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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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 왈츠 / Indigo Waltz - 세레노 (Sereno))

14 - audience.

프리스크는 눈을 꿈벅이며 일어났다.
분명 잠들 때는 화원이였으나, 현재 자신의 몸은 뼈 형제의 소파에 있었다.
의문을 딱히 가지기 전에 눈을 부비며 다리를 내빼어 내리자, 뭔가가 걸렸다.
그것은 어제 받아두고 풀어보지 않은 상자였다.
프리스크는 상자를 들어 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서 상자의 리본을 주르륵 풀어냈다.
상자 안에는 한 개의 쪽지와 정성스레 포장된 머랭 쿠키가 들어있었다.
살짝튿어 열 개의 쿠키 중 하나를 집어 들어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운 맛이 났다.

*행운을 빌어.

짧은 그 문구와 머랭 쿠키의 맛에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프리스크는 그만큼 걱정했으면서도, 토리엘은 프리스크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생각했다.

파피루스에게 머핀을 세 개 받아들고 인사를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잠시 눈물을 흘리긴 했다.

"녷.. 인간.. 미안해. 내가 떠나면 게으른 형을 돌볼 괴물이 없어서 말이지.."
*괜찮아. 대신 이렇게 좋은 선물도 받았는걸.

파피루스는 프리스크의 목에 노란빛으로 어떻게 되돌린 건지 모를 목도리를 둘러주었다.
프리스크는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운지 파피루스와 조금 오래 껴안고 있었다.
결국 가기는 해야 했기에,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헤어지고, 눈앞의 동굴 입구로 들어서자, 커다란 동공이 눈에 보였다.
원래부터가 동굴인 지하세계이지만, 그래도 마법의 빛 덕분에 이곳과 바깥의 빛의 차이는 있던 탓이다.

'파피루스의 말로는.. 이 지역을 지나면, 반은 넘게 간 거랬으니까..'

프리스크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장난감 칼을 들었다.
자신의 바람과 달리 괴물들은 호락호락하진 않을 것이였다.
그렇기에 프리스크는 더이상 죽지 않기 위해 저항할 각오를 다졌다.

그렇게 호수 같은 동공 길을 지나고 있을 때 물속에서 커다란 괴물이 나타났다.

"헤-. 너 수도에 가는거야?"

프리스크는 움찔거리며 쳐다보았지만, 상대방의 얼굴은 꽤 풀려있었다.

"가봤자 자리 하나도 없을걸? 아, 너같이 작은 녀석이면 혹시 모르겠네. 그러고 보니.. 인간.. 이랬나? 그게 지금 온 거 같으니까.
 몸조심이 가라고. 난 수도의 거기는 너무 좁아서 말이야. 그래서 여기서 이렇게 놀고 있지.."

괴물은 자기에 대한 푸념에 가까운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뭔가 다시 기억난듯 비죽 웃었다.

"아, 이런.. 내가 너무 잡아뒀나? 어서 가봐. 오랜만에 내 푸념을 들어주는 녀석이 있어서 난 꽤 좋았어. 잘 가."

노란 촉수를 휘적휘적 흔들며 그 괴물은 물속으로 스르르 사라졌다.
프리스크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한번 피식 웃고는 다시 앞으로 걸어나갔다.
거기에는 초소 하나와 괴물꼬마가 있었다.
초소에는.. 아침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샌즈가 또 수면안대를 끼고선 엎드려 있었다.

"음! 너도 그분을 보러온 거야? 이 워터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해서 나도 왔어!"
*그분..?
"어.. 와! 너 이제 의사소통 할 수 있구나! 음, 맞아! 모두의 우상! 지하의 경비대장! 언다인님 말이야!"

프리스크는 살짝 몸이 굳는듯했다.
인간을 잡기 위해 제일 대대적으로 나선다는 존재의 이름이 나와서였다.

*음.. 너는 만나러 온 거야?
"음! 물론이야! 나도 언젠가 그분처럼 날쌔고 강인하게 크고 싶어!"

