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ence[1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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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eat[2회차]


(하늘이여 / Oh Lord - 불꽃심장 / Flaming Heart)

06 - 여섯

아이는 인형을 만났다.
그저 서 있는 인형을 한번 훍듯이 쳐다보고는 휙 하니 몸을 돌렸다.
뭍으로 올라가려 하자, 인형이 아이의 앞길을 막았다.

"너..! 넌... ..... 음, 아냐. 미안해. 넌 굉장하구나. 난 가봐야겠다. 집보기를 해야 할 시간이거든."

인형은 한순간 분노하듯 떨었지만, 금방 그만두고 어색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곧바로 어딘가로 가버렸다.
아이는 하염없이.
그리고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고물을 판다는 거슨이라는 괴물을 만났다.
거슨은 아이를 흘끔 보더니 낮게 웃었다.

"끌끌.. 자네인가? 위험하다는 인간이."
"..도망. 안 가나 봐?"
"이런 늙은이가 가봤자 뭐하겠나. 자리만 차지하지.. 그것보다 자네는 왜 괴물들을 죽이고 다니는 것이지?"

아이는 거슨이 쳐다보며 조소했다.

"너희들이 우리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니까."

거슨은 입을 다물었다.

"너희의 병은 잘 알고 있지.. 그래.. 그리고 그 시발점도.."

아이는 여태 보인 적 없는 다급함의 얼굴로 거슨에게 손을 뻗었다.
거슨은 아이의 손을 가느다란 플라스틱의 봉으로 살짝 쳐냈다.

"하지만, 알려주지 않을걸세. 그건 자네 같은 무자비한 자에게 알려줄 것이 아니네. 그리고 그걸 알아서 어찌하려고?"
"말해..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어. 영원히 알지 못하게 되더라도, 내가 할 일은 변하지 않아."

아이는 한층 더 날카로워진 장난감 칼을 꺼내 들었다.
거슨은 잠시 생각하듯 두 눈을 감더니 작은 웃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하. 죽이게나. 어차피 오래 살 수 없는 늙은이일세."
"...."

아이는 손끝을 떨었다.
진실을 알고 싶어했고, 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거슨의 시발점이라는 게 신경 쓰였다.
지금 죽인다면, 정말로 들을 수가 없게 돼버릴 것이라 생각했다.

"망설이고 있구만."

아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아이는 칼을 휘두른다.
거슨은 피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를 불쌍하게 쳐다볼 뿐..

"그거면 됐네.."

아이는 숨을 헐떡이며 깨물었던 입술을 해방시켰다.
매발톱꽃이 가득 피어나는 자리에 아이의 절규 같은 비명이 잠시간 울렸다.

"아..아아아아!!!!"

그것은 분노이기도 했고, 짜증이기도 했고, 슬픔이기도 했고, 경멸이기도 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칼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고, 아이는 매발톱꽃들을 노려보았다.

"전부, 전부, 전부 보아왔어. 너희 괴물들은 살려둘 가치가 없다고! 무자비한 건 너희야!"

아이의 붉은 눈이 뜨인다.
아이는 짜증과 분노를 쏟아내듯 거칠게 말을 내뱉고 조금이 지나서야 숨을 골라 진정했다.
그리고 바닥에 흘려버린 자신의 칼을 쳐다보았다.
칼은 슬쩍 들썩거리더니, 천천히 떠올라 아이의 손에 쥐었다.

"왜.. 도와주지 않았어.. 앨리스를 못 본 체했어.."

아이의 뺨에서는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하지만 이미 죽은 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렇게나 지상이 가고 싶었어? 위선자. 죽어가는 이를 못 본 체하는 위선자."

아이는 고물 무더기에서 금이 간 안경과, 너덜거리는 책을 꺼냈다.
그리고 아이는 그것들을 지하의 상자에 넣었다.
아이는 상자 안에 칼을 뺀 모아둔 아이들의 유품을 넣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빛이 없는 길일 텐데도, 더듬거리며 망설임 없이...
그리고 괴물들을 샅샅이 찾아내 모조리 죽였다.
아이는 어둠 속을 나아간다.
더 이상 괴물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어둠 속을 걸어나가, 물길을 지나, 하나의 메아리 꽃에 도달했다.
아이는 메아리의 꽃말대로 뒤를 돌았고, 그곳에는 언다인이 서 있었다.

