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이 숨은 숲 / Deep Green - 새난 /SeNan))
25 - 방관자
샌즈는 정말로 드물게 자고 있지 않았다.
초소에 서서 그저 뭔가를 보고 있는듯했다.
프리스크가 다가가자, 프리스크의 발소리를 들은 것인지 샌즈가 프리스크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프리스크는 샌즈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만 띠던 입이 환한 웃음으로 바뀌며 손을 흔들었다.
샌즈는 잠깐 움찔거리다가 손을 꺼내서 미소를 지어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heh- 안녕 flower"
프리스크와 샌즈는 친구는 아니다.
그저 안면만 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적투성이인 이 장소에서 샌즈는 프리스크에게있어서 너무나 반가운 존재였다.
프리스크를 공격하지 않는 괴물 중 하나였으니까.
*안녕 샌즈. 웬일로 안 자고 있네.
"hm.. 뭐, 장사 좀 하고 있어. 꽃꼬지 말인데.. 하나에 20G야. 어때?"
샌즈가 꺼내 들은 꽃꼬지는 꼬지라기보다는 꽃과 과일을 엮어둔 것이었다.
기다란 어떤 줄기에 꽃과 과일을 꿰어놓아서, 마치 액세서리 같아 보이기도 했다.
달콤한 향기가 프리스크의 식욕을 자극한듯했다.
프리스크의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프리스크는 샌즈에게 대답을 하려고 메모지에 글을 끄적거리다가 메모지를 떨어트렸다.
프리스크는 잠시 멈춰있다가, 메모지를 주워서, 다시 글을 쓴다.
*그럼.. 하나.
"그래. 여기 받아."
프리스크는 샌즈가 건네주는 꽃꼬지를 받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20G를 꺼내었다.
프리스크의 주머니에서 죄악이 빠져나간다.
파피루스의 머핀을 팔은 돈과 테미가 흘렸던 돈.
흘린 돈은 결국 돌려주지 못했다.
샌즈를 만나서 밝았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것은 프리스크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속이 비어있던 것이다.
애초에 스노우딘을 떠난 뒤로 식사라는 것은 거의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까지 버틴 게 용할 정도였다.
프리스크는 받아든 꽃꼬지를 그 자리에서 먹기 시작했다.
줄기는 꽤나 아삭거리며 상큼했고, 과일과 꽃이 어우러져 달콤함이 두 배로 늘어난 듯했다.
순식간에 사라진 꽃꼬지에 프리스크는 살짝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더이상 돈은 없었다.
꽃꼬지는 프리스크에게 좋은 일용 식이기도 했으며, 긴장을 살짝 풀어주는 안정장치이기도 했다.
거기다 샌즈가 눈앞에 있었다.
프리스크의 경계와 긴장이 한 단계 풀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프리스크의 몸은 휴식을 요구했다.
프리스크가 알피스의 연구소에서 쉬기는 했으나, 알피스를 완전하게 믿지는 않았다.
거기다 공복에 갑자기 음식을 먹은 것이기도 했다.
프리스크는 최대한 웃는 얼굴로 메모지를 써나갔다.
*고마워 샌즈. 맛있었어.
그리고 한차례 비틀거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프리스크의 다리가 풀려버렸다.
샌즈는 넘어지는 프리스크의 팔을 다급하게 잡았다.
다행히 뒤로 넘어지진 않았지만, 프리스크는 그대로 잠에 빠져버린 듯했다.
"..heh..이런.. 이건 너무 릴렉스했나.."
샌즈는 프리스크를 살며시 바닥에 눕도록 놓았다.
그리고 초소에서 빠져나와 프리스크를 안아 들었다.
'...인간이란게 이렇게 가벼웠던가..'
그대로 내버려두면 정찰병에게 죽을 것이 뻔했다.
샌즈는...
'...약속..때문이야..'
초소의 공간 안에서 베개를 꺼내어 프리스크의 등에 받치고 프리스크를 앉혔다.
프리스크는 새근새근 편하게 자고 있었다.
샌즈는 초소 안에 곱게 접어둔 담요를 꺼내 들었다.
프리스크가 뼈 형제의 집에 까먹고 놔두고 가버린 보라색의 담요였다.
그것을 프리스크위에 덮어주었다.
그때 잠시 가까이 있던 탓인지, 프리스크의 꽃향기를 샌즈가 맡았다.
샌즈는 잠시 프리스크의 목에 둘린 머플러를 보았다.
머플러는 향이 샐까 봐, 꽤나 단단하게 꽃들만큼은 가리고 있었다.
물론, 덩굴은 엉망으로 튀어나와있었지만..
샌즈는 일어서서 다시 한번 냄새를 맡는 시늉을 했다.
조금 떨어진 정도로는 여전히 꽃향기가 났다.
'..향이 살짝 진해졌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을 때, 절그럭거리는 소리에 샌즈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멀리서 정찰병 둘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봐. 혹시 이 근처에서 파란 치마에 노란 목도리를 한 인간이 오지 않았나?"
"heh? 글쎄? 난 몰라."
"킁..? 이런 더운 곳에서 꽃냄새가 나는군..."
"아, 그거라면.."
샌즈는 슬쩍 꽃꼬지를 들었다.
"내가 지금 이걸 팔고 있거든. 이거 냄새 아냐?"
"..그런가.. 아무튼, 인간을 보면.. ...아, 그러고 보니 들은 적이 있군.. 너도 왕실의.."
"인간을 보면 죽이던가, 알현실로 데려가. 뭐, 너는 여기서도 좀 유명하지.. 능력 없기로."
