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을 찾아 에봇산기슭을 어슬렁 거리는 

차라를 본일이 있는가

탄막이 쉬운 괴물들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차라

나는 몰살러가 아니라 불살러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이스리엘에게 영혼을 나눠주는 

눈덮인 에봇산의 

그 주인공이고 싶다



자고 나면 모두가 행복하고

자고 나면 모두가 죽어있는 이곳은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세이브 포인트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에봇산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 간 

아스리엘이란 꼬마아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 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아이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건

자비 때문이라구? 

자비가 괴물을 얼마나 초라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자비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스파게티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스파게티를 사랑한다

너는 냥냥고양이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냥냥고양이를 사랑한다

너는 별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별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 찬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내 영혼에 건배



불살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불살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자비는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자비롭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 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 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탄막이 화면을 휩쓸어도

꺾이지 않는 한 개의 영혼이 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에곳산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매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면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