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eat
(출저 : https://youtu.be/4swUJJ6Fx3U )
(악토버/OCTOBER - 설중화/雪中花)
02 - Flower.
프리스크는 차라의 도움으로 단 한 번도 죽지 않고, 폐허의 끝까지 도착했다.
살짝 프리스크는 뒤를 돌아보았다.
누가 여기를 폐허라 믿을까..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꽃잎과 넝쿨,덤불,꽃...
화원이 아닐까 싶은 풍경이었다.
그리고 인기척은 아무 데도 없었다.
"콜록.."
프리스크의 작은 기침이 조용한 공간에 울린다.
프리스크는 자신의 손에 들린 장난감 칼을 쳐다본다.
"왜 그래? 프리스크."
"...차라.. 꼭.. 이 방법뿐이야..?"
"...이런.. 프리스크.. 그들을 동정해? 너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괴물들이 불쌍하니?"
프리스크는 입을 다물었다.
눈을 떴을 때 하나하나 새겨진 고통이 떠오른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느껴졌던, 굉장한 뜨거움을 잊지 않았다.
프리스크가 칼을 쥔 오른 손위로 왼손을 겹쳐서, 살짝 떨었다.
"프리스크... 파트너... 나를 믿어.. 그리고 이제부터 내 말대로 해줘. 여기서부터는 방심하지 않는 괴물도 있어.
그러니까, 우리의 길이 꽤나 험난해질 거야... 네가 정 내키지 않으면.. 그래, 내가 대신해줄게."
"...차라..가..?"
프리스크는 차라에게로 시선을 올렸다.
차라는 씁쓸한 미소로 프리스크의 두 손을 자신의 손으로 포개어 감싼다.
"그래. 정말, 이 일이 힘들면.. 내게 말해. 내가 대신해줄게. 파트너는 두 눈을 감고, 두 귀를 감싸고.. 그렇게 있어도 돼.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해줘. 이것은 너를 위해서야.. 그리고 더 나아가서, 여기서 죽은 아이들을 위해서.."
"..여기서..죽어..?"
"..이런, 미안. 못들은 걸로 해줘."
차라가 슬쩍 손을 떼자, 프리스크는 차라의 손목을 간절하게 잡았다.
차라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최대한 내리려 노력했다.
물론, 그 미세한 떨림도 들키지 않기 위해, 잡히지 않은 손으로 살짝 가렸다.
"차라.. 설마.. 설마.. 나 말고도.. 너 말고도.. 다른 인간도.."
"....하아.. 못들은 걸로 해달라니까..?"
"설마.. 정말로.. 괴물들이..?"
"....그래. 그들 손에 죽었어. 어떤 괴물은 상냥하게 다가와서는 방심하자마자 죽였어... ..그게 이 앞의 토리엘이야."
프리스크는 차라의 손목을 놓았다.
그리고 입을 다물고는 한참을 차라를 응시했다.
나오려는 기침도 집어삼키려는 듯이 입술을 오물거린다.
결국 한참의 침묵 끝에, 프리스크는 발을 옮기며 말을 내뱉었다.
"..그래...."
앞으로 더 나아가자, 토리엘이 전화기를 들고 전화하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프리스크의 주머니에서 벨이 울린다.
토리엘은 잠시 놀란 두 눈을 꿈뻑이다가, 프리스크에게 다가왔다.
"오, 이런.. 아가, 혹시 어디 다친 데는 없니..?"
토리엘은 프리스크의 팔을 살며시 잡거나, 프리스크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프리스크는 차라에게 이야기를 들은 후, 토리엘의 행동이 조금은 기분 나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이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휴.. 다행히 아무 데도 안 다쳤구나.. 이런.. 너를 너무 오래 두었나 보네.. 그래도 다행이구나.. 자, 따라오렴."
토리엘은 조금 걷다가 프리스크가 따라오는지 흘끔 쳐다본다.
