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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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세계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끝없이 넓어보였던 세계는 한순간에 무너져내렸고, 무너진 세계는 또 그만큼 순식간에 쌓아 올려졌다. 정상에 다다르면 모두 무너뜨리고 다시 1층부터 시작하면 그만이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세이브와 로드 사이에서, 어느샌가 나는 길을 잃어버린 듯 하였다. 길 잃은 미아는 스스로 길을 잃은 줄도 모르는 채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 ✌☞❄☜☼☠⚐⚐☠, ☞☼✋????????."
(좋은 오후라네, 프리스크.)
처음 들어보는 언어로 얘기하는 낯선 이를 나는 그저 바라보았다. 아니, 애초에 저것은 언어가 맞긴 한 것인가. 말이라기보단 차라리 망가진 기계음에 가까운 소리가 귓가를 날카롭게 찌르는 듯 하였다. 처음보는 '종류'의 괴물. 지겹도록 웅얼거리던 나레이션은 입을 닫고 침묵하였다. 눈앞의 존재는 진실로 괴물이 맞으며 저 미지의 존재는 대체 무슨 말을 속삭이고 있는 것인가.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하여, 나는 제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공간이 일그러지고 시간은 멈춰버린 듯 하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의 모습은 끊임없이 일그러졌다.
"☟????????. . . ????⚐☼☼✡. ✋ ⚐☞❄☜☠ ☞⚐☼☝☜❄ ❄☟✋????."
(흐음...미안하군. 종종 잊어버려서 말이지.)
괴물의 모습이 또 한 번 일그러졌다. 얼굴이 뒤틀리고 형체는 일렁였으며 그가 내 눈앞에 존재하는지, 혹은 저 멀리 존재하는지 그 거리감조차 나는 감히 알 수 없었다. 괴상한 기계음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그 공간에서, 나는 그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다이얼로그는 말줄임표조차 채 띄우지 못한 채로 공허했고 내게는 자비도, 공격도, 그 어떤 선택권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버튼들은 내가 다가가기도 전 일그러져 사라져버렸다.
"언어를 이곳에 맞게 재조정했다네. 이제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겠나?"
내게는 더이상 고개를 끄덕일 용기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어느샌가 떨어뜨려버린 칼을, 나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주워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죽이면 그만일것을, 지금껏 그래왔듯 칼을 들어 찌르면 그만일 것을. 어디선가 지금껏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귓가를 맴돌았다. 하지만 어떻게...? 공격 버튼조차 남아있지 않은걸.
"난 가스터라고 한다네. 지금껏 자네를 지켜보고 있었지."
그저 멍하니 눈앞의 '가스터'라는 자를 올려다보았다. 지금껏 '지켜보았다'. 이유 모를 위압감이 느껴지는 그 말을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며 나는 의미없이 웅얼거렸다. 공간이 일그러질 때마다 남자의 옷자락이 펄럭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나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 모양이군. 난 스노우딘의 해골보단 표정을 좀 더 잘 읽는다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듯한, 하지만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른 말들에 나는 완전히 넋이 나가버린 듯 하였다. 수 천 번을 리셋하여도 절대로 반복되지 않을 듯한 그 말들은 둔탁하게 내리꽂혔다. 나는 그 '스노우딘의 해골'을 떠올렸다. 언젠가 친구였던, 나를 죽였던, 그리고 내가 죽여버린 그 익숙한 해골의 얼굴을. 지겨울정도로 반복해서 리셋되는 세계에서 나는 더이상 똑같은 말을 지껄이는 이들에게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몇 번이고 듣는 같은 말들은 이내 신물이 나버리고야 말았다. 마치 어딘가에서 보았던 노란 꽃이 말했듯, 나는 이 세계에 질려버린 것이 분명하였다. 그리하여 죽였다. 고작 꽃 한 송이와 같은 생각을 품고, '죽이면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에서 비롯된 잔혹함은 어느새 도를 넘고 있었다. 같은 루트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같은 이를 몇 번이고 살해했다. 그 끝에서 세상은 몇 번이고 부서졌고 리셋버튼과 함께 다시 세워졌다. 단지 그뿐.
"갑자기 내가 등장한 것이 의아하겠지? 그럴만도하지. 자네는 분명 이 '게임'을 하나도 빠짐없이 진행해왔으니 말일세. 자네가 지금껏 지나쳐온 그 어떤 루트에서도 나를 보지 못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해. 그리고 자네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건...그렇군,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괴물을 죽이면서 왔나. 이 루트도 벌써 여섯 번째니, 분명 자네는 지금쯤 이곳에서 왕을 만나 죽이고 이 루트를 끝내려 했겠지? 바로 직전에 스노우딘에서 막 도착한 해골을 죽였을 터야. 성문 앞으로 들어섰는데, 이런, 왕 대신 정체 모를 녀석이 나와버렸단 말이야. 자, 그럼 자네는 이제 어떻게 행동해야 옳을까."
