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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영혼이 완전히 다르면,

기억은 어느 쪽을 더 중시할지..

하지만, 인격은 영혼을 따르게 되겠지.

결국 몸의 기억 같은 건 그닥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


조금 늦은 저녘이었지만, 샌즈, 파피루스, 프리스크..

그리고 에러스크가 한 식탁에 앉았다.

파피루스가 식탁을 차려 두었고, 프리스크는 에러스크를 앉힌 뒤 자신도 앉았다.

뒤늦게 어기적거리며 나타난 샌즈는 프리스크에게 손인사를 하고, 에러스크를 쭉 훎어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식탁에 앉았다.


에러스크는 그런 샌즈의 반응이 매우 짜증 났다.

하지만, 지금은 신세 지고 있는 상황이라 뭐라 말할 수 없이, 입만 우물거리며 불평을 삼켜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전부 뒤엎어버렸을지 모르겠지만, 프리스크의 앞에서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프리스크는 그런 둘을 번갈아 보며 웃는 얼굴로 진땀을 빼야 했다.

눈이 잘 안 보이는 만큼, 공기 중의 기류는 민감하게 캐치 할 수 있었다.


'샌즈랑.. 애랑은 왜 이렇게 사이가 나쁜 걸까..?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닌 거 같던데...'

"저,저기? 모두 파피루스의 스파게티가 식겠어.."

"아? 응..뭐, 해주는 거니까.. 잘 먹을게."

"녜헤헤헤! 오늘은 이 위대한 파피루스님의 특별 자신작이라구! 잔뜩 있으니 부족하면 말하라고!"

"heh- 그거 기대되는걸. bro-."


에러스크는 포크로 스파게티를 익숙하게 말아올려 먹었다.

그리고 몇 번 씹고, 삼켰다.


"응. 평범하게 먹을 수 있는 거 같아. 맛있어."


에러스크는 딱히 미소 짓지는 않았다.


"세상에..! 눈물이 날 정도로 맛있어?!"

"어..? 뭐?"


에러스크는 파피루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손등으로 미지근한 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여태 눈물을 흘린 적은 괴로울 때 뿐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데도, 흐르는 눈물에 에러스크는 촉촉해진 자신의 눈가와 뺨을 문질렀다.

그렇게 한번 문지르고 나니, 더이상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 왜 갑자기..'


물론 그 사태에 기뻐하는 것은 파피루스뿐이었고, 프리스크는 오히려 곤란한 표정으로 에러스크에게 다가왔다.


"어.. 어디 아픈 거야?"

"응? 아.. 아니, 아니야... 그냥.. ...응. 맛있어서, 감동한 거 뿐인데?"

"음.. 난 자주먹어서.. 그렇게 맛있어..?"

"응. 정말 맛있네."


에러스크는 얼버무리려는 듯 스파게티를 입안에 욱여넣었다.

사실 맛은 그저 평범했다.

그렇게 먹고 있자니, 샌즈가 먼저 자리를 일어났다.


"heh- 잘 먹었어. 난.. 먼저 일어날게. 다들 맛있게 먹어."

"어..? 샌즈. 후식은 안 먹어?"

"오늘은 그냥 안 먹을래."


샌즈는 손을 휘적이며 느릿느릿 걸어나갔다.

사실 아까부터 힐긋이며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에러스크는 알고있었다.

에러스크도, 자신의 LOVE가 딱히 다른 괴물에게 좋게 보일 리는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경계하는 거라는 생각으로 딱히 저지하진 않았다.

하지만, 샌즈는 에러스크에게 이름이 없다는 소리를 들은 이후 그저 관찰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알아챘다.

둘이 방에 들어간 뒤의 대화도 슬쩍 엿듣고 있던 거였다.


'아무래도.. 저 꼬맹이, 신경 쓰이는데.. 말버릇은 전혀 다르지만, 외형도 그렇고..'


샌즈는 에러스크가 있던 숲으로 순간 이동했다.

그리고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거기에는 눈 속에 파묻힌 빈 병이나, 핀셋 같은 게 있었다.

에러스크가 가스터의 가운에 있던 것을 그냥 내버려 두었던 것들이었다.

그것들은 가지에 걸렸을 때 여기저기 흩어져 떨어졌었다.


"..huh..."


그중 한 개를 샌즈가 주워들었다.

작은 병에 담긴 검고도 푸른색의 무언가에 결정 조각이었다.


"....좀, 물어볼게 생겼군."


뚜껑으로 쓰인 코르크 마개에 검은색으로 적혀있는 한 문구.


* ❄☟☜ ☞✋☼��❄ ☞✌✋☹��☼☜ �� ☞���� (THE FIRST FAILURE - F01)


꽤나 작게 새겨진 그 문장은 분명한 윙딩어였다.


샌즈는 그것을 자신의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더 뭔가 없는지 주변을 더 뒤져봤지만, 특별난 것은 없었다.


방으로 순간이동으로 돌아온 샌즈는 문을 열고, 난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파피루스와 프리스크, 그리고 에러스크가 소파에 앉아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프리스크는 딱히 눈이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소리라도 열심히 듣고 있는 듯 보였다.

샌즈가 뚱하게 보고 있으니, 에러스크가 고개를 들었다.


에러스크는 시선이 느껴져서 멀뚱거리며 고개를 돌렸을 뿐이었다.

그 시선이 샌즈라는걸 알고 나자, 눈이 완전히 흥미를 잃은 듯이 짜게 식었다.

샌즈도 에러스크의 그런 반응에 대답을 제대로 해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해봐야 한다는 식으로 주머니에서 병을 꺼내 들었다.


에러스크는 분명히 반응했다.

살짝 움찔거리며, 샌즈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샌즈는 병을 살짝 톡톡 치며, 바깥을 가리켰다.

에러스크는 소파에서 슬쩍 일어났다.


"어? 어디가?"

"응? 아아.. 산책..?"

"녷..!? 이 시간에..?"

"난, 밤 산책을 좀 좋아하거든."


에러스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현관으로 향했다.

에러스크가 현관으로 나가고 나서, 남은 둘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반응이 꼭 샌즈 같아."

"녷... 확실히... 소파에 앉는 폼이라든가?"

"맞아..!"


에러스크는 밖에서 그 소리를 다 듣고 있었다.

문 안쪽의 따뜻한 기분을 더 느껴보고 싶었는지, 슬쩍 눈을 감고 있었다.


"heh.."


그 실없는 웃음소리에 에러스크는 날카롭게 눈을 떴다.


"그걸 왜.. ..음, 아니.. 그냥 비슷한걸 수도 있지만.. 무슨 일이야?"

"여기선 그 애들에겐 들리니까, 좀 걷는 게 어때?"

"..좋아."


샌즈가 앞장서서 걸었고, 그 뒤를 에러스크가 걸었다.

둘의 발자국이 새하얀 눈 위에 새겨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