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바라던 엔딩.

 


너는 드디어 끝에 도달했다.
길고도 길었던 여정 끝에 너는 다시 지상으로 나왔다.
바람은 기분 좋게 산들산들 불어왔고 붉게 빛나는 태양은 온 세상을 제 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한때는 매일매일 지겹게도 보았던 노을이지만 오늘만큼은 다르다.
너는 고개를 틀어 옆을 보았다.
누구보다 상냥한 토리엘, 착하고 친절한 파피루스, 정의로운 언다인, 소심한 알피스, 그 외에도 네가 지하에서 만난 모든 괴물친구들이 네 곁에 서 있다.
그래, 네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것은, 너의 모든 것을 바쳐가며 바래왔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제 괴물들은 더 이상 좁은 지하에 갇혀 자멸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괴물들이 너를 사랑하며 그들을 위해 노력한 너에게 감사한다.
이것이야말로 네가 가장 원하던 결말일 것이다.
그렇지 프리스크?

 

***

 

너는 괴물의 대사직도, 토리엘과 함께하는 삶도 거절했다.
너는 네가 그러한 것을 받을 자격이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친구들이 한 명 한 명 지상을 구경하러 떠나는 것을 보며 너는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거의 모든 괴물이 떠나고, 이제 황혼 아래에는 오직 너와 괴물 한 명만이 남았다.
황혼을 바라보던 그 괴물은 이제 고개를 돌려 너를 보았다.
모두가 기쁜 와중에도 해골 괴물의 얼굴을 그렇게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저녁놀에 붉게 물든 그의 옆얼굴과 너를 바라보는 그 표정.
단둘만이 남아있는 이 상황이 너에게 이제는 없는 것이 되어버린 과거의 한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heh, 이렇게 단둘이서 대화하는 것도 꽤 오랜만인 걸 꼬맹아."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순간 무의식중에 뒷걸음질을 친 너는 이내 너의 실수를 깨닫고 당황한다.
그는 너의 죄를 모른다.
너는 그에게 '심판'받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러니 그에게 두려움을 느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가 다음의 말을 하기 전까지는.

 

"뭔가 당황스러운 표정이군. 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꼬맹아,
저번 시간선의 나는 내가 할 일을 참 잘한 모양이지?"

 

 


대체 어떻게?
어떻게 그가 알고 있는 거지?
언제부터 눈치챈 거지?
나를 심판할까?
이번에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는데!
....하지만 나는 내가 한 모든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해.

너는 그의 말에 순간 패닉에 빠졌다.
그가 알고 있다니.
너는 그가 대체 얼마나 많은 사실을 알고있는지 모른다.
만약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네가 지금껏 해온 모든 행동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너는 네가 그토록 간절히 염원하던 엔딩이 코앞에 다가온 이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것을 느꼈다.
너는 거의 쓰러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지만 어떻게든 의지를 다졌다.
그래, 아직 확실한 것은 없잖아?
그는 그냥 나를 떠본걸지도 몰라.
너는 그렇게 생각하며 애써 정신을 다잡았다.
그러나 그때쯤에는 이미 모른 척하거나 변명을 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해골 괴물은 그 긴 시간동안 너의 표정변화를 지켜보며 서 있었다.
이래서야,하고 너는 절망했다.
어쩌면 그저 너를 떠 본 것일지도 모르는 샌즈는 이제 확신을 얻었을 것이다.

 

"글쎄, 그렇게 안타까워할 필요 없어 꼬맹아. 어차피 네가 무슨 말을 했더라도 소용없었을 테니까.
 사실 꽤나 이전부터 확신하고 있었거든, 네가 시간선에 개입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과 그 능력을 통해 모두를 죽였었다는 것을."

 

...너는 한껏 일그러진 너의 표정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샌즈의 말은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지.
 너는 모든 괴물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인간이었는데 그런 네가 한때는 모두를 죽였다니.
 하지만 사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자명 한 일이었어.
 시간 축은 제멋대로 과거로 돌아가길 반복했고 너는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는 것처럼 행동했어.
 너는 언제나 위험한 상황에 도전했고, 죽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상황에서도 살아 돌아왔지.
 그래, 네가 언다인과 싸우던 핫랜드의 입구에서 나는 네가 시간을 멋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지.
 하지만 설사 언제든지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꿀 힘이 있다고 해도 평범한 사람이 너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너는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는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았어.
 설령 그 누군가가 엄청나게 강하고 너를 죽이고 싶어 할지라도 너는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었지.
 아무리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는 해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 텐데도, 아마 수십 번 혹은 수백 번은 죽었을 텐데도 너는 그들을 살렸어.

