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 패러블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7.5  18  19  20  21  특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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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리엘,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야."

 프리스크는 희망을 붙들었다. 그에게 다가가며 그렇게 말했고, 그는 뒤로 물러서며 거칠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프리스크의 모든 행동이 쓸모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방금 전의 자신이 당황했던 모습을 지워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그의 공격을 맞아도 상처 입지 않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이 아이의 몸에 직격해도, 수없이 내리치는 천둥 번개를 몸으로 받아내도, 그가 뽑아든 검이 아무리 아이를 난도질하려고 해도, 아이는 전혀 다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가 공격을 받을수록 영혼은 더 붉게 빛났으며, 아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는 아이의 자비를 받아들일 정도로 정신이 맑지 못 했다. 여섯 영혼과 거의 모든 괴물의 영혼을 흡수한 그는,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 했다. 무한에 가까운 힘을 느끼며, 그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존재를 하찮은 벌레로 밖에 보지 못 했다. 그 하찮은 존재에는 아이도 포함 됐다. 이 아이를 붙드는 이유는 그저 아이 안에 살아 있는 자신의 오랜 친구 때문이었다. 그는 끓어오르는 고양감 속에서도 오랜 친구와 함께 하길 원했고, 그런 열망이 왜곡되어 아이를 죽이려고 드는 것이었다.

 죽음을 초월한 절대신, 이것이 바로 그였고 그런 그에게 장애물은 있어서는 안 되었다. 그런데, 작은 꼬마 아이가, 자신의 힘 앞에 의지도 소용 없어져 아무런 능력도 없어야 할 그 인간 아이가, 죽지 않고 당당히 서 있었다. 처음에 이런 일들은 꽤 당황스러웠으나, 시간이 갈수록 당황은 흥미로 바뀌었다.


 "와우, 정말 놀라운 녀석이라니까."


 아이를 무참히 난도질하다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는 것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이는 그런 와중에도 그에게 대화를 하려 애썼다.


 "다 같이, 지상으로 갈 방법이 있을 거야. 이번엔 모두와 친해지기 위해서 나가는 거야."


 그러나, 그는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아이는 말을 이었다.


 "내가 너한테 했던 짓들은 정말 나쁜 짓이었어. 내가 널 이렇게 만든 거야. 하지만, 이 모든 걸 이제 바로 잡을 수 있……"

 "충분해, 차라."


 그는 고개를 저으며 아이의 말을 잘랐다. 그는 두 팔을 높게 들어서 힘을 모으는 듯 하더니, 갑자기 거대한 염소 형상의 아가리가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그 아가리는 사악하게, 그리고 호탕하게 입을 벌리며 웃었고, 그 아가리가 벌어지자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한 어둠이 그 사이에서 보이는 듯했다. 그는 아가리 안으로 뒷걸음치며 걸어들어 가며 말했다.


 "차라, 사과할 필요 없어. 너의 계획을 망친 건 나야. 정말 그때 인간들을 죽이려던 너를 막아선 안 됐어. 혹시 그것 때문에 지금 날 괴롭히는 건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그 행동을 바로잡아보자고."

 "아스리엘……."


 아이는 절망하는 듯한 목소리로 고개를 떨구었으나, 이내 눈에 힘을 주고 고개를 들어 아스리엘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알고 있었다. 아스리엘은 나쁜 괴물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비록 자신의 눈 앞에 마주한 강력한 괴물이, 모든 세상을 집어 삼키려고 하는 괴물이라고 해도 말이다. 아이는 이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이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에봇산에 떨어지기 전부터 느껴진 어떤 위화감,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느낌, 감시 당하는 그 느낌, 그 모든 알 수 없는 감각이 눈 앞에 마주한 괴물에게서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몇 번이나 죽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멀쩡히 살아있다는 그 사실 하나로 아이는 믿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아직 내 진정한 힘을 다 쓰지 않았어."


 염소, 혹은 악마 형상의 아가리가 입을 벌렸다. 모든 것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아이와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웃으면서 그 아가리 속으로 뒷짐을 진채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면서 여유롭게 말할 뿐이었다.


