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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의 결정이 카랑카랑 거리며 맑은소리를 냈다.


"뭐, 이것뿐이라면 나도 딱히 캐묻지는 않으려 했는데.. 여기에 적힌 글 말이지.."

"..? 잘 안 보이는데.."


샌즈가 어깨를 으쓱이더니, 손 모양과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시작했다.


"❄☟☜ ☞✋☼��❄ ☞✌✋☹��☼☜ �� ☞���� (THE FIRST FAILURE - F01) .. 너 이거 알아는 듣냐?"


그 순간 에러스크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샌즈가 당황했다.


"huh? 너 갑자기 왜.."

"...버리신댔으면서.. 실패작 따위.."


에러스크의 중얼거림을 들은 샌즈는 그저 한숨을 내쉬며, 병을 다시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뭐..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이걸 쓰는 게 흔하진 않지.. 가스터냐?"

"...박사님은 죽었어."

"huh?"


샌즈가 눈에 띄게 당황한다.

에러스크는 흐르는 눈물을 북북 닦아냈다.


"그건 내가 만든 거야. 그냥 매번 보기만 하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지겨워져서.. 어깨너머로 만들어본 거 뿐이니까."

"heh.. 그것참.. 정상 침착 따위는 없겠구만."

"내가 죽인 건 아니거든? 그냥, 전리품이었다고."


샌즈는 어깨를 으쓱이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래 뭐, 나도 자세하게 듣고는 싶지 않군. 그건.. 정말 궁금한 건 이거야."


샌즈의 안광이 사라졌다.


"꼬맹이 너. 설마 프리스크.. 라던 가는 아니지?"


하지만, 그 질문에 에러스크는 깔끔하게 대답했다.


"누군가는 그렇게 불렀지. 박사님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나는 내 이름을 몰라. 그러니, 그게 정말 내 이름인지도 몰라."

"..heh.. 맙소사.. 다른.. 시간선인가? 너는?"

".. 글쎄.. 나도 박사님의 언어를 다 알아듣는 것도 아니었고.. 나에게 맞춰서 이야기 해주셨던 거니까."


에러스크는 잠시 고민하는듯하더니, 입을 떼었다.


"나에게만 보이는 노이즈- 라는 아이가 그랬어. 나는 시간도, 공간도 의미 없다고. 사실 지상은 이번이 처음이야."


에러스크는 울타리 쪽으로 걸어갔다.

엉성한 울타리는, 보기에는 이래도 꽤 튼튼했다.

그 위로 가볍게 훌쩍 올라서서 양손을 허리춤에서 잡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아이가 파란 머플러의 샌즈를 찾으랬어. 내 길잡이가 돼줄 거라고. 하지만, 너는 아닌 거 같아."


샌즈는 에러스크의 말에 자신의 목에 둘린 머플러를 만졌다.


"..잠깐..? 시간도.. 공간도 의미가 없다고..? huh... 맙소사.."


에러스크는 팔을 풀고, 기지개를 켠다.


"응. 이야기하다 보니 나도 대충 알겠다. 여긴 그녀가 말한 도착점이 아니야. ..그보다, 그거 안 돌려줄 거야?"


에러스크가 빙글 몸을 돌려, 땅에 착지했다.

푸른 달이 비추는 밤하늘이, 소녀의 눈동자와 같아 보이는 것은 왜일까..?


샌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돼. 이런 위험한걸 너 같은 녀석이 들고 있게 할 순 없어."

"..그래. 사실 돌려받지 않아도, 딱히 상관없어... ...이야기는 끝?"


에러스크는 샌즈를 빤히 쳐다본다.

아무래도 좋다는 무심한 눈빛...

꽤 후련해진 듯 보였다.


"heh.. 아니, 별건 아니지만.. 꼬맹이, 네 그 LOVE.. 어떻게 한 거야?"

"... 박사님의 모든 건 박사님의 명령대로.. 그가 원하는 착한 아이로 있기 위해서-. 그거밖에 나는 몰랐으니까."


에러스크는 더이상 샌즈를 쳐다보지 않는다.


"노이즈도, 박사님도, 믿고 싶어. 하지만, 둘 다 믿을 수가 없어. 이제 들어줄 명령을 해주는 박사님도 없고.. 사실은.."


에러스크는 아무것도 없는 땅바닥을 쳐다보았다.

있을 리 없는, 기분 나쁜 것이 그녀의 눈에는 보인다.


"너희를 죽이는 걸 나는 망설이고 있었어. 나쁜 짓이란 건 알고 있었고.. 그래도, 그걸 거부하면.. 버려지는 게 더 두려웠어."

"..이봐..?"


샌즈는 그런 에러스크의 상태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 샌즈. 넌 집에 가.. 난 좀 더 여기 있을래."

"huh..? 내가 너의 무얼 믿고? 그보다 너 지금 상태가 좀 이상하.."

"가. 가지 않으면, 보기 싫은걸 보게 될 거야. 돌려달라고 안 할 테니까.. 그냥, 가."


그럼에도 샌즈가 가지 않자, 에러스크는 샌즈를 쳐다보다가 수풀 속으로 스스로 들어갔다.

샌즈는 그런 에러스크를 뒤따르려 했지만..


"..heh.. 마법도 쓴다고..? 진짜, 기분 나쁜걸 만들어 냈군.. ...긴장해야겠는걸.."


샌즈는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숲에서는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