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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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는 부서졌고, 지하의 괴물들은 모두 지상으로 나가게 되었다.
지하는, 텅 비게 되었다. 그것은, 그릴비도, 스노우딘 상점도, 그리고… MTT 호텔의 MTT버거도 마찬가지인 이야기.
해도 뜨지 않았는데 어디서 공사라도 하는지 소란스러운 아침을 가르면서, 버거팬츠의 방 안에 알람소리가 울려퍼졌다.
버거팬츠는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을 뜨려고 애쓰며 손을 머리맡에 더듬거렸다. 그의 육구 끝이 액정화면에 닿는 느낌이 들면서 알람소리가 멈췄다. 버거팬츠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화장실로 향했다.
씻고 나와서 겨우 잠에서 깬 버거팬츠의 눈에, 자기 거처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거실도 뭣도 없이 한쪽에는 낡은 싱크대와 작디작은 누런 냉장고, 저쪽에는 현관으로 추정되는 자그마한 바닥 구획, 이쪽에는 방금 일어났던 이불이 보였다. 잠시 그 비좁은 방을 바라보던 버거팬츠는, 모처럼 이불을 개려다가 그만두었다. 어차피 일하고 돌아오면 다시 픽 하고 쓰러질 텐데 무엇하러 개나 싶어서였다.
대충 샤워도 했고, 나름대로 앞머리로 추정되는 털도 빗었고, 옷도 그나마 상태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갈아입은 버거팬츠는 심호흡을 하고서 문을 열었다. 끼익. 뻑뻑한 감각을 남기며 문이 열렸다 닫혔다.
'인간들의 방송에서 나오는 드라마에선 무슨… 번호 같은 걸 누르고 문을 잠그던데 여기는 그런 게 없나보다. 구식 같으니. MTT버거에서 번 돈을 다 갖다 바쳤는데 꼴랑 이런 방이라니… 후우.'
버거팬츠는 열쇠로 문고리를 잠그며 속으로 남몰래 불평을 했다. 사실 이런 비좁은 방도 괴물로서는 겨우 들어온 것이었기 때문에, 쫓겨나지 않으려면 집주인의 비위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인간들은 이런 처지를 보고 '을'이라고 했던 것 같다고 버거팬츠는 생각했다.
세 놓는 주택이 즐비한 골목길에서 빠져나온 버거팬츠는 하품을 하며 걷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해가 조금씩 뜨는 것이 보였다. 버거팬츠는 그 광경을 힐끗 보고서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버거팬츠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걸이로 어디론가 향했다. 이 속도로 간다면 제 시간에 딱 맞게 도착할 수 있다. 버거팬츠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걸어가는 중이었다. 오전 여덟 시까지는 가 있어야 한다. 대중교통을 타도 되지만… 인간들의 시선이 버거팬츠에게 너무나도 많이 꽂혔기 때문에, 버거팬츠는 점차 대중교통을 피하게 됐다. 월셋방과 알바하는 곳이 멀어서, 걸어서 간다면 엄청 이른 시간대부터 나가야 하는 것이 흠일 뿐이었다.
해가 떠올라서 사물이 선명하게 보이게 될 때쯤, 버거팬츠는 아르바이트 현장에 도착했다. 간판에 '웩도널드'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버거팬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스태프룸에 들어가 그 프랜차이즈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색깔만 다를 뿐 익숙한 유니폼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지상에 나와서도 버거팬츠는 버거 파는 일을 했다. 지하에 있는 MTT버거에는 더 이상 손님이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그동안 번 돈을 지상에서 다 써버린 버거팬츠는 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원래는 패티 굽는 일도 했었지만, 저번주쯤엔가 클레임이 들어와서 그 일은 못하고 카운터를 보는 일만 하게 되었다. 뭐랬더라, 저렇게 털 많은 괴물이 음식을 만든다니, 털이 들어있기라도 하면 어쩔 거냐고 그랬던가? 뭐 그런 식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버거팬츠는 패티 굽는 일에서 제외되었고, 다른 알바생인 인간들은 버거팬츠를 뒤에서 욕했다. 들으나마나 뻔했다. 저 괴물은 편한 일이나 하고 더운 날에 패티 굽는 건 우리만 한다는 식이겠지.