프리스크가 잠시 서 있다가, 천천히 토리엘을 따라간다.
현관문을 열고 토리엘이 집안으로 들어간다.
프리스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들어섰다.
토리엘은 최대한 인자한 미소로 프리스크를 맞이했다.
"짠, 이제 우리는 여기서 살 거란다."
프리스크는 그저 토리엘을 바라볼 뿐이다.
토리엘은 프리스크의 반응이 거의 없는 게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말을 다시 걸어보았다.
"..아가, 너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단다. 어디서 달콤한 냄새가 나지 않니?"
"...그렇...네요.."
토리엘은 처음으로 프리스크가 대답해준 것에 정말 기쁜 듯이 미소 지었다.
"후후후.. 하지만 지금은 뜨거우니 나중으로 하고.. 네 방으로 안내해주마."
토리엘이 손을 내밀자, 프리스크는 살짝 주저하듯 토리엘의 손이 아닌 옷깃을 잡았다.
그래도 토리엘은 괜찮다는 듯이 프리스크를 데리고 한 방문 앞에 멈추었다.
"자, 아가.. 여기가 네 방이란다. 지상에서의 일은 잘 모르겠지만.. 여기서 같이 살자꾸나.."
프리스크는 대답이 없었다.
토리엘은 씁쓸한 미소로 프리스크에게 말을 건넨다.
"그럼.. 천천히 생각해보렴.. 슬슬 파이가 완성될 때라서, 꺼내러 가보마."
토리엘이 떠나고, 프리스크는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방안은 꽃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향으로 프리스크를 최대한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저기 차라.. 토리엘 아줌마.. 정말로.. 그렇게 나쁜 괴물이야..?"
"그녀는 네 앞길을 방해할 거야, 파트너.. 마음을 흩트리지 마. 의지를 가져.. 그녀는 평소엔 온화해. 다만.."
"다만?"
"..아이들이 나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지. 하지만 너는 가야 하잖아? 나가려 들으면, 그녀는 돌변할 거야."
"..그럼, 일단은 죽지는 않는구나.."
"그렇지.. 조금 피곤하지 않아? 파트너에게 있어선 조금 불편했던 일이었을 텐데.. 한숨 자는걸 추천할께."
"..고마워, 차라."
프리스크는 누군가를 다치게 했을 뿐 아니라, 죽였다는 사실에 사실 이미 정신이 피로해져 있었다.
푹신하고 향기로운 침대 위로 올라가, 포근한 이불을 머리까지 뒤덮고 웅크린 채 프리스크는 잠에 빠졌다.
잠깐 꿈을 꾸었다.
자기보다 커다란 누군가가 자신을 포근하게 끌어안아 주는 꿈..
아주, 포근하고.. 그리고 조금은 슬픈..
"파트너, 잘 잤어?"
두 눈을 뜬 프리스크를 쳐다보고 있는 차라가 싱글싱글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차라는 프리스크의 젖은 뺨을 살짝 어루어 만져주었다.
"무슨 무서운 꿈이라도 꾼 거야?"
"..아니.. 굉장히.. 그리운듯한 꿈이었어.. 하지만, 여태 난 그렇게 다뤄진 적이 없는걸.. 그냥, 꿈일 뿐이야.."
"그거 안타깝네.. 하지만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잖아?"
"..응. 병이 나아서.. 그래서, 부모님이랑 만나면.."
"맞아. 자, 일어나자, 파트너. 그 괴물이 네 방에 파이를 두고 가긴 했는데.. 먹을 거야?"
프리스크는 침대에서 내려와, 방바닥에 놓인 접시를 쳐다보았다.
"뭐, 나는 먹는 걸 추천할게. 이상한 건 안 들었으니까, 걱정은 말고.. 음.. 그리고, 배고프잖아?"
차라의 지적에 프리스크는 살짝 자신의 배를 잡았다.
확실히 조금 고픈듯했다.