"....."
"간단하게 이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주자면, 내가 잠깐 시공간을 비틀었다네. 물론 이렇게 거창하게 말해도, 사실상 자네의 입장에서 보기엔 단순한 버그지. 그래. 잠깐 게임 프로그램을 비틀었다네. 성문에서 이어지는 길을 나에게 오도록 조작했지.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냐면 말이지...아아, 아직 게임창을 끄진 말아주게. 할 말이 많이 남아있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게임창을 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나는 어느샌가 멍청한 아이가 되어 그의 말을 그저 듣고만 있는 것이었다. 그는 나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전혀 나를 신경쓰지 않았다. 그 모순됨을 나는 이해했으나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의 존재 자체가 내게는 수용 범위 밖인 듯 하였다.
"예전에 나는 왕실 과학자였다네. 다만...잘려버렸지. 이곳에 첫번째 인간 아이가 떨어졌을 때 말일세. 난 왕에게 그 아이가 위험하다고 충고했고, 왕은 뭐랄까, 화가 났지. 이미 그 아이를 아끼게 되어버렸던게야. 나를 자른 뒤 대중의 비난을 두려워한 왕은 아예 나를 죽은 사람 취급해 버렸다네. 그리고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만 그 머저리같은 왕의 아들이 죽어버린 이후로 왕은 완전히 미쳐버렸지. 결계를 뚫으려 했어.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은 자네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네. 알피스가 말도 안되는 짓을 벌였어. 소위 '의지'라 불리우는 것을 주입한 괴물들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녹아내려 버렸다네. 나는 그 점에서 의문을 느꼈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반복되는 루트들 속에서 몇 번이고 보았던 1번부터 시작되는 연구실의 연구기록들. 어느샌가 보지 않아도 외울 지경이 되어 그냥 지나치게 되어버린 그 번호 붙여진 문구들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의지'라는 것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네. 그리고 알피스의 가설이 틀렸다는 걸 증명했지."
남자는 잠깐 입을 닫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감히 피할 수조차 없어 나는 그자리에 굳은 채로 무력하게 초점잃은 눈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순간이지만 그가 나를 안쓰러워 하는 듯 해, 아니, 단순한 안쓰러움이 아닌 동정에 가까운 감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듯 하여 나는 혼란스러워져 버렸다. 어째서, 어째서.
"...의지는 말일세, 자네의 영혼이나 특별한 능력 같은 것이 아니라네. 다만 이 세계가 한없이 하찮다는 것을 증명해 줄 하나의 증거일 뿐이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이어졌다.
"예전에 자네가...음, 방금 죽이고 온 그 해골과 실험을 한 적이 있다네. 이 세계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하는 실험이었지. 그 실험에서 나는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네. 바로 이 세계가 똑같은 패턴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었지. 그뿐만 아니라, 사실상 우리가 '진짜 세계'라고 생각했던 이 세계는 놀라울만치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0과 1로 말일세. 어때, 놀라울만치 어떤 존재와 닮아있지 않은가? 그래, 나는 이 세계가 어쩌면 고차원에 존재하는 이의 컴퓨터 데이터가 아닐까, 했다네. 거기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모든 시스템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컴퓨터 게임'과 무서울만치 닮아 있었지."
미쳤다, 라고 생각했다. 눈 앞의 남자는 정신이 나가버린 것이 분명했다. 이 세계가 컴퓨터 게임일 뿐이라면, 아니,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치광이 남자는 내 표정이나 반응에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나는 이 세계를 내가 조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봤다네. 이 세계가 컴퓨터 데이터일 뿐이라면, 데이터를 조작하면 그만이지 않나. 난 시공간을 뒤트는 법을 알아냈다네. 그리고 이 게임 '밖'으로 빠져나갔지. 그 과정에서 내 가설은 더욱 확실해졌지. 다만 흠이 있다면...일단 게임 밖으로 나가버린 존재는 다시 정상적으로 게임에 안착할 수 없단 사실을 몰랐단 게지. 그래서 나는 이렇게 더미 데이터로 남아버렸다네."
"......"
