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으로 부스를 열어보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미숙했지만 포스터도 직접 만들고 포토샵이며 일러스트레이터며 써본적 없는 프로그램을 두개나 구입해서 강좌까지 보며 도트도 찍어봤다. 남들에게는 별것 아닌 일인데 그게 어찌나 어렵고 또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하루 지난 지금까지도 참 수많은 생각이 들지만 대부분의 생각은 어제 이미 후기에 썼던 것 같네. 아마 이 후기는 부스 준비를 하며 겪었던 일, 부스 참가하는 동안 있었던 일에 관한 지루한 내용일테니 사실 걸러도 무방하다.
뒤늦게 후기로 말해보지만 부스 정보를 미리 언갤에 홍보를 하지 못했던 이유는
처음 한달 전 머그컵 제작을 맡겼던 곳이 터지는 바람에 한참 전에 결제까지 해놓은걸 취소 일주일 뒤에야 환불 받은데다
두번째 제작을 맡겼던 곳은 도안 미스와 배송 관련 사고가 나서 판매할 머그컵 사진을 찍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포스터에는 뽑기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 적혀있지만 교류전 일주일 앞둔 후로 머그컵 제작 회사랑 계속 실랑이 하느라 이벤트 상품을 제때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의도한 계획은 부스에 방문한 입장객 전부를 대상으로 53명에게 상품을 주는 뽑기 이벤트를 하는 거였다.
꽝을 포함해서 총 150개 뽑기를 준비했고 실제로 뽑기판까지도 저 사진과 비슷한 모습으로 이미 다 만들어 둔 상태였지.
뽑기 이벤트를 해서 1등을 뽑은 3명에게는 부스에 내놓았던 머그컵을 주고
2등을 뽑은 50명에게는 마카롱 주려고 했었는데
하필이면 교류전 일주일 전에 도안 문제가 생기고
이틀 남겨두고 제작과 배송관련해서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편지지와 마카롱 재료만 팔만원 어치 사놓고 정작 아무것도 준비를 하지 못해
포스터도 물품홍보 사진도 언갤에 올리지 못했다.
전적으로 회사의 잘못이었는데 그땐 되려 내가 호통을 듣는 바람에 전화 상담 후에 한참을 울었지.
이후에 사과를 받기도 하였고 당시엔 날이 더웠던 탓에 화를 내셨으리라 생각하며 마음 가다듬었지만
그땐 이렇게 어이없이 부스가 터지는건 아닌지 나 때문에 주최자에게 폐가 가면 어떡하나
그 생각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 자꾸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게 불과 이틀 전인데도 그것도 다 지난 일이네.
처음 시작은 그저 이런 머그컵을 반드시 꼭 가지고 싶다라는 마음이었는데
내가 너무도 가지고 싶어서 만들기로 시작했던 것이 이렇게 부스 참가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전날 밤 너무 설레어서 잠을 제대로 못잤는데 다른 부스어들도 그랬을까 싶네.
부스 준비에 필요한 것들 점검해야 하는 것들 종이에 다 써두고
하나씩 읽어보며 짐도 자기 전에 미리 챙겨두고 한참 생각하다 잠들었지.
머그컵 제작해준 곳에서 배송관련 문제가 생긴 걸 교류전 이틀 전에 뒤늦게 알고
교류전 당일 아침에 핸드폰 부여잡고 행사장에 일찍 나가서 발 동동 구르며 퀵 택배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컵 제작해준 회사는 토요일 휴무라 고객 콜센터도 닫혀있는 상황이고
전화 해준다는 담당자는 목요일 이래로 줄곧 연락도 없어서 어제 아침에 택배 받기까지 정말이지 죽을 지경이었다. 막상 택배 상자 받은 이후로는 포장 열어보며 완성품 상태가 이상하면 어쩌나 한참 걱정했었네.
총 40개를 제작했지만 주최자님께 선물할 몫과 그 밖에 지인에게 나눠줄 몫을 떼어두느라 포스터에 적힌 대로 딱 30개만 부스에 내게 되었다.