"여섯. 그것이 지금 모인 영혼석의 수.. 일곱.. 그것이면 왕은 신이 되어, 지상을 정복할 수 있다. ..살인자. 네가 속죄할길은
네 영혼석을 내놓는 일이다. 너는 수많은 무고한 괴물들은 죽였어. 어차피 순순해 내놓진 않겠지.. 각오해라."

아이는 무고한 괴물이라는 말에 조소했고, 말이 끝난 언다인은 마법으로 된 창을 들고 돌진했다.
그런 아이와 언다인 사이에 괴물 꼬마가 튀어나왔다.
언다인은 멈출 수밖에 없었고, 괴물꼬마의 눈치 없는 행동에 괴물꼬마를 데리고 언다인은 사라졌다.

아이는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얕은 물길 위의 메아리 꽃이 보인다.

"..."
".... 넌.. 프리스크가 아니구나.."

아이는 그곳에서 기다리던 꽃을 바라본다.
꽃은 고개를 들어 아이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떨구고는 사라졌다.

"겁쟁이."

아이는 메아리꽃 너머로 건너간다.
그리고 다리 위에서 괴물꼬마의 부름에 다리를 멈추었다.

"음..! 저,저기! ... 언다인에게 들은 건데.. 네가.. 네가 아주 나쁜 일을 하고 있다더라.. 그.. 음! 그러니까! 거짓말이지?"

아이는 살짝 웃었다.
괴물꼬마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꼬리를 바짝 세우며 아이를 노려본다.

"음! 아,아무래도 아닌 거 같네. 더,더 이상 누굴 해치게 두진 않아! 가,각오해!"

아이는 괴물꼬마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칼을 휘두른다.
누군가가 재빠르게 아이와 괴물 꼬마 사이에 끼어들었고, 고통을 참는 소리를 낸다.

"큭.."
"어, 언다인!!"

언다인의 허리에서 선명한 붉음이 흘러내린다.

"도,도망가라. 꼬마야."
"하,하지만... 다,다쳤잖아요!"
"이 정돈.. 아,무 문제없어."
"하지만.."
"어서!"
"으..음...! 제,제발 무사히 돌아와 줘요!"

괴물 꼬마는 다리 건너편으로 사라졌다.
언다인은 그런 꼬마를 바라보더니,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무릎을 꿇었다.

"하, 하하.. 이런.. 문제없다곤 했는데.. 한번에... ....넌 멈추지 않겠지.. 그렇지?"
"멍청하네... ..하지만, 그 녀석보단 네가 더 많을 거 같긴 해."
"...그래. 멈추지 않는구나.. 이것 참.. 하하.. 알피스.. 화내겠지.. ..너. 난 너를 막을 것이다."
"이미 꽃잎들이 떨어지고 있잖아?"

아이가 조소한다.
그리고 한 발짝 나아가려 했을 때, 언다인은 벌떡 일어났다.

"아니. 난 너를 막기 전까진 죽지 않을 것이다. 괴물도.. 의지가 있어!"

언다인의 갑옷에서 무언가의 액체가 주르륵 바닥으로 떨어진다.
언다인의 허리에 있던 물뿌리개도 녹아내려 언다인의 붉은 치마를 더럽힌다.

"너를 반드시 막을 것이다! 각오해라!"

무언가가 부서져 내리는 소리가 난 것 같다.
언다인의 주변이 물로 거세게 휘몰아쳤다.
아이는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팔을 들어 올렸다.
물이 서서히 가라앉자, 여기저기 덩굴과 꽃을 피워낸 언다인이 서 있었다.

"걱정 마. 혼자는 보내지 않아. 쓸쓸할 테니까.. 살인마 꼬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