.. 그럼 조금만.."
"이게 뭐 별 큰일은 아니니까.."
프리스크는 에러스크의 얼굴을 만지작거리고, 조금뒤 손을 뗐다.
"저랑 얼굴이 비슷..한것도 같고.. 인간이시죠?"
"예전에는."
딱히 거짓말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여러 번 만날 사이도 아니었기에, 에러스크는 숨김없이 털어버리기로 했다.
그편이, 지금의 공허함을 채우기에는 좋을 거 같아서였다.
"예전에..라구요? 그럼 지금은요?"
"글쎄. 적어도.. 날 보고 인간이라고 말할만한 녀석은 없겠지."
에러스크는 프리스크의 손가락을 잡고 자신의 입가에 눌렀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프리스크의 손끝을 살짝 찔렀고, 프리스크는 놀라 손가락을 빼냈다.
에러스크는 살짝 고개를 들며 프리스크의 손을 손쉽게 놓아주었다.
"방금은 내 송곳니. 인간의 것은 아니지."
"...그걸 알려주려고 일부러..?"
"뭐, 그렇다고 하자.. 넌 원래 이렇게 스스럼없이 아무에게나 말을 거는 거야? 완전 무방비하잖아."
프리스크는 잠시 몸을 움츠리며 침묵했다.
아무래도 에러스크의 행동이 무서웠던 듯하다.
에러스크는 프리스크가 대답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가까이있으니까.."
"..응?"
"역시 피냄새가 나네요.. 다치신 거죠?"
"....아아.. 그러고 보니 좀 날지도 모르겠다.. 내 피가 아니야."
거짓말.
에러스크는 다쳤다고 말했다간, 프리스크가 어떤 반응을 할지 대충 감이 왔다.
그렇기에, 귀찮은 일은 사양이라는 듯이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 제 손에 이렇게 피가 묻었는데요?"
"... 10분. 된 거 같은데?"
"heh.. 둘이 뭔가 이야기라도 했어?"
"글쎄."
지팡이를 들고 다가오는 샌즈의 질문에, 에러스크는 퉁명스레 대답했다.
대화라고 해봐야, 전체적으로는 자기소개일 뿐인 느낌이었다.
샌즈는 프리스크의 손에 지팡이를 쥐여줬고, 프리스크는 에러스크와 샌즈를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네 보호자도 돌아왔고, 난 내 갈 길이나 가야겠다."
"에.. 저기, 잠시..! 상처라도..!"
"싫어. 내가 왜? 그쪽 보호자는 날 굉장히 싫어하는 거 같은데."
에러스크는 자신이 뱉은 말이지만, 그 말에도 스스로 상처받고 있었다.
"이런거, 금방 낫는 체질이니까, 연약한 아가씨가 걱정할 필요 없네요."
에러스크는 손을 슬쩍 흔들며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에러스크를 프리스크가 온몸을 던져 가운을 잡는 바람에, 두 사람의 머리가 부딪쳤다.
"꺅!"
"으..?!"
에러스크는 그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을 뿐, 아프지는 않았지만..
프리스크는 그게 아닌지 정수리를 매만졌다.
"흐으.. 사, 상처.. 내버려두면.. 크, 큰일나요오오..."
"..으.. 눈이 잘 안 보이면서.. 너, 대담하네 진짜.."
에러스크나, 프리스크는 땅을 짚고 반쯤 앉아있었다.
그런 둘을 보며 샌즈는 자신의 이마를 치며, 영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는 듯이 쳐다봤다.
"...흐.. 아이고 골치야.. 꼬맹아. 그 녀석 그냥 보내버려."
"안돼! 잘은 모르지만.. 난 이 애를 내버려둘 수 없어 샌즈..!"
"...huh.... 진짜.. 골때리는구만. ...쯧. 네 고집을 꺾을 수 있는 녀석은 없지.. 그래서, 그쪽은?"
에러스크도 골치가 아픈지, 한숨을 내뱉으며 제대로 앉았다.
"..아- 정말.. 좋아 좋아. 따라가 줄께. 하지만 차를 마시라거나 이런 건 하지마라? 나 인간 음식은 못 먹거든. 아마도."
프리스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었다.
이거 아직도 하네.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