"..heh.... 그것참.. 소문 한번 멀리 가네."
"장사는 뭐.. 적당히 하라고."
경비병들은 그렇게 지나쳤다.
샌즈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팔고 있어서 망정이지.. ...메뉴바꿔보길 잘했군.'
샌즈는 다시 프리스크에게로 시선을 꽂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듯 손가락을 타다닥 거리며 초소의 판자를 쳤다.
'...그냥.. 죽여버릴까.. ....아니 그래도.. ....약속하지말걸 그랬군..'
샌즈는 판자에 두 팔을 올려 기대며 마른 세수를 했다.
"젠장.."
자괴감에 빠진 샌즈의 머릿속으로는 여태 보아온 인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인간들의 모습만큼이나 프리스크의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이번 인간이 특이한 거야.. 그래.. 그것뿐이야..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여태 내 손으로 죽인 적도 있으면서..'
샌즈는 살짝 탁하게 웃었다.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너무나도 대조되었다.
물론 오는 족족 죽인 것은 아니었다.
위험분자만 제거했을 뿐이었다.
딱히 위험해 보이지 않으면 손대지 않았다.
어차피 대부분 꽃이 잔뜩 피어있었고, 말도 못하는 인간 꼬마들이었다.
내버려두어도 금세 죽어나갔다.
그리고 샌즈는 딱히 카메라가 없는 장소에서는 시체들을 수확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시체의 심장에서 수확하는 영혼석.
그 위치 때문에 괴리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지하세계에 남은 해골은 샌즈와 파피루스, 단둘뿐..
그렇기에, 스스로 지원한 것이다.
'여태까지 처럼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일이야.. 샌즈.. 평소에도 하던 일이잖아..? 뭘 그렇게 심각해하는 거야?'
샌즈는 자신을 타이르는 듯 질책했다.
문 건너편에서 해버린 약속.
그것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몇 번 거절하자, 아주 손쉬운 것으로 바뀌었다.
언제나처럼 샌즈가 해온 일.
지켜보는것.
그저 그뿐...
그러나 스노우딘에서 기다려서 나타난 인간은..
처음으로 목소리를 들었다.
처음으로 인간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다른 인간보다 밝고 따뜻한 미소였다.
여태 시체 정도만 만지던 샌즈의 손에 잡힌 온기였다.
그리고 방관했다.
죽어가는 것을 방관했다.
죽어가면서도 프리스크는 최대한 노력해서, 웃으려고 했다.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휘두를 때는 언제나 자기방어였다.
누굴 다치게 하려고 하질 않았다.
'...역시, 이 녀석이 특이한 거야. 놀라서 좀 호기심 가진 거고.. 어차피 왕성으로 가면 죽게 될 녀석인데 뭘..'
그러나, 프리스크가 죽고 나서 피게 될 영혼석을 수확할 것을 생각하니..
샌즈의 등줄기로 죄악이 몰려드는 것만 같았다.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다.
'......사라지고나면.. 팝이 좀 심심해하겠네.. .....괜찮아.. 지상으로 가면 괜찮아질 거야..'
샌즈는 애써 무시한다.
여러 가지 변명을 붙여가며 애써 자신 안에 있는 프리스크에게 들어버린 정이라는 것을 무시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솟아오르는 죄악감도..
그저 프리스크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프리스크가 깨어났다.
"heh- 꽤 잠꾸러기구나? flower."
"..?"
프리스크는 눈을 비비려다, 손에 걸린 담요를 쳐다보았다.
"그거, 네가 우리 집에 두고 갔더라고. 나도 오늘 발견한 거거든. 가져가."
프리스크는 담요를 한참 쳐다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메모장을 쓴다.
*여긴 따뜻하니까 괜찮아. 원래 스노우딘에 있던 것이고.. 샌즈가 가져.
"... 그래. 뭐, 그럼 받을게. 해골은 딱히 감기 같은 건 안 걸리지만.."
샌즈는 프리스크가 건네주는 담요를 잡고 초소의 빈자리에 넣었다.
프리스크는 방긋 웃으며 일어나려다가, 등이 푹신하단 것을 느끼고 살짝 고개를 돌렸다.
프리스크는 베개를 잡고 살짝 갸웃거리다가, 일어서서 샌즈에게 건넸다.
샌즈는 베개도 적당히 초소의 빈자리에 구겨 넣었다.
*샌즈. 고마워.
"heh, 별말씀을.. 팝의 친구니까."
프리스크는 웃었다.
그리고 초소를 빠져나가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샌즈는 한숨을 내쉬다가 노이즈음에 초소에 넣어두었던 자신의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이봐. 거기는 카메라가 있던 곳이야.. 너 데체 무슨 생각이야? 설마.."
"heh- 친구.. 내 할 일은 그것을 수확하는 거야.. 그 외에 뭐, 딴짓하더라도 상관없잖아?"
"....그래. 뭐. 이제 얼마 안 남았기도 하고.."
샌즈의 손에 힘이 살짝 들어갔다.
"어차피 그 애는 왕에게 이기지 못할 테니까. 문제없긴 하지.."
"....그래.. 그렇지.."
"뭐야? 왜 그렇게 기운이 없는 목소리야? 기뻐해야지? 네 동생은 지상의 별을 보는 게 꿈이라며?"
"맞아.. 기뻐할 일이지.."
"....뭐, 됐어. 방해는 하지 마."
무전기의 연락이 끊어졌다.
샌즈는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heh.... 그러길 바라야지.."
샌즈가 초소에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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