 "내 힘을 써서, 시공간을 죄다 없애버리겠어."


 염소의 아가리는 모든 것을 흡수하다 못 해 씹어먹으려는 듯, 벌리고 닫기를 반복하였고 괴상한 웃음 소리까지 냈다. 아이는 무언가를 잡을 수도, 다리에 힘을 주어 버틸 수도 없었기에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었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소리를 질렀다. 이 모든 것이 어두운 공간인데, 그보다 더 어두운 무언가로 들어간다는 건 절대로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는 빨려 들어가는 곳을 등지며, 허공의 그 어딘가를 응시했다. 나를 응시했다. 아이는 아무것도 보지 못 했겠지만, 소리 지르는 것을 멈추고 그저 눈을 감은 채, 은은한 미소를 띠며 그 검은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누누이 말하지만, 프리스크는 죽지 않을 것이다.



 *



 아이는 눈을 떴으나, 아무것도 보지 못 했다. 자신의 몸이 어딘가에 붕붕 떠 있거나, 발을 딛고 서 있거나 하는 감각을 전혀 느끼지 못 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무감각'에 놀라고, 아이는 형용할 수 없는 그 역설 속에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는 몸을 움직이지 못 했다. 아이의 눈 앞에 서서히, 어떠한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염소의 아가리인가, 그것은 아니었다. 거칠게 돋아난 뿔, 어둡고 음침한 색깔로 빛나는 거대한 날개, 영혼이 박힌 그의 몸체, 이미 괴물이라고 칭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그가 있었다. 그는 그저 플라위가 그랬듯이, 음흉하고 사악한 웃음 소리를 내며 팔을 들어 마법을 발사했다.

 빛나는 마법이 아이의 몸을 스치고, 영혼을 스쳤다. 아이는 여전히 상처 받지 않는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었다. 독안의 든 쥐, 덫에 걸린 짐승,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상황 속에서 아이는 소리라도 지르려 했으나 그것마저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더욱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난 느낄 수 있어. 어떻게든 살아 있지만, 너가 점점 더 현실에서 멀어지는 게 느껴진다고!"


 그는 무자비하게 마법을 발사했고, 그 마법은 아이의 영혼을 스쳐갔다. 아이는 모든 게 잘 되리라는 희망을 순간 잡고 있기 어려웠다. 강력한 괴물, 이미 모든 것이 망가진 듯한 세계, 말도 하지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 하는 자신의 모습, 이 모든 상황이 아이를 다시금 압박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울고 싶었으나 울지도 못 했다. 아이는 무엇이라도 하려고 몸부림을 쳤으나 아무것도 하지 못 했다. 아이는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짙어지는 절망감 속에서 자신이 하지 못 한 것을 생각했다.

 처음엔,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고 에봇산에 올랐지. 거기서 바보 같이 뛰다가 구덩이에 떨어졌지. 샌즈가 아스고어의 창에 맞아 대신 죽었지. 아, 아니야. 모든 건 바보 같이 아스리엘을 끌어들인 것 때문이었지. 내 복수심에 아스리엘을 끌어들여 결국 꽃으로 만들어버렸지. 지하에 떨어지는 인간들을 괴물의 적으로 만든 것도 사실 나 때문이지. 아이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이에게 절망을 허락하지 않았다.


 프리스크, 고개를 들어.


 아이는 고개를 들었다. 움직이지 못 했던 몸을 다시 움직였다.


 모든 것을 되돌릴 수도, 바꿀 수도 없겠지만, 구할 수는 있어.


 아이야, 마음 속에 담아두던 절망감을 지워라. 자신의 귀에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에 울려 하지 말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라. 감각이 없었던 두 다리로 땅 위에 서라. 두 다리로 그에게 가까이 걸어가 그의 영혼을 마주하라. 영혼 속에 있는 수많은 괴물의 영혼을 너는 들여다 보라. 그 영혼들에게 손을 내밀고 말을 걸어주어라. 네가 지금까지 했던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면서, 괴물들에게 심어준 의를 기억해라. 아이야, 너는 괴물들을 구해줄 수 있다.

