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선인장을 선물했다. 손바닥만한 화분에 빨갛고 동그란, 엎어놓은 그릇 같은, 그러나 빼곡한 가시 덕분에 선인장이라는 걸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이상한 선인장이었다. 당신이 생각났어, 라고 덧붙이는 말에 그만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당신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렇게 못생겼었나 토리?" "그럴 리가 있겠어?, 그리고 토리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평소보다 사뭇 진지하게 말하는 목소리에 나는 긴장했다. 그 이후 그녀는 나에게 질려 떠나갔다. 하지만 나는 선인장을 키우는 법을 잘 몰랐다. 다른 꽃들과는 달리 물을 자주 주면 안될 텐데 그럼 언제 주어야 하는 걸까. 일주일쯤 아무런 물도 비료도 주지 않고 창가에 내버려두면 괜히 조바심이 들었다. 분무기로 조금이라도 물을 뿌려주어야 할지 몰라. 흙이 마르면 조심스레 물을 부어주고, 다시 조마조마하며 기다리기를 몇 번 반복했다. 식물을 기르는 것치고는 정말이지 손이 자주 가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창가에 눈길이 갔던 날 선인장은 죽어 있었다. 너무 조심한 나머지 물을 모자라게 주었던 모양이었다. 가운데가 까맣게 죽어서 가시도 잃은 채 나는 죽었다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듯했다. 순간 선인장이 조금 미워졌다. 너는 참 자기주장이 없는 녀석이구나. 이후에 선인장을 다시 자세히 들여다본 건 시찰을 위하여 핫랜드 곳곳을 돌아다닐때였다. 나는 핫랜드의 함정들을 돌아다니다 커다란 선인장을 발견했다. 내가 예전에 키웠던 주먹만한 선인장과는 비교되지 않게 키가 컸고, 가시도 길고 두꺼웠다. 그 앞에 서서 한참이나 선인장을 바라보았다. 지나가던 알피스 박사는 나를 보더니 살짝 목례를 하고는 말을 붙였다. "그 선인장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폐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흔한 식물이지요. 아무렇게나 심어두어도 잘 자라고." "하지만 키우기 쉽지 않던걸?" 나는 한때 길렀던 작은 선인장에 관해 이야기해주었다. 사실 내가 했던 일이라곤 아주 가끔 물을 주었던 것이 다여서 이야기할 것조차 없었다. 그녀는 이야기를 듣더니 살짝 웃으며 말했다. "선인장은 키우는 게 아닙니다 폐하. 그냥 두는거지." 그냥 두는거지. 무슨 노래 가사 같기도 한 말을 들으며 의아해졌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를 보며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폐하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더 관심을 적게 주어야 합니다. 선인장은 너무 관심을 많이 가지기 때문에 죽습니다.“ "그럼, 내가 물을 적게 주어서가 아니라 너무 자주 주어서 죽었다는 거야?" "오, 그렇다고 죄책감을 가지지는 마십시오, 츤데레라고 하는겁니다" 그녀가 너스레를 떨었다. 츤데레가 무슨 말인지는 몰랐으나 나도 따라 웃었다. 글쎄, 죄책감이라기보다는, 나는 그냥... 그 날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녀가 생각났다. 혹시 알고 있었을까. 선인장은 너무 많은 관심을 주기 때문에 죽는다는 걸. 토리, 당신도 참. 이렇게 뜻을 숨겨 이야기하다니 야속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몇 년이고 너의 그 말을 잊지 않고 있는 나도 꼴이 우스웠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그녀도 선인장을, 아니 나를 아직도 생각하고 있을까 하며 잡념에 시달리는 밤이었다. |
아스토리 애껴욧 ㅠㅠㅠ
문학은 개추야
좋다 이런글이 묻히다니 정말 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