다른 부스의 팬아트에 견주면 너무나 보잘것 없는 굿즈였기에 분명 안팔릴 것이라 생각했고
당일 15개 이상을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정 팔리지 못한 재고는 8코때 나눔을 할 계획이었는데
막상 더운 날 아침부터 머그컵 상자를 나르고 있자니 재고가 남더라도 힘이 부쳐 도저히 집까지 못 들고 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큰맘 먹고 돈 지불하며 구매해준 분들이나 8코 나눔을 기다렸을 갤러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하지만
재고가 남게되면 도로 들고가지 않고 주최자님 뿐만 아니라 교류전 스텝 분들에게도 나누어 주자 그 마음 하나만으로 떨면서 부스 준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정작 행사 시작하니 구매해주시는 입장객이 생각 이상으로 많아 정신이 없어서 다른 부스 구경도 네 군데 밖에 못했고
행사 끝난 후에 뒤늦게 안건데 나와 친구가 가질 몫, 나눔용으로 쓸 몫을 미리 떼어둔다는게
그날 붐빈 탓에 자잘한 실수를 하느라 메아리꽃 머그컵만 잔뜩 남아버리고 의지컵은 남지 않아서 지금도 고민이다.
이런 말 하는 것도 바보같겠지만 부스 포스터 붙이고 인쇄 미스는 없는지 컵 인쇄 상태 확인하고 컵 개수 세는 내내 손이 계속 떨려서 나답지 못하게 참 힘들었었다.
그런데 막상 행사 시작하고 나니 팬아트 하나 없는 그저 밋밋한 컵인데도 눈 반짝이며 어떤 걸 살지 고민하는 모습 지켜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뿌듯했었는지 모른다.
입장객 줄이 끊임없어서 정말 정신이 없었지만 컵 하나하나 건네드리면서 그게 내 손을 떠나는게 어찌나 아쉽던지 곱게 잘 써달란 그 말밖에 안나오더라.
잠깐 부스 비운 사이에 홀로 부스 맡아준 친구 말이 어떤 인상 좋은 입장객 분이 오셔서는 머그컵 사신 후 계속 고맙다고 그 말만 하다 갔다고 그 이야기 전해듣고 어찌나 마음이 먹먹한지 내가 막상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정말 눈물 났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분이었는지 직접 뵈었다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겨우 머그컵 하나 판매하면서도 삼 주 넘도록 고민하고 기대하고 좌절도 하고
처음 의도한 것과는 많이 다른 완성품이었지만
도안 보내고 제작 상담한 회사만 해도 손가락으로 다 헤아리지 못할 정도야.
어떤 회사는 내 번호로 개인적으로 연락하더니
내가 사이트 클릭을 너무 많이 해서 광고료가 많이 나가니
유선상으로 상담 부탁한다며 나한테 전화까지 해서 사정한 적도 있다.
이미 언급한 대로 부족한 점이 많았기에 언갤에는 미리 홍보를 하지 못했지만
행사 당일에만 사용했던 저 포스터 내용대로 내 부스의 모토는 지속가능한 일코를 위한 대안적 머그컵이었다.
그런데 언갤에 올라온 후기 읽으며 일코 가능한 컵이라며 회사에서 쓰겠다는 글 읽고 정말 엄청나게 기뻤어.
어제 부스 정리 마친 후 부스 도와주었던 친구와 늦은 하루 첫 끼 먹으면서 반주하는데
언갤을 하지 않는 친구인데도 틈틈이 교류전 후기 검색해서 읽는 모습 보면서 그제 서야 정말 다 끝났구나 하는 실감이 들더라.
후기에 내 부스 머그컵 사진이 올라와 있는걸 볼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바보같이 그걸 또 전부 저장하고 먼 곳에서 힘들게 차타고 왔는데 귀가 한 후에 아버지에게 의지컵 빼앗겼다는 후기 읽으면서 또 한참 웃고 부스에서 컵 사간 후에 또 이벤트 당첨되서 반전컵 타갔다는 이야기 보면서 잠도 없이 친구네 집에서 새벽까지 떠들다 그러다 한참 늦은 새벽에 잠들었다.