'바보같긴. 내가 패티 굽기 싫어서 안 굽는 줄 아나.'
버거팬츠는 주문을 받는 공간에 서서 생각했다. 물론, 이 불평도 속으로. 을은 갑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 괴물로서는 이 알바자리도 겨우 구한건데. 인간한테 뭐라고 한 소리 듣기라도 하면 정말로 끝이다. 버거팬츠는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다.
잡생각을 하는 사이, 첫 손님이 가게 문을 짤랑거리며 들어왔다. 인간 손님이다. 이 지점에는 처음 와본 것인지, 그 사람은 버거팬츠를 보고 흠칫 놀라는 눈치였다. 하긴 괴물이 어디서 일하는 건 별로 본 적 없겠지. 버거팬츠는 MTT 호텔에서 계속 써먹었던 그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손님을 응대했다.
오전타임의 알바가 끝나고, 버거팬츠는 유니폼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버거팬츠는 평소랑 똑같은 뚱한 표정으호 버스에 올랐다. 아침에야 걸어가면 사람들이 버거팬츠에게 주목할 일이 별로 없지만, 오후에는 대중교통을 타든 아니면 걸어가든 밖에 나와 있는 인간이 많았기 때문에 버거팬츠가 받는 시선에는 별 차이가 없어서였다.
삐 소리를 내며 버스가 멈추고 사람들이 내리고 타고가 몇 번 반복되고 나서야, 버거팬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내린 곳은 버거팬츠의 월셋방 근처가 아닌…….
"후와… 여기는 언제고 사람이 많다, 정말."
버거팬츠는 꼭 시골에서 갓 상경한 사람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그런 버거팬츠에게, 웬 남자 인간이 넉살 좋게 전단지를 돌리며 다가왔다.
"거기 고양이를 닮으신 잘생긴 괴물분! 저번에도 오셨었죠? 저희 극단이 이 근처 ○○ 소극장에서 공연을 합니다. 언제 한 번 보러오세요!"
전단지를 들고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다른 사람들도 슬금슬금 다가와서 뭐라고 떠들면서 버거팬츠에게 전단지를 나눠주었다. 전부 인간들인데다가,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었다. 어디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니, 보러 와 달라는 내용. 버거팬츠는 어느새 자신의 두 손을 가득 채운 연극 포스터를 멀뚱히 바라봤다. 조잡하게 그려서 인쇄한 것부터 꽤나 그럴싸한 포스터까지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포스터를 바라보며 서 있으니 전단지를 주려는 인간은 더 이상 안 오고, 다른 인간들이 제각기 웅성대며 지나간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인간도 더러 있다. 인터넷에서는 '대학가에 맨날 나타나는 고양이괴물'이라는 느낌으로 약간 유명해지기까지 한 모양이었다.
버거팬츠가 내린 곳은 다양한 규모의 소극장이 모여 있는 대학가였다. 연기자의 꿈이 시작되는 곳.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버거팬츠는 오후에는 대학로에 거의 출근하다시피 오고 있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돌아다닌 버거팬츠의 걸음걸이는 터덜터덜했다. 돌아다니다 진이 빠진 탓이었다. 여러 연극을 늦게까지 보느라 진이 빠진 것은 아니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데 지쳐서 그런 것이었다. 버거팬츠가 대학가로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전에 MTT에게 찾아갔을 때처럼, 작은 극단이라도 좋으니 자신을 연기자로 써달라고 말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소규모 극단을 찾아다니며 사정하기를 반복. 버거체인 카운터 알바도 그렇지만, 누군가를 대하는 일은 유독 피곤했다.
"메타톤은 버거 굽는 사람으로라도 써 줬는데, 인간들은 가차없네……."
