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은 지하와는 달랐다.
지상은 지하와는 달리 한 지역이라도 계절에 따라 날씨가 순식간에 변하곤했다.
지하와는 달리 함부로 마법을 쓰거나 창을 휘두르는 것은 금지되었다.
지하에서는 상상도 못하던 복잡한 서류작업들도 필요했다.
괴물들은 처음에는 지하와는 다른 지상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이내 하나둘, 지상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언다인만 빼고.
언다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총을 다루는 것도, 복잡한 숫자들을 계산하는 것도, 하다못해 여름에 왕을 경호하는 것도.
그녀는 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언다인은 위대한 영웅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왕이 언다인을 내쫓지는 않았다.
선량한 왕은 필요 없어졌다고 해서 자신의 기사단장을 내쫓을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다만 그는 상냥하게 말했을 뿐이다.
“자네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다네, 언다인.”
아무것도 할 필요 없다.
....아무것도.
그날부터 언다인의 하루는 달라졌다.
처음 며칠, 언다인은 하루 종일 그녀의 전용 사무실에서 넋을 놓고 앉아있었다.
아무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간혹 왕이 그녀와 함께 차를 나누고자 방문하였으나 그녀를 필요로 해서 찾아오는 이는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근위대장이라고 불렸으나 왕을 근위하지도, 근위대의 업무를 처리하지도 않았다.
왕의 말대로, 그녀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자, 언다인은 스스로 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총을 다루는 연습을 해보다가 총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서류작업을 해보겠다고 우기다가 서류들을 몽땅 뒤섞어놓기도 했다.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그녀는 노력했다.
정말이지 필사적으로.
그러나 소용없었다.
더위를 견뎌 보겠다고 사무실에 히터를 키고 버티다가 기절을 했던 어느 날, 언다인은 자신을 바라보는 괴물들의 눈초리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그 어떤 괴물도 그녀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안타까움, 동정심, 귀찮음과 짜증.
그들에게 언다인은 더 이상 영웅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한때 밝게 빛나던 빛바랜 골동품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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