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근진) 이 글은 매우 진지합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읽으세요. 사실 귀찮아서 생략함.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스노우딘마냥 보송보송히 내리는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에봇 산 밑 지하에서 파수꾼 노릇을 하는 언다인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덤디덤이 휴가라며 며칠을 쉬다가 오라 하질 않나, 보너스를 얹어 주질 않나.
언다인은 제 손바닥에 떨어지는 천 골드가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천 골드란 돈이 그녀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목에 차 한 잔도 적실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앓는 아내에게 탄산음료 한 병에 컵라면도 사다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아내가 기침으로 쿨룩거리기는 벌써 한 달이 넘었다. 테미 플레이크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 첩을 써 본 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못 쓸 바도 아니로되 그녀는 병은 의-지로 극복해야 한다는 자신의 신조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 ㅓ아아!!!! 중간은 테미가 갈가머거쒀ㅓ!!!!!!! ~
언다인은 기어이 백 골드 어치의 차를 마시고는 그릴비를 나왔다. 궂은 눈이 의연히 보송보송 내린다.
언다인은 차뽕에 취한 상태에서도 탄산음료와 컵라면을 사 가지고 집에 다다랐다. 집이라 해도 물론 한 번 태워먹어 새로 지은 집이요, 또 대출을 다 갚은 것이 아니라 돈을 꼬박꼬박 내야 해 자신의 집같지 않았다.
만일 언다인이 차를 마시지 않았더라면 집의 입구를 보았을 때 늘상 들리던 애니 소리가 들리지 않았단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불조차도 켜져 있지 않다. 그저 고요했을 뿐이다.
혹은 언다인도 이 불길한 침묵은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전에 없이,
\"알피스! 남편이 들어오는데 애니 본다고 나와 보지도 안 해. 이 오타쿠!\"
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 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 버리려는 허장성세인 까닭이다.
하여간 언다인은 문을 왈칵 열어 젖혔다. 버리지도 않고 쌓인 컵라면, 떨어진 리모컨, 사방에 습기가 가득해 마르지 않은 옷들, 등등 가지각색의 풍경이 언다인을 반겼다.
집 안에 들어서며 컵라면을 놓을 새도 없이 언다인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런 오타쿠, 주야장천 애니 보다가 자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라고 소리와 함께 창으로 책상을 부숴버렸다. 그러나 알피스는 일어나지 않았다. 실수로 밟아 켜진 TV에서 냥냥 고양이 소녀가 꺄륵거리는 소리만 들려왔을 뿐이다. 그래도 알피스가 일어나지 않는 걸 보자 언다인은 달려들어 머리를 꺼들어 흔들며,
\"알피스,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
\"…아무 말이 없네.\"
\"……\"
\"알피스,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 버이.\"
이러다가 얼굴을 한 번 바라보고는 목이 메어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러고는 문득 죽은 이의 얼굴을 제 품에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탄산음료를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덤디덤이 보너스를 주더라니만…….\"
ㅁㅊㅋㅋ 패러디봐 - D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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