 그것 만이 아니지.
 너는 그들을 위해서는 뭐든지 해주려고 노력했어.
 요리에 있어서는 괴멸적인 재능을 가진 언다인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알피스를 위해 너에게는 재미도 없을 만화를 몇 시간이나 보고,
 심지어는 나조차도 먹기 힘든 파피루스의 스파게티를 꾸준히 먹어줬잖아?
 그 외에도 너는 괴물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는 그것이 얼마나 힘들 일이건 개의치 않았지.
 다른 괴물들은 그런 너의 모습에 감동한 것 같지만, 이봐 꼬맹아.
 내가 그런 너의 모습에서 뭘 발견했을 것 같아?

 그건 거의 발악에 가까운 속죄였어.
 너무나 큰 죄를 저질러 버려 죄악감에 짓눌려 죽어가는 사람의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지.
 너는 모든 괴물들에게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하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몇몇 괴물들에게는 그렇지 못했지.
 나와 언다인.
 우리 앞에서 너는 태연한 체 하면서도 불쌍할 정도로 떨고 있었지.
 언다인이야 처음에 너를 죽이려고 들었으니 그렇다고 쳐도 대체 어째서 나를 두려워하는 걸까?
 답은 뻔하지.
 너는 모두를 죽였고, 나에게 심판받았었어.
 그렇지 꼬맹아?"

 

하늘은 어느새 붉은 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차가운 어둠만이 내려앉았다.
샌즈의 눈동자에서도 이미 빛은 사라져있었다.
그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너를 심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너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결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너는 과거의 시간선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를 원했고 다소 부족하나마 이렇게 샌즈에게 심판받아 죽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친구의 손에 심판받아 죽는 것이 과거 스스로의 친구들을 모조리 죽여버린 머저리에게 어울리는 최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너는 고개를 들어 샌즈의 눈-으로 추정되는 곳-을 바라보았다.
너는 그를 보며 그가 너를 죽여도 받아들이겠다고, 그 것이 옳바른 결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네가 아는 한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는 것을 실패한 적이 없으니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너의 예상과는 다르게 행동했다.

 

"예전에, 파피루스가 퍼즐을 만든답시고 내 실험 일지를 찢어버린 적이 있었지.
 제 딴에는 나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찢어진 실험 일지를 숨기고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면서도 나한테 미안했던지 나를 위해서는 뭐든 해주려고 하더군.
 뭐, 그 '뭐든'에 스파게티가 포함되는 건 유감이었지만.
 어쨌든 간에 파피는 나를 위해서는 뭐든지 해주려고 했는데 그게 귀여워서 그때마다 그냥 모르는 척하고 고맙다고 했더니 오히려 더 안절부절못해 하더라고.
 뭐, 너도 알다시피 내 동생이 보통 착한 게 아니잖냐.
 나에게 뭔가를 해줘서 내게 감사 인사를 들을 때마다 오히려 나에 대한 죄책감이 커진 모양이더라고.
 결국 내게 모든 일에 대해 고백하고 용서를 받은 뒤에야 원래의 유쾌한 파피루스로 돌아올 수 있었지.
 글쎄, 어쩌면 너도 파피루스를 보면서 무언가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꼬맹아."

 

그는 시답잖은 추억이나 농담을 말하는 것처럼 가벼운 어조로 이야기를 했으나 너는 너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지금, 정말로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로 말한 걸까?
저 샌즈가, 저 냉정한 심판자가 정말로 우리가 저지른 그 모든 끔찍한 악행들에 대해 용서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너는 희망을 느꼈으나 동시에 경계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너는 어쩌면 그가 단순히 확증을 바라고 있으며 네가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난 뒤에야 너를 심판할 계획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 아마 그럴 것이다.
너는 그의 심판을 더 편하게 해주기 위해 모든 사실을 고백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대를 버리지 못해 떨리는 목소리로 너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전에, 한 아이가 지하세계에 떨어졌어.
 그 아이는 지하세계의 괴물들 중 몇몇과 친구가 되었고 함께 즐거운 시절을 보냈지.
 하지만 어느 날, 인간을 싫어하는 한 괴물이 아이를 공격했어.
 아이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죽기 싫다 울부짖으면서도 곧 죽음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지.
 그러나 다음순간. 아이는 상처 하나 없이 처음 자신이 떨어졌던 노란 꽃밭 위에 누워있었고 어떤 괴물도 아이를 기억하지 못했어.