괴물꼬마는 있지도 않는 팔을 허리에 올린 듯이 가슴을 쭉 폈다.
프리스크는 떫게 웃었다.

*힘내.
"음! 고마워!

프리스크는 초소 옆을 지나며 슬쩍 샌즈를 쳐다보았다.
암만 봐도 자고있는 걸로 보였다.
파피루스의 이야기로는 샌즈는 절대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했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보다 빠르게 여기에 있었던 듯했다.
잠시 쳐다보던 프리스크는 그냥 앞으로 가려 했다.

"..heh.. 뭘 그렇게 급하게 가?"

프리스크는 그 소리에 고개를 홱 돌렸다.
거기에는 꽤나 나른한듯한 표정으로 안대를 내리고 있는 샌즈가 있었다.
한 번 길게 하품을 하던 샌즈는 프리스크를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나른한 것만 뺀다면 꽤나 무표정에 가까웠다.

*목적지는 샌즈도 들었던 거 같은데.. 아니었나?
"음.. 뭐, 대충.. 지상.. 지상이라.. 뭐, 복잡한 건 됐고.. 아침 먹었냐?"

샌즈는 어제와 달리 또 처음 만났을 때같이, 꽤나 나른하고 상냥한 말투로 돌아와 있었다.
프리스크는 고개를 두어번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샌즈가 느릿느릿 일어나더니 초소에서 벗어나 프리스크의 팔을 잡고 질질 끌었다.

"? ?? ! ?"
"뭐, 마침 쉬는 시간이고.. 아침밥 사줄게. 지름길을 알고 있거든."

샌즈는 프리스크의 의사도 묻지 않고 그대로 이끌었다.
어느샌가 정신 차려보니 프리스크는 샌즈랑 함께 어딘가에 서 있었다.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서자 수많은 괴물들의 따가운 시선이 내리꽂혔다.
샌즈는 익숙한 듯이 제일 안쪽의 카운터바 앞에 앉았다.
샌즈가 끌고 오다시피 한 또 다른 손님의 존재를 알아챈 것인지, 
분홍색의 불꽃으로 일렁이는 괴물은 탁자 밑에서 메뉴판을 꺼내왔다.
그리고 그것을 프리스크앞에 내놓았다.
샌즈는 메뉴판을 살짝 펼치려는 프리스크의 손을 저지했다.

"감자튀김 두 개랑.. 계피 주스 하나.. 라기보다 너도 마실래?"

프리스크의 의지를 거의 깡그리 무시한 채 끌고 와서, 메뉴까지 자기 멋대로 정하는 샌즈가 프리스크는 조금 불쾌했다.
하지만, 이걸 글로 적자니, 감정전달이 잘 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결국 프리스크는 고개를 내저었다.
샌즈는 아직 미련이 남은듯한 프리스크의 손에서 메뉴판을 거의 뺏듯이 들고서는 그릴비에게 내밀었다.
그릴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메뉴판을 받았다.

"...간만에 다른 분과 오셨다 했더니.."
"heh- 쓸데없는 말은 삼가해줘, 그릴비."

그릴비는 건너편 문안 쪽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언젠가 본 적 있던 개 부부가 다가왔다.

"해골. 너 착한 아이에게 뭔가 나쁜걸 가르치려는 건 아니지?"
"맞아. 이 아이는 우리를 용서해준 아이야."

잠시 그릴비즈 안이 웅성거렸다.
아무래도 이곳의 괴물들은 프리스크가 무엇인지 대충 짐작은 했던 듯했다.
그것을 개 부부가 확인시키는 꼴이였다.

"heh.. 이봐. 말을 가려가면서 하라고. 모두가 듣잖아?"

샌즈는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개 부부는 샌즈의 말에 잠시 움찔거렸다.

"..이런.. ..뭐, 하여튼간에 말은 잘하네."
"능력은 별것 없으면서 대체.."

