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사라진 결계의 너머, 지상에서 오는 황혼을 맞으며 프리스크는 생각했다. 땅을 밟는 감촉이 서툴렀다. 황혼은 결정을 응원하는 듯 따듯한 온기를 주었다. 몇 번째 맞는 결과인지는 이미 손가락 셈을 넘을 때 멈춘지 오래였다.

 다만, 프리스크는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껏 가짜라고 느껴졌던 햇빛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손바닥뿐만 아니라 공평하게 지상을 내리쬐는 빛을 보았다. 혼자 올 때도 있었고 다 같이 왔을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 도착 했을 때랑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프리스크는 정말 오랜 기간동안 준비했다.

 모든 것이 드디어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지금껏 저지른 수많은 LV과 EXP를 회개하기 위하여. 자신이 움직인 시간을 뒤로하고 프리스크는 지상에 서있었다. 비록, 오는 과정에서 자의와 타의가 섞여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그녀는 프리스크 였다. 비로소 온전히, 지금의 친구들과 이 자리에 없는 그들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기회였다.

 

 가슴에서 저릿하게 움직이는 감각에 옷깃을 거세게 잡았다. 무엇에 대한 감정인지. 죄책감으로 뒤덮인 후회일까.

기억마저 흐릿해진 다른 시간선의 괴물들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생생히 들려온다. 손 뼘 만한 칼을 들고 휘두른 몸짓 한 번에 그들의 육체는 땅으로 떨어졌다. 털썩거리며 사라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몸은 자신인데.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쩌나. 이미 몸은 피로 물들어진지 오래인데. 예전에는 체념한 채 남의 의지에 몸을 맡겼다. 그 결과가 후회로 이어졌다. 이제야 미안하다고 되돌리기는 너무나도, 한스럽게 늦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사라진 친구들아, 친구라고 감히 말할 수 없는 얘들아. 이 말조차 꺼내기 미안한 괴물들아.

 그들이 비명 지르는 원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용히 읊조렸다.

 

-조금이나마 나에게 속죄할 기회를 주겠니.

 

 

 

 

* * *

 

 

 

 

 “꼬맹아.”

 

 느릿한 목소리가 프리스크를 불렀다. 검은 저 에봇산 아래로 걷는 발걸음이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디를 보고 있는지 모르는 눈과 마주쳤다. 프리스크는 샌즈의 시선을 피했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눈동자가 굳은듯 했다.

 

 “...헤, 즐거운 시간이지?”

 

 샌즈의 말에 조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나게 언다인과 대화하는 파피루스. 토리엘 앞에서 어쩔 수 없어 우물쭈물 거리는 아스고어 대왕. 힐끗 무시하는 토리엘. 황혼을 비디오 촬영하는 알피스. 그리고 앞에 서있는 그가 보였다.

 

 몇 번을 보았는지 익숙한 상황이었다.

 그저 빈 말로도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다. 언뜻, 그 뒤로 피가 흘리는 복부를 부여잡은 모습이 보인 것만 같았다. 행복해 보이는 그들에게서 질척한 피가 갑자기 내뿜는 환각에 낯빛이 창백해졌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답 하지 않은 프리스크를 보며 샌즈는 아무 말이 없었다.

 

 덤덤하게 뼈만 있는 손을 올려 프리스크 머리 위를 툭 건드렸다. 내심 깜짝 놀랐다.

 

 “지금의 순간은... 꼬맹아. 너가 일구어 낸거야.”

 

 그 말에 눈을 돌려 그를 보았다. 그래도 초점이 맞질 않았다.

 

 “이 과정에 올 때까지 행복하게 된 적이 있었고 불행히 끝난 적이 있었겠지. 느끼고 있다고. 어쩔 때는 끝까지 같이 가본 적도 있었고. 서로를 죽인 적이 있겠지. 우리만 아니라 여기 있는 괴물들 전체가.”

 

 말을 하는 샌즈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느릿하게 떴다. 그리고 말을 멈추었다. 한동안 그들 사이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분위기가 다른 괴물들과는 다르게 묘한 차가움이 있었다. 그의 몸을 넘어서 바람이 들어온다.

 

 문득, 프리스크는 해골인 그를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근본 모를 용기가 조금 솟아올랐다. 그에게 지금껏 물어보지 못한 질문을 하고 싶었다. 다시는 질문하지 못할 내용이었다. 그렇기에 마지막이라는 버팀 아래에 차가움을 깨고서 프리스크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있어.”

 “뭔데?”

 “지금까지 어떤 짓을 하고 다녔는지 알잖아.”

 

 프리스크는 입을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샌즈는 파악하기 힘든 얼굴로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 프리스크는 말했다.

 

 “...왜 나를 처음부터 죽이지 않아?”

 

 

 

 

---------

 

존나 개빡친다 단편이 백일장으로 변했냐. 부귀영화는 버리고 자기만족 때문에 썼는데 미칠 거 같다. 약간만 가지고옴. 다음에는 전부 가지고 올 수 있기를 빌어본다. 으이지를 가져라 으이지!

 

*수정 안되서 깜짝 놀라서 의자 박찼네;; 수정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