잠들기 직전에 친구가 나한테 문득 그 질문을 하더라.
날 십오년 가까이 알면서 지냈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좋아하는게 지금까지 단 하나라도 있었던가
이렇게 깊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고. 그말을 들으며 정말이지 기분 좋게 잠들었다.
본래 이타적이지 못한 성격이기에 지금까지 언갤에서 사비를 털어 나눔 이벤트를 하는 갤러를 여럿 보면서도
어째서 저렇게까지 하는 건지 의문을 가졌던 적도 많았었는데 이래서 다들 나눔을 했던거구나 이제서야 새삼 그 심정이 이해가 가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후원이든 팬아트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교류전을 돕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했던 점이다. 하다못해 책걸상이라도 날라드렸어야했는데 이것도 다 너무 늦은 후회지. 겨우 머그컵 하나 만드는데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주최자와 스텝들이 겪었을 고충을 생각하니 이번 교류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더욱 새삼스럽다. 정말 다 끝이구나. 나 또한 이런 교류전을 내 손으로 직접 열어보고 싶어졌다.
나머지 후기는 감사 인사이기에 존대말로 작성할 예정임.
어제 부스 나눠쓴 분에게 너무 민폐를 끼친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전날 은행에 가서 제대로 잔돈을 준비한다는게
교류전 참가한다는 들뜬 마음에 허둥지둥하느라 결국 준비가 부족했고
잔돈부터 시작해서 행사 내내 이것저것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는데도
그럼에도 너그럽게 봐주시고 기꺼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찬가지로 어제의 교류전이 좋은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제 부스에 와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부족함이 많았던 부스 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고운 부분만 봐 주시고 줄곧 칭찬 해주신 분들 덕분에 어찌나 큰 위안이 되었던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 밝은 표정을 보며 느꼈던 행복은 제게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거에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 또한 저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더욱 행복하게 잠들고 눈 뜰 수 있는 이틀간이었습니다.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단순한 도안이 찍힌 보잘것 없는 컵에 불과하지만
항상 곁에 두고두고 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한참동안 생각하며 만들어낸 제 인생 최초의 굿즈입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이 머그컵을 사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또한 이 머그컵이 언더테일을 좋아하는 마음과 그 소중했던 추억을 곰씹을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간식도 챙겨드리고 편지도 써 드리고 친구 도움으로 스티커도 만들어서 나눠드리고 더 잘해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미숙했던 탓에 제때 시간에 맞추어 준비를 마치지 못했고 정신없이 끝나고 나니 오로지 아쉬운 마음만 남았습니다.
친구 또한 정말이지 감명 깊었던 자리였다고 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행사였다며 여럿 칭찬했습니다.
줄곧 교류전을 따뜻하게 응원해준 모든 분들 제 부스에 오셨던 모든 분들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합니다.
언더테일을 사랑하는 이라면 그 누구도 차별받는 법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소중한 행사였기에
이번 언덕테일 교류전이 이후 모든 언더테일 관련 국내 행사의 귀감이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머그컵 예쁘게 사용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수고했다 벅차는 마음이 여기까지 느껴지네
퍄퍄 수고했다 -배달
필력 좋다 어떤 기분이었을지 확 와닿네..
수고 많았다 정말. 힘든일 많았는데도 부스 잘 운영해줘서 고마웠음
머그컵 진짜 이뻤었다 고마워 수고했어
ㄴㄴㄴㄴㄴㄴ 메아리꽃밖에 남지않았는데 받는 사람만 마음에 든다면 주고싶다. 사실상 스텝이라고 해도 따로 금전적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기에 봉사활동이나 다름 없는 일인데 이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주최측에 답례하고 싶은 것이니 혹여나 문제가 된다면 거절해도 괜찮다.
원래 교류전 안가려고 했는데 갤에서 메아리꽃 머그컵보고 안갈수가 없었다 존나이쁘고 의지컵못산거안타까움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