 알피스를 불러라. 언다인을 불러라. 아스고어를 불러라. 토리엘을 불러라. 파피루스를 불러라. 샌즈를 불러라. 그의 영혼 속에 갇히어 자아를 잃고 헤매는 네 친구들을 불러라. 그들은 너의 목소리만 듣고도 놀라서 너를 기억해낼 것이다. 언다인에겐 미소를 지어라. 알피스에겐 괜찮다고 토닥여주어라. 아스고어에겐 안심하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주어라, 토리엘에겐 언제나 고맙다고 말해주어라. 파피루스에겐 또 다시 같이 놀고 싶다고 해주어라, 샌즈에겐 이 모든 것을 해주어라. 그들이 너를 이제 기억하리라.

 너를 소중하게 여기는 괴물들이, 다른 영혼들도 동하게 하리라. 그의 영혼 속에서 들끓는 영혼들의 마음이, 신과 같은 권능을 가진 사악한 괴물의 마음조차도 조금씩 움직이리라.


 …….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 했다. 자신의 마음 속에 끓어오르는 기억과 감정들이 그를 괴롭혔다. 그는 오랫동안 감정 없이 살았으며, 감정이란 것을 더 이상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프리스크가 그의 속에 잠든 영혼들을 깨우자, 그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의 위광과 힘이 움츠러드는 것을 아이는 느꼈다.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 눈치챘고, 아이는 그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어떻게 영혼들을 들여다 본 거야? 어떻게……."

 "아스리엘."

 "다가오지 마!"


 그는 팔을 높게 들어올렸다. 그의 손 끝에서 수많은 마법 탄환이 쏟아져나와 프리스크를 덮쳤다. 그러나 아이는 상처받지 않았다. 아니, 단 하나도 아이에게 명중하지 않았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그의 안에서 끓어오르는 영혼들의 기억이, 점점 더 그의 마음 속에 파고들었다. 괴물들 중에는 아이를 싫어하는 자가 단 하나도 없었다. 한 명도 빠짐 없이 아이를 아끼고 있었고, 그 감정은 고스란히 그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마지막 걸림돌인 프리스크를 죽이고 모든 것을 없애고자 했다. 점점 그러고 싶지 않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그는 오히려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기 시작했다.


 "아스리엘."


 아이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제발, 그냥, 내가 모든 걸 끝내게 해줘!"


 그는 두 손을 모아 모든 마법의 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이는 그것을 정면으로 맞았다. 아이는 팔과 다리, 모든 몸 구석구석이 저릿해지는 것을 느꼈으나, 그래도 상처받지 않는다.


 "제발! 빨리 죽어!"


 그는 힘을 더욱 더 강하게, 크게 뿜어냈다. 그러나 아이의 영혼은 깨지지 않는다. 그가 아무리 힘을 쓰고 권능을 부린다고 해도 그의 힘은 프리스크를 뛰어넘지 못 하리라. 그가 아무리 힘을 쏟아부어도 아이가 멀쩡한 것을 보자, 그는 절망하며 두 팔을 힘없이 내렸다. 프리스크는 그에게 다가가 타오르는 형상으로 빛나는 그의 영혼에 손을 올렸다.


 "아스리엘, 미안해."

 "너무……, 외로웠어……."


 그의 영혼이 작아지고,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거대한 그의 형상이 조금씩 작아지기 시작했다. 더욱 작아지고, 왜소해지고, 사악한 울음 소리보다 울음 소리가 더욱 커지자, 아이의 앞에 익숙한 모습으로 아스리엘이 서 있었다.


 "미안해……."


 아스리엘이 그렇게 울며 왜소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프리스크는, 이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고 말하리라.


 "아스리엘. 괜찮아."


 아이는 아스리엘에게 다가가,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아스리엘은 울먹이며 아이에게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프리스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부탁이 있어, 아스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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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는 부분은, 빠르게 넘어가고, 필요한 부분을 늘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