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가 시한부인 이야기 


하이퍼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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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스크는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어두컴컴한 동굴을 지나자, 예의 꽃이 있던 자리가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도 없었다. 굳이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고 여겼던 걸까. 천장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줄기만이 그곳을 쓸쓸히 비춰줄 뿐이었다. 아이는 한참이나 서서 옅은 빛줄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웃음을 픽 흘렸다. 감상에 잔뜩 젖어있는 스스로가 문득 한심하게 느껴졌다. 어차피 이젠 아무 의미도 없을 텐데.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할 텐데.

 짧았던 지하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동시에 지상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응어리진 기억의 파편이 조금 녹아 눈물이 되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순간 감정이 물밀 듯이 올라왔지만, 그것을 애써 억눌렀다. 참아내었다. 꼭 쥔 자그만 주먹이 애처롭게 떨렸다.
 
 프리스크가 겨우 평정을 되찾았을 즈음. 어둠 너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곧 익숙한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토리엘이었다.

 토리엘은 프리스크를 보자마자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러나 프리스크는 전처럼 달려가지도, 반가움을 표하지도 않았다. 그저 무표정하게, 토리엘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토리엘이 놀란 건,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곳에 아이가 있어 놀란 것이지. 결코 사라졌던 아이가 무사해서 놀란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토리엘은 곧 태연히 자기소개를 했다.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처음 보는 아이’에게.

 “가자꾸나. 폐허를 구경시켜줄게.”

 그렇게 말하며 토리엘은 손을 내밀었다. 전과 다름없이 친절하고 온화한 미소였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고민하던 프리스크는 대답하는 대신 조용히 그 손을 잡았다. 여전히 푹신하고 보드랍다. 그러나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안정은 느낄 수 없었다. 한 때 가족 같다고까지 여겼던 존재는, 다시 남으로 돌아와 있었다.


 욱신욱신.
 또다시 가슴 한 구석이 아려왔다. 그러나 이번엔 병으로 말미암은 게 아니었다.

 그러나 아픔을 호소해봤자 의미 없다는 것을 안다.

 어차피 죽으면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으니까.


 어느새 아이는 병실로 돌아가 있었다.
 외롭던 침대 위로 돌아가 있었다.

 아이는 다시 혼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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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조절 실패. 쉬어가는 편 혹은 4.5편이라고 생각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