지상에서 밥을 먹다가, 지하로 떨어진 것은 기억했다.
배고플 시간이기도 했기에, 프리스크는 바닥의 파이를 집어들어서 먹었다.
어째서인지 그리운 맛이 났다.
프리스크는 다 먹은 접시를 내버려둔 채, 방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차라의 말대로, 지하로 가려고 했을 때 프리스크의 눈에 들어온 것은 현관문이었다.
안쪽에서 자물쇠로 채워진 문..
프리스크는 차라의 말이 좀 더 신빙성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태까지 차라의 말은 거의 반신반의 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잠긴 문을 보아하니, 프리스크는 이제서야 완전하게 차라의 말을 믿을 수 있었다.
프리스크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살금살금 내려갔다.
어느 정도 갔던 걸까..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났고, 프리스크를 붙잡았다.
"아,아가.. 여기는.. 음.. 공기가 안 좋단다. 위로 올라가자꾸나."
토리엘은 프리스크를 데리고 위로 올라왔다.
프리스크는 인상을 조금 찌푸린 채 토리엘의 손을 쳤다.
"..아가.. 조금 답답하겠지만.."
"집으로 가게 해줘요..!"
".....하..."
토리엘은 프리스크를 쳐다보다가 혼자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프리스크는 토리엘 뒤를 쫓았다.
"그만.. 올라가렴. 그리고 집으로 가는 건.. 포기해주렴..."
프리스크는 계속해서 토리엘을 뒤쫓았다.
토리엘은 그런 프리스크를 잠깐 쳐다보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너 같은 아이들을 아주 많이 봤어.. 폐허를 나가서.. 집으로 가려다가.. 죽어.. 그러니까.."
토리엘은 어떤 문앞에 서서야 멈추었다.
"이문을 부술 거란다.. 여기가 이 폐허의 유일한 출구란다.. ...이제는.. 아무도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토리엘은 프리스크에게 고개를 돌렸다.
프리스크는 얼굴을 찌푸린 채, 토리엘을 쳐다보고 있었다.
토리엘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나가고 싶다면.. 강함을 증명해보렴."
토리엘이 불을 손에서 피워올렸다.
프리스크는 잠깐 움찔거리더니, 머뭇거리듯 한 움직임으로 장난감 칼을 꺼내 들었다.
토리엘은 두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너는 각오가 돼 있는 아이구나..'
"자, 그럼.. 읏..!"
프리스크가 휘두른 칼이 토리엘의 보주와 함께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
'아, 안돼.. 보주가 없으면..!'
토리엘은 프리스크가 공격한 충격보다, 손위에 아직 아른거리며 온도가 올라가는 불을 황급히 껐다.
"하아..하.."
토리엘은 무릎을 꿇은 채 프리스크를 올려다본다.
프리스크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두 손으로 장난감 칼을 높게 들었다.
토리엘의 눈동자가 뒤흔들린다.
"..하..하하.. 내가 뭘 지키려 했는지.. 알 거 같구나.. 내가 지키려던 것은 네가 아니라.."
프리스크는 칼로 토리엘의 어깨 위를 찔렀다.
폐허 마지막의 꽃이 졌다.
보랏빛 도라지꽃이 문을 장식한다.
그 위로 프리스크의 나지막한 눈물과 함께, 작은 말이 울린다.
"미안해요.. 하지만.. 나는 다 나아서.. 지상으로 가고 싶어..."
그리고 따라오는 기침의 연속과, 토기..
프리스크는 꽃잎을 다시 한 장 내뱉는다.
주저앉아 울먹이는 프리스크를 차라가 끌어안고 토닥인다.
"파트너.. 괜찮아.. 힘들면 내가 대신해줄 수도 있으니까.."
"..응.."
프리스크의 목에 한줄기의 덩굴이 휘감겨 작은 꽃봉오리를 맺는다.
검고, 붉은 두 개의 꽃봉오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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