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 저게 진짜야? 그럼 마지막에 촛불은 어떻게 끈다는 거야. 귀신이 촛불을 끄는 거라며.”

“귀신은 재채기를 할 줄 모른대. 우린 숨 참고 가만히 기다리다 얼굴만 빨리 확인한 후에 유령님 이제 사라져주세요 라고 말하면 된다더라.”

“아 그렇구나. 할 게 왜 그렇게 많아. 되게 번거롭네. 어쨌든 유령이 촛불을 끄면 상황 종료라는 거지.”


  그러니까 지금 사태는 대강 이런 것이다. 서로에게 연정을 품지 않은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채로 입에 칼을 문 다음 미리 준비해둔 대야 속을 정야에 들여다보면 미래 배필의 용모가 그 물웅덩이의 수면 위로 비쳐 보인다나.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한숨부터 나왔지만 멍청한 염소가 눈을 반짝거리는 꼴을 보니 계획을 반대할 기력이 내겐 감히 들지 않았다.


  그게 그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그 기원 또한 정말이지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얼핏 듣자 하니 알피스가 지난번 언다인의 집에서 열렸던 홈 파티 당시 엄마 몰래 제게 귀띔으로 알려줬단다. 망할 오타쿠 도마뱀. 인간 세계의 애니메이션에서 본 주술인데 그걸 자기도 한번 해보려다 막상 생각해보니 자긴 그걸 할 필요가 없었다나 어쨌다나.


  그래, 맞다. 그 말을 마치자마자 제 옆에 앉은 언다인을 힐끔 힐끔 쳐다보고 그러다 그 둘이 뜨거운 시선을 교환하며 징그럽게 서로 포옹하는 걸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져서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었지. 그 광경을 다시 떠올리니 속이 또 답답해져 나는 가녀린 내 목덜미에 두 손바닥을 얹고 웩 소리를 내며 혀를 쭉 내밀어 메스꺼워하는 흉내를 내보았다.


  어쨌든 그 이야기를 제법 진지하게 믿었던지 저 바보 염소가 보기 드물게 열의에 가득 차 주술의 계획을 털어놓는 걸 보며 인제 와서 장래의 연인이 누구일지 궁금해하는 게 나는 내심 심술이 났지만 뭐 결국엔 그 고약한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는 거다. 애초에 핵심적인 준비물이라고 해보았자 대개는 전부 귀신 하기 나름 인 거고 나머지는 그저 구색을 갖추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어차피 장난에 불과하잖아. 까짓것 한 번 해보지 뭐. 그 주술이라는 것의 성공을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저기 달팽이 농장에 사는 수줍음장이 유령이나 고철 덩어리에 들어가 있는 걸 즐겨하는 분홍빛 유령을 입회인으로 데려다 놓을 수도 있었지만 아니 그건 또 싫단다. 아무튼 어떤 할 일 없는 유령 따위가 이 말도 안 되는 주술의 소식을 엿듣기라도 한다면 내키시는 대로 알아서 오든지 말든지 하겠지.


  그런데 정작 문제는 유령의 초빙 건이 아니었다. 그깟 장난에 뭔 놈의 준비물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 주술을 시작하려면 먼저 일곱 밤 동안 별빛을 쬔 새벽이슬을 대야에 한가득 모아야 한 댄다. 그냥 물도 아니고 꼭 새벽이슬이어야만 한다니. 게다가 별빛은 또 뭐람. 이슬 한두 방울을 간신히 모으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당신도 잘 알다시피 이게 참 말도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이 지하세계에 진짜 별빛이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며 꾸지람을 줘 보았지만 저 머저린 도통 내 말엔 대답조차 않고 온통 신나하는 탓에 뭐 나로서는 넌덜머리나는 저 바보짓을 진작 막아볼 도리가 없었다.


  바보 염소는 일종의 타협안으로 야광별 스티커를 붙여둔 탁자 밑에 몰래 물컵을 놓아두었고 마지막 하룻밤을 남겨둔 날 실수로 그걸 발로 차 쏟아버린 엄마에게 저 멍청이가 어찌나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던지. 엄마에게 그게 무슨 버릇없는 짓이냐며 호통을 치고 싶었지만 쏟아져버린 물컵 앞에 시무룩하게 풀이 죽어버린 저 멍청이의 모양새에 나마저도 혼쭐을 내줄 김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결국 무려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더 소요해 오늘 밤이 되어서야 간신히 의식의 준비를 마친 참이라는 이야기다.


  뭐 저렇게까지 진지하게 신이 나 있으니 결국 나와 같은 인간 아이가 할 수 있는 건 그래 알겠다며 작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정도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것이 지금에 이르러 이렇게 골치 아프게 될 줄이야.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시작한 장난이었지만 어느새 나는 손톱 끝을 작게 깨물며 내심 초조해하고 있었다.


