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하루에는 아마 낮이 없었던 것 같다. 삐걱삐걱 부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시간 안에서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도 내 앞의 어린 아이는 정지한 모습 그대로 테트리스의 조각들처럼 금이 가 있었다. 보기 힘들어 바닥으로 눈을 돌리고 입을 열었다.

  "미안하네...정말 미안해..."

  단단하게 닫힌 입을 억지로 비집어 열듯 꺼낸 말이지만 이 아이는 생각도 반응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여섯명의 아이를 죽이면서 죄책감을 가지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조차도 내가 조절할 수 없을 정도에 다다랐다. 

  무엇을 해야 하긴 하는데 당장은 그것이 무엇이고 내가 죽였던 아이들을 위해 무슨 소용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없다. 

  아무런 생각 없이 있을 수 있다면 내 안 깊은 곳까지 약하게 만들어 버린 살인에 대해서 단 한순간만이라도 잊고 싶었다.

  결계를 등진 이 방은 온통 신비스러운 기운을 띠고 있다. 숨 쉬는 일을 처음 배우듯 후 하고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고 

  창을 내려놓은 뒤 벽에 살짝 기대앉았다. 이제 모든 괴물은 결계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구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누가 구원해줄까? 그 느낌은 치과에 가서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도중의 한기처럼 몸을 움츠려 들게 했다.

  나에게 환멸하고 떠나간 아내에게 아주 오랜 시간만에 연락했으나 단번에 신호음을 자르고 전화가 가지 않았다

  “...”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신 또한 토리가 이 아이를 얼마나 아꼈는지 주머니에서 슬쩍 보이는 버터스카치 파이로 알 수 있었다.

  그 자리에 앉아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황혼은 지고 밤이 오고 있었다. 그제서야 아직 남은 의무감이 요동치며 내 가슴을 찔렀다. 

  평소에는 나를 지탱하던 그 감정이 찌르고 지나간 자리는 한동안 무척 고통스럽다. 

  하지만 나는 왕이다. 누가 대신 그렇게 변명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