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유독 나를 예뻐해주셨던 분이셨다.
대학 합격 뒤 누구보다도 기뻐하신 분이셨다.
유학도 해외연수도 아닌 단순 여행갔다왔는데 우리 ㅇㅇ이 외국간다면서 돈 보태주시던 분이셨다.
여행 다녀오면서 큰아버지 드릴 선물로 가죽 벨트를 사긴 했는데 뵐 겨를이 없어 계속 묵혀두고 있었다.
서울과 부산은 너무 멀다는 핑계로 나는 몇 번의 명절을 내려가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3월 부고가 들려왔다.
서울과 부산은 실제로도 너무 멀었다.
나는 입관조차 보지 못했다.
영정사진에 걸린 큰아버지의 희미한 미소.
육개장, 밥, 큰어머니의 통곡과 기절
화장터. 큼직한 뼛조각.
영정사진. 내 가슴팍보다 작은 도자기 안에 담겨있을 뼛가루들.

지금 나를 괴롭히는건 단 하나의 궁금증이다.
내가 지난 설날에 내려갔다면 과연 내게 무슨 말씀을 해주셨을까.
아니, 지지난 추석이었다면.
아니, 지지난 설날이었다면.

아직도 내 방엔 누구도 쓰지 못한 가죽 벨트가 말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