물론 버거팬츠도 극단들의 사정이 안 좋은 것은 알고 있다. 애초에 찾아갔던 곳은 모두 소규모라서 누군가 인원을 더 뽑을 여유도 없을테고, 무엇보다도…….
"괴물이 맡을만 한 배역이 없지, 젠장……."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을 버거팬츠는 알고 있었다. 이 전날에도, 또 그 전날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냉정히 말해서 아직은 괴물 등장인물이 필요가 없고, 있더라도 인간이 분장으로 끝낼 수 있다' 였으니까. 그래도 혹시나가 있으니까, 도박을 하는 것 같은 심정으로 오늘도 대학가에 온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나다.
버거팬츠는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서 충동적으로 담배를 샀다. 굉장히 비쌌다. 이걸로 내일 아침은 못 먹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왕 산 거 패기롭게 한 개비를 꺼내서 불을 붙였다. 아마 버거팬츠는, 내일부터 대학가에 오지 않을 것이다. 자리에서 한 개비를 다 태운 버거팬츠는, 집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장이 몇 걸음 남지 않았을 때, 버거팬츠는 주변을 둘러봤다. 새카만 하늘에는 벌써 달도 떠 있고, 가로등도 켜져서 노란 불빛을 바닥에 쏟아내고 있다.
탁 트인 하늘이다. 버거팬츠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겨우 저걸 보기 위해서 기어나온건가, 난……?"
생각해 보면 지하에 있을 때랑 모든 것이 똑같았다. 누가 봐도 한심해 할 만큼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버거가게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도, 누구나가 다 바라봐주는 연기자가 될 수 없는 것도, 에봇산 대신 하늘이란 것이 머리 위를 덮고 있는 것도. 아, 비가 오는 것 같다. 눈에 물이 떨어져서 볼을 타고 흐른다. 아, 아니. 비가 따뜻할 리 없다.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이 그저 새카맣기만 하다. 버거팬츠는 눈물을 훔쳤다. 이제 슬슬 버스가 올 때가 됐다. 이걸 놓치면 오십 분 정도를 더 기다려야 집에 한 번에 갈 수가 있다.
지쳐버린 다리를 조금이라도 쉬게 해 주기 위해서, 버거팬츠는 버스정류장에 있는 가로로 긴 의자에 털썩 앉았다.
"……?"
앉으니 그제서야 보이는 게 있었다. 칙칙한 버스정류장에 붙어있기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그런 포스터. 너무 알록달록해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것같은 그런 포스터가 정류장 벽에 붙어 있었다. 버거팬츠는 그 포스터에 쓰인 글을 떠듬떠듬 읽었다.
"햅스타…극단…? 괴물도 인간도 상관없으니 연기자를 모집한다고……?"
"……."
"…분명 저렇게 써 놓고선 인간만 뽑겠지."
잠시 고민하던 버거팬츠는 단정짓듯 혼잣말을 했다.
때마침 버스가 도착했다. 버거팬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거팬츠는 버스 앞문으로 탑승을 하고, 버스카드를 찍은 뒤, 적당한 자리를 골라서 앉았다. 버거팬츠는 턱을 괴고선 창밖을 바라봤다. 검은 어둠 사이에 간판이나 네온사인이 알록달록하다.
"…그래도, 여기 오는 마지막 날이라고 정했으니까,"
버스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거팬츠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일어서려고 애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저씨, 잠시만요! 잘못 탄 것 같아요! 내려주세요! 죄송합니다!"
뒤에서 기사가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버거팬츠에게는 상관없었다.
이번이 진짜로 마지막이다. 정말로. 단역이라도, 그냥 스쳐가는 배역이라도 상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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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에는 불살 크레딧에 그 잔디. 갤럼들 전부 알지?
퇴고 안해서 오타 있을수도 있음
잘 읽었어 버빤 짠하자 - dc App
좋은데 이게 왜 안올라가냐
잘썼다 버빤 감정이랑 잘녹여냈네
일주년대 시상식 링크타고 와서 읽음. 짠해서 눈물나네 버스에서 황급히 내리는 건 드라마 한 장면을 보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