 아이의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시간을 되돌린 거야.
 그다음부터 아이는 자신의 의지대로 시간을 조종할 수 있었어.
 처음에는 그 힘을 통해 모두와 친구가 될까도 생각했지만 불행히도 아이는 너무 어렸어.
 아이는 자신을 죽인 괴물을 용서할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아이는 자신을 죽인 괴물을 죽였어.

 괴물을 죽이자 아이는 자신의 힘이 강해지는 것을 느꼈어.
 동시에 그 괴물을 죽이는 것을 방해하며 거치적거리던 괴물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지.
 그래서 아이는 그 방해가 되던 괴물도 죽였어.
 그런 아이에게 화를내는 괴물들도, 가로막는 괴물들도,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는 괴물들도 전부 죽였어.
 죽이면 죽일수록 더 죽이고 싶어졌어.
 어느 순간부터는 단지 죽이고 싶어서 괴물을 죽이면서 그 괴물을 죽여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었지.

 다른 모든 생명체를 위해 아이를 가로막았던 영웅도 시간을 다루는 아이한테는 적수가 되지 않았어.
 동생의 복수를 하려 하는 형 괴물을 죽이는 건 매우 힘들었지만 결국 아이는 해냈지.
 더 이상 어떠한 괴물들도 아이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게 되었을 때 아이는 주변을 둘러보았어.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어.
 아무도.

 그제야 아이는 자신이 모든 괴물들을 죽였다는 것을 깨달았어.
 아이가 죽인 괴물들 중에는 아이와 과거 친구였던 괴물들도 있었는데 말이야.
 아이는 후회했어.
 그래서 아이는 모든 것을 되돌렸지.

 샌즈, 네가 생각한 대로야.
 그 아이는 모두를 죽였어.
 그중에는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동생, 파피루스도 끼어있었지.
 심지어 나는 너조차도 죽였어.
 그런데도 너는 그 아이를 용서할 수 있니?"

 

그는 대체로 침착하게 너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너는 네가 파피루스가 살해된 것에 대해 말할 때 그가 분노하는 것을 느꼈다.
너는 긴장감에 목이 바싹 타오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의지를 가졌다.
샌즈는 너의 말이 끝난 다음에도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어두워졌던 하늘이 다시 붉게 빛나기 시작할 무렵에야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내가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너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어.
 네가 얼마나 뉘우치든 간에 너는 그 빌어먹을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반성하고 있다고는 해도 이 세상에 질리면 언제든지 다시 시작하고 다시 모두를 죽일지도 모르는 너를 진심으로 용서하긴 어려웠지.
 하지만 그때, 심판의 복도에서 내가 LV에 대해 설명해주던 때가 기억나냐 꼬맹아?
 내가 너는 LV가 아니라 love를 얻었다고 했던 때 말이야.
 하긴 기억 못 하는 쪽이 더 이상하지.
 그렇게 펑펑 울어놓고 말이야.
 사실 나는 그때 네가 love를 얻었다고 얘기하면서도 LV20의 너를 상상하고 있었어.
 지난 시간선의 그 곳에서 내가 보았을 작은 악마를 말이야.
 그런데 내가 그 말을 하자마자 네가 무슨 꼬마 괴물이라도 된 양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하는 거야, 당황했지.
 그제서야 나는 지금의 너를 보았어.
 너는 꼬마 괴물은 아니었지만 꼬마 아이였지.
 너는 몸도 마음도 상처투성이였고 스스로를 죽여가고 있었어.
 네가 그 순간 흘린 눈물은 진짜였고 너는 거의 너에 대해서 알게된 나만큼이나 괴로워 보였어.
 너는 너의 악행에 대해서 충분한 대가를 치르고 있었지.
 그 순간 나는 이제 더 이상 시간의 반복도, 학살도 없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어.
 그래, 그래서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어.
 아니 사실 이미 그때 그 눈물을 본 순간 너를 용서한 것 같아.
 꼬맹아,아니 프리스크.
 나는 네가 내게 했던 모든 잘못을 용서할게."

 

샌즈는 너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다.

 

"이리 와 친구."

 

샌즈는 마치 널 안을 듯이 두 팔을 벌렸다.
새벽빛을 받아 그의 두개골을 그때처럼 붉게 빛났다.
하지만 너는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는 힘껏 달려가 그를 껴안았다.