  두 손을 맞잡은 채로 두 사람이 서로 입에 칼 한 자루를 물고 거울을 들여다보려니 이게 참 자세도 기가 막힌다. 주술을 함께하는 두 사람은 서로 연정을 품지 않은 사이여야 한다더니 이건 또 무슨 얄궂은 장난인지. 어두운 방 한가운데에 대야를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고 있으라니 이거 너무 뻔하지 않은가. 하나씩 조목조목 따지자니 화가 나는 점이 한둘이 아녔다. 이건 뭐 대놓고 둘이 눈 맞으라는 주술이잖아. 연정을 품지 않은 사이라는 그 조건이라는 게 알고 보니 숨겨왔던 서로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떠볼 속임수 겸 안전장치였다면 나 가만히는 안 있을 거야. 그런 수줍은 엉터리 고백 같은 건 딱 질색이다. 나 이거 다 엎어버릴 거라고.


“으으웁 으으우웁.”

“.....”


  멍청한 염소는 입에 칼을 문 채로 뭐라 힘겹게 웅얼거린다. 입가에 침 흐른다. 이 더러운 염소야. 내가 알아듣건대 너부터 먼저 하라 이 말이다.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는 저러는 꼴이 그래, 저건 ‘나 떨려서 도저히 먼저 못 하겠어. 그러니까 너 먼저 하면 안 될까?’ 라는 눈빛이다. 그런데 들여다본 수면에 비친 게 저 멍청한 염소의 얼굴이었기에 나는 더욱 심란해졌다. 알고 보니 이거 정말 효력이 있는 진짜 주술이었던 건 아니겠지? 가슴이 철렁했지만 그럴 리가 없다며 손끝을 더욱 거칠게 깨물며 난 애써 마음을 다잡아보았다. 이까짓 거 그저 장난일 뿐이지. 진짜일 리가 없잖은가.


  그런데 더 가관인 게 저 멍청한 염소가 막상 제 차례가 되자 얼굴이 터질 정도로 새빨개져서 당장에라도 기절할 것 같은 모습을 하는 거다. 애초부터 답이 뻔한 걸 가지고 뭐가 그렇게까지 궁금해서 저러는 건지 솔직히 부아가 치밀다 못해 좀 전부터 영문 모르게 가슴 언저리가 콕콕 따끔거리고 찌르르한 게 곧 이 내 두 뺨에 눈물이 맺힐 지경이었다. 바보 염소야. 이 바보 멍청이. 좀 전부터 비어져 나올 것 같은 눈물을 애써 참느라 코끝이 간지러웠지만 어째선지 재채기는 도통 나오지 않았다. 저 바보가 한심한 것은 둘째 치고 정답이 뻔하다고 변명하면서도 내심 불안하게 저 모습을 지켜보고 가슴을 졸이는 이런 나 자신이 너무 측은해서 도저히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 한심한 꼬락서니에 나는 홧김에 손뼉을 짝 쳐서 촛불을 꺼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


  숨을 참고 가만히 대야를 들여다보던 두 아이는 느닷없이 꺼져버린 촛불 탓에 겁쟁이답지 않게 제법 씩씩한 비명을 혹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입김을 토해내는 이조차 하나 없는데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아이 방 한가운데에 놓인 촛불이 갑자기 꺼져버린다니. 두 사람 모두 동시에 입을 벌려버린 탓에 서로 한 쪽 가장자리를 물고 있던 칼은 갈데없이 허공에 붕 떠버렸고 두 아이의 무릎 언저리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떨어진 칼은 방바닥 한가운데에 탕 소리를 내며 팽팽하게 꽂혔다.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지 인간 아인 혼비백산하며 뒤집어쓴 담요를 순식간에 집어 던지더니 저 홀로 방 바깥으로 쏜살같이 뛰쳐나가 버렸다. 생긴 건 맹해 보이더니 어쩜 뭐 저렇게 동작이 재빠르담.


“프...프리스크...가지마...화분 좀 세워줘...나도 데려가줘...흐에에에...”


  의리 없이 혼자 뛰쳐나간 아이가 반쯤 열어둔 아이 방 문틈으로 복도 너머의 말간 불빛이 쏟아지고 바보 염소는 파들거리는 두 잎사귀로 바닥을 애써 짚으며 화분을 질질 끌고 문지방을 향해 기어간다. 난 그 모습을 팔짱을 낀 채 새초롬하게 힐끔거리다 아이의 쿵쾅거리는 발걸음 탓에 잠시 일렁이던 수면이 잠잠해진 후에야 조심스레 눈을 꼭 감았다 뜨며 대야 속에 고인 물거울을 살포시 들여다보았다. 여전히 나다. 그래, 나인 게 당연하잖아. 바보.


“어휴, 이 머저리들.”


  왜. 뭔데. 뭐 할 말 있나. 당신 도댕채 멀 기대했길래 그런 표정이야? 암튼 유령이 제일 중요한 준비물인 게 아니었어? 초대받은 적도 없는 주제에 멋대로 끼어든 건 미안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유령이 꼭 필요하다니 내가 직접 와준거라고. 그리고 겨우 이런 게 진짜 주술일 리가 없잖아. 그렇지, 프리스크? 방금 그거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게 결코 아니겠지?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