"자, 그렇다면 다시 의지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볼까. 자네는 의지가 무어라 생각하고 있었나? 세이브나 로드는? 단순히 초능력같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겠지. 당연해.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일세. 다만, 자네를 계속 지켜보면서...그러니까, 자네가 똑같은 해골들을 몇 십 번이고 죽이고 저 멍청한 왕을 살려줬다 죽였다를 반복하는걸 지켜보며 말일세, 나는 또다른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네."
남자는 또다시 나를 동정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이후에 이어질 말을 무심코 예상해버린 나는, 남자의 다음 말이 두려워지기 시작하였다. 대상 없는 두려움에 몸이 공포로 떨려왔다. 칼 손잡이 끝에 닿았던 손가락은 더이상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조차 못하는 채로 굳어버렸고, 나는 한심할만치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의지는, 자네를 '조종'하고 있는 플레이어의 존재를 뜻할 뿐이라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고차원의 존재를 말일세. 그러니 알피스가 괴물들에게 의지를 주입했을때 녹아내린 것도 당연해. 괴물들에겐 플레이어로서의 시스템, 그러니까 자네가 이용하던 그, 메뉴라던가, 그런 것들이 구현되어 있지 않다네. 일종의 시스템 충돌을 일으킨거지. 불쌍한 아스리엘 군이 이용하던 세이브 로드 시스템도 진정한 의미의 의지가 아냐. 다만 자네의 능력을 흉내냈을 뿐이지.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만, 아스리엘 군의 행동 또한 자네가 온 뒤로 똑같은 패턴으로 고정되어있지 않았나. 의지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프리스크 자네와 차라양 뿐이지. 이 세계의, '주인공'들 말일세.
참으로 처참한 사실이지만 말일세, 그래, 이 세계는 모조리 가짜라네. 자네가 지금껏 죽여온 모든 괴물들은 똑같은 패턴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에 불과하지. 나 또한 시공간을 뒤틀어 그 패턴에서 빠져나왔다고는 하나, 내가 이렇게 자네에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미리 시스템 다이얼로그를 조작하고 왔기 때문이라네. 미리 적어놓은 말 이외엔 다시 시스템에 손을 대기 전까진 자네에게 다른 말을 할 수 없지. 이렇게 자네를 만난 것도 기적에 가깝다네. 끊임없이 시스템을 조작했지.
자, 그렇다면 왜 내가 이제야 자네에게 찾아왔는지 궁금해지겠지? 나는 말일세, 프리스크, 자네 또한 다르지 않음을 말해주고 싶었다네. '의지'는 자네를 조종하는 이의 능력이지 자네의 능력이 아닐세. 보게. 지금 자네는 나에게 그 어떤 행동도, 말도 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그건 말일세, 자네도 다른 괴물과 똑같이, 나와의 전투나 대화가 '구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세. 자네는 이 모든 게 스스로의 의지, 또는 차라양의 의지로 행한 일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았다는 거지. 자네가 느껴왔던 감정이나 했던 말들도, 자네의 것이 아냐. 자네도 다른 괴물들과 다를 게 없어. 그리고..."
부정당한 '나'라는 존재는 하찮을만치 사소해서, 하지만 믿지 않고 넘어가기엔 이미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과 기억이 저 남자의 말은 진실이라고, 네가 무슨 수를 써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외치고 있는 듯 하여 나는 결국 소리없이 무너져버리고야 말았다. 나에겐 더이상 무어라 대꾸할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 대꾸할 '말'이, '데이터'가 남아있지 않았다. 만들어진 '나'는, 예상보다 조금 더 서러운 존재였다.
"...내 생각엔...내가 자네에게 마지막으로 자비를 베풀수 있지 않을까 했다네. 단 한 번도 스스로의 '의지'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던 불쌍한 꼭두각시 프리스크양에게 말이지. 그리고 뭐...프리스크양 자네도 이쯤 되면 눈치를 챘겠지만, 나는 지금껏 자네에게 말한 게 아니라네. 내가 지금껏 떠들어 댄 상대는 자네가 아니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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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몰살엔딩 깨지마라
딱히 무겁게 쓰려고 했던건 아닌데 쓰다보니 대회 공지에 있던 '이 개새끼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의 대표적인 샘플이 됨 시발
아싀발ㅋㅋㅋㅋ - DCW
맨 처음 윙딩체 = 프리스크, 자네는..
마지막 윙딩체 = 더러운 살인마, 자넬세.
고퀄은 개추야
* 불살봤더니 ...
와 이걸 이렇게 쓰네
예상보다 조금 더 서러운 존재였다. 이 표현이 참 좋다
예상보다 조금 더 서러운 존재... 라니 어디서 저런 말을 생각해내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