뼈가 너의 몸을 꿰뚫거나 하지는 않았다.
샌즈는 너를 가만히 감싸 안았다.
그는 진심으로 너를 용서한 것이다.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네가 바라던 엔딩이었다.
너조차도 몰랐었지만 이것이야말로 네가 원하던, 오직 너만을 위한 엔딩이었다.
너는 웃었다. 동시에 울었다.
네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물론 내가 너를 용서했다고 해서 다른 이들이 너를 용서한 것은 아니야. 나는 네가 다른 이들에게 사실을 말하-

 

 

 

 

 

 


-커헉?"

 

 

 

 

 

 

 

 

 

"터어어어어어얼렸구나! 이 멍청한 코미디언!"

 

너는 하얗게 웃는다.
미친 듯이 웃는 너의 모습은 흡사 재미있는 코미디쇼라도 본 듯하다.
네가 샌즈를 보고 이렇게 웃는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만해.

샌즈가 경악하여 너를 바라본다.

"너.... 나를...... 속인...... 쿨럭"

"하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아무도 속이지 않았어. 너에게 거짓말 한 적도 없고. 혼자 속아넘어가놓고서는 멍청하긴 : ) "

그렇게 말한 너는 샌즈의 등에 박아 넣은 칼을 비틀어버린다.
샌즈가 한차례 몸을 떤다.
그러거나 말거나 너는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한번 칼을 돌린다.
싫어!
눈물이 흐른다.
제발 그만둬 차라.
이제 충분하잖아?

"아하하하하하 싫은걸 프리스크. 네 영혼은 이제 내 거잖아? 내가 무슨 짓을 하던 이제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거기서 계속 멍청하게 해설이나 하고 있으라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차라는 이내 샌즈를 내팽게쳤다.
황혼이 아니라 새벽이었지만, 가슴이 아니라 등이었지만,
그때의 재현이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차라는 내가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자 거슬렸는지 아예 눈을 감고서 말을 잇는다.

 

"뭐, 그래도 가는 길 섭섭하지 않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는 알려줄까나~사실 네 예상은 꽤 정확했어.
 놀랐다고. 그렇게 정확히 알아낼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런 너조차도 나의 존재까지 알아내긴 힘들었겠지.
 나는 차라, 지하에 떨어진 첫 번째 인간이야.
 뭐, 쓸데없는 잡설은 생략하고 간단히 말할게.
 내 목표는 모든 인간의 불행이고 저번 시간선에서는 프리스크의 도움으로 목표를 거의 이뤘었지.
 그래. 거의.
 프리스크가 충분한 LV를 쌓은 덕분에 나는 잠에서 깨어나 프리스크의 몸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7개의 영혼을 모아 순조롭게 세계를 멸망시켰어.
 처음에는 만족했지.
 드디어 내 복수를 완료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말이지, 아직 '모든' 인간이 고통스러워하지는 않고 있잖아?
 그래, 프리스크를 말하는 거야.
 그 아이도 인간인데, 편안히 둘 수는 없잖아?
 뭐, 그때는 프리스크를 어떻게 할 방법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이 정도로 만족하려 했는데 말이야,
 이 사랑스러운 파트너가 자신이 저지른 모든 일을 후회하지 뭐야? : )
 그래서 이 모든 일을 되돌릴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어.
 대가로 영혼을 요구했지만, 프리스크는 기꺼이 받아들였지.
 아마 그 머저리는 그게 뭘 의미하는지도 몰랐을걸?
 프리스크가 마침내 너희 모두를 구해내고 지상의 해를 본 순간, 그 애는 그 모든 결과에 만족했고 그 순간 프리스크의 영혼은 나의 것이 되었어.
 원래는 프리스크의 몸을 이용해서 너희 모두를 죽이는 게 계획이었는데 말이야.
 네 덕분에 더 훌륭한 결말을 찾을 수 있었지.
 정말 고마워 코미디언.
 파트너의 의지가 꺾여 가는 게 느껴지는걸.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모든 것이 완벽해지겠지.
 마침내 나는 나의 복수를 완성시킬 수 있을 거야. : )"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붉은 언덕위에서 차라의 웃음소리만이 울려퍼진다.
나는 의지가 서서히 빠져나감을 느꼈다.

어리석었던 나는, 한없이 무력했다.

 

-end-

 

 

 이건 내 인생 처음으로 도전해본 소설 비슷한거였는데 너희들이 너무 좋게 반응해줘서 감동먹어서 언갤에 눌러앉았다.

진짜 추억이네.

이때는 진짜 열정을 다해 몇시간씩 투자해가며 글을 썼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