그릴비가 문을 열고 나오자, 모두가 잠시 입을 닫았다.
프리스크는 이 기묘한 분위기를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모든 괴물이 샌즈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샌즈는 홱- 몸을 돌려 작게 중얼거렸다.

"하여튼간에 맘 편하게 먹지도 못하게 하는군.."

그릴비가 접시를 둘 앞에 접시를 내려놓자, 샌즈는 표정을 웃는 표정으로 바꾸었다.

"뭐, 걱정 마. 내가 살게. 여기 음식은 꽤 맛있다고, flower. 보증하지."

개 부부는 그게 듣고 싶었던 것인지, 슬금슬금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샌즈는 프리스크에게 권하듯이 손짓을 으쓱였다.
프리스크는 눈앞에서 따끈하게 김이 올라오는 감자튀김 하나를 입에 넣었다.
아삭하고 짠맛이 입안에 감돌았고, 샌즈는 계피 주스를 마시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프리스크를 쳐다보다가 말았다.

"뭐.. 먹으면서 들어."
"..?"

샌즈는 프리스크에게 뭔가 할 말이 있던 듯 했다.

"뭐, 별건 아니고.. 말하는 꽃.. 에 대해 알고 있어?"

프리스크는 말하는 꽃을 만난 적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적으려 할 때 샌즈가 입을 떼었다.

"그래. 잘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 맞아. 메아리 꽃에 대한 이야기야."

프리스크는 메모지에 뭔가 쓰던 것을 와락 구겼다.
샌즈는 그런 프리스크를 보면서 짓궂게 웃었다.

"뭐, 지금은 그냥 들어. 그것들은 언제나 누군가의 말을 반복하지. 그건 소원일수도, 예언일수도, 혹은 거짓말일 수도.."

샌즈는 반 정도 남은 계피 주스를 모조리 마셨다.

"뭐, 예언 쪽은 누가 장난을 치고, 그게 우연히 맞았다- 정도로 우린 인식하고 있어. 누가 그런 걸 알겠어.. 그렇지?"

샌즈의 표정엔 허탈감이 가득했다.
마치 알고 있다는 마냥..
하지만, 샌즈는 어깨를 으쓱이다가, 감자튀김을 입안에 적당히 넣고 씹기 시작했다.
아직 샌즈의 접시에 반이나 남았지만, 샌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그냥 그래. 워터폴은 그런 꽃이 가득한 곳이란 거야. 적당히 먹다가 나와. 아, 그릴비. 오늘껀 외상 좀 달아줘."
"...알겠습니다."

프리스크는 샌즈가 간 뒤 거의 비워져 가는 자신의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꾸깃꾸깃 되어버린 메모지를 프리스크는 적당히 찢어다가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접시 위에 남은 감자튀김을 한 번에 입에 넣고, 일어나 그릴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릴비가 접시를 치우기 위해 손을 뻗었다.
작은 메모지 한장이 올려져 있었다.

*고마워요. 맛있었어요. 그리고 여기, 굉장히 기분 좋았어요.

그릴비의 머리위의 불들이 춤을 춘다.

"..가끔은.."

프리스크가 문을 열고 나오니, 그곳은 스노우딘 이였다.
대체 스노우딘과 반대방향으로 얼마 안 걸어서, 어찌 여기까지 오는지 프리스크는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다시 발을 옮겨 워터폴을 향했고, 다시 도착한 초소에는 샌즈와 괴물꼬마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파란 메아리 꽃을 보았다.

[..그냥, 여태처럼 못 본 척이나 해주지그래.]

샌즈의 게으른 말이 누군가를 향한듯한 목소리였다.
프리스크는 제 형제 외에는 딱히 친할 거 같지 않은 샌즈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목소리가 굉장히 귀찮거나, 언짢은듯한 기분은 들었다.
프리스크는 딱히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렸다.
워터폴의 더 안쪽으로 향해 한 걸음- 한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