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는 얼굴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일그러뜨리며, 바로 앞에 놓인 접시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어...프리스크, 이거...아주..."
평소같이 보는 사람의 가슴이 왠지 모르게 답답해질 정도로 지나치게 차분한 얼굴을 지닌 꼬맹이. 차라랑 나잇대는 거의 비슷했지만 도통 감정의 깊이가 어디까지 파여있을지는 차라를 포함해 에봇산의 모든 존재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지금 더 무서운 게 아닐까, 라고 차라는 생각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음...음...조...좋아! 맛있어 보여!!!! 다, 당연하지! 초콜릿보다 더 달콤해보인다고!!! 응, 응?!!!"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더더욱 불안해진 차라는 애써 웃는 얼굴로-매우 심해보이는 온갖 비유와 과장을 곁들여가면서-앞에 놓인 '마물'을 어떻게든 칭찬해주고자 했다. 당연하지만, 초콜릿이 인생식품인 그에게는 지금 이 말을 할수록 가슴 깊은 빡침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저걸 먹게 되는 일은 솔직히 없었으면 했다. 진심으롷.
묵묵히 차라의 말을 듣던 프리스크가 갑자기 탁자 밑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순간 찔끔했던 차라는 잠시 후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내쉴 수 있었다. 프리스크가 꺼내든 건 '더 지독한 코스요리 그딴 게 아니라, 지극히 평범해보이고 널려있을 것 같은 종잇장과 조그만 펜 하나 뿐이였다.
몰래몰래 안도하려 했던 참이였지만, 갑작스럽게 닥쳐온 위화감에 차라는 '응?'하는 얼빠진 표정을 짓고 말았다.
...펜이랑 종이가 지금 왜 필요한거지...?
뭐라고 물어보기도 전에 벌써 프리스크는 빠르게 무언가를 종이에 휘갈겨쓰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던 차라 앞에, 그는 어딘가가 득의양양해보이는 표정으로 휘갈겨써놓은 그것을 당당히 내밀었다.
"어...먹...어?"
순간적인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인간은 폭력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인간세계의 어떤 방송국이 훌륭히 실험을 통해 증명한 것처럼, 차라는 괴성을 지르면서 의자와 테이블을 우장창!하고 뒤집어엎으며 튕기듯이 일어났다.
"이 개새끼야아아나아나안아아아아앜!!!!!!!!!!!!!!! 넌 지금 나 같은 고결하고 세계를 멸망시킬 힘이 이 배땨지 속에 있는 칼에 깃든 선택받은 신에게 저런 무엄하게 김을 모락모락 내뿜는 밀가루반죽 패거리를 잡수라고 내미는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
"응."
프리스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아주 간단히 대답했다.
"이...이이이이이이이익!!!!! 존나 무엄하네에에에에!!!!!!!!!!!!!!!!!!!!!!!!!!!!!!"
혼자서 정체모를 분노로 날뛰는 차라를 힐끗 바라본 프리스크는, 다시 한번 뒤집어진 테이블 밑을 뒤집었다.
잠시 후, 그의 손에 들려있던 것은 다름아닌....
"BARK... BARK."
...왠 새하얀 강아지 한 마리였다.
이상하게도 목줄에는 'TOBY'라는 이름이 아주 대문짝하게 각인되어있었지만, 차라에게는 지금 그런 요소 따위는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솔직히 자기도 왜이러고 있는지 이해는 안되었지만 대충 말해보자면, 글쎄, 그냥 프리스크가 원래 싫어서 자기가 이렇게 폭발한 게 아닌가 싶었다.
"헤이 차라!!! 똔 뚜댓!!!!!!!!"
갑자기 강아지의 눈에서 푸른 서광이 비치더니, 강아지가 우렁찬 목소리로-그것도 인간의 언어로-그렇게 외치면서 그 자그마한 몸을 차라를 향해 정면으로 날렸다.
그상태로 강아지의 꼬리가 갑자기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리며 차곡차곡 접히기 시작하더니, 끝에서부터 엄청난 불꽃을 내뿜고 있는 로켓 스러스터가 튀어나왔다.
"로켓!!!!!!!!!!!!!!! 펀치이이이잉이ㅣ이이잉이ㅣ!!!!!!!!!!!!!!!"
스러스터의 새파란 불꽃이 전력을 다해 기동, 총알보다도 약 60배정도 빠른 가속도를 강아지의 몸을 실어준다.
푸른 섬광의 궤적을 뒤에 남기며, 도저히 요격할 수 없는 엄청난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테이블을 가로지른 강아지의 머리부터 차라의 배때지를 향해 클린-히트.
'가스터 스러스터'라는 괴물왕국 최고의 극비 우주 프로젝트로 탄생한 견병기 '짜증나는 개'에 의해 바로 그 순간, 인간계에서부터 온 '차라'는 전혀 손도 쓰지 못하고 패배한 것이다.
"크헉!!!!!"
차라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테이블 옆에 성대하게 고꾸라졌다.
"크...크큭...지금 네 놈...편법을 쓴 건가...하...하지만 잘되었다...결국 니놈은...나를....너만의 능력으로 패배시키지...꿰에엑!!!!!"
어느새 배때지에 들어있던 식칼과 혼연일체가 되어 대놓고 '사악한 티를 내고 있다'라는 투로 대사를 읉고 있던 차라의 입술에서 별안간 또다른 괴성이 튀어나왔다.
프리스크가 입술이 약간 오그라든 것 같은 표정으로, 개 꼬리를 두손으로 잡고 차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당연한 광경이였지만 그 꼬리의 주인은 차라의 머리 위를 상당히 납작하게 짓누른 채로 멀뚱멀뚱 있다가, 'BARK'라고 한 번 하품하듯이 짖고 뒤집어진 그 상태로 코까지 골며 잠들어버렸다.
차라가 뭘 하기도 전에 차라의 입술 사이를 크고 딱딱한 무언가가 비집고들어왔다.
"읍..으읍...웁....웁....웁웁웁!!! 우우웁!! 우우우우웁!!!!!"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는 차라의 머리 위로 개 철퇴가 한번 더 내려박혔다.
프리스크는 개꼬리를 잡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페도새끼야 무슨 생각을 한 거야'라고 대충 휘갈겨쓴 쪽지를 차라 이마에 대충 침으로 붙여버렸다.
"웁..우웁....웁웁...(씨발...내가...뭔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차라는 더이상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프리스크가 뒤집혀진 테이블로 가져가더니, 바닥에 온통 떨어져있는 이상한 쌀반죽들을 주섬주섬 주워담기 시작한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웁!!! 웁우우우우웅우!!!!!!(뭐야!!!! 너 그거 왜 담는 건데?!!!!!)"
입에 커다란 푸른색 뼈가 쑤셔박힌 채로 필사적으로 답을 구하는 차라였으나 프리스크는 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 반죽을 회수해가더니...
...마침내 마지막 하나까지, 다 주워담아버렸다.
평정심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차라의 눈동자를 흘끗 쳐다본 프리스크는 다시 종잇장을 들더니 무언가를 휘갈겨썼다.
'지금부터 간식을 줄게'
"웁?!?!! 우우우우우우우--꿰에에에엑!!!!!"
매우 당연하게도 다시 한 번 개 철퇴를 머리에 내려박히는 차라였다. 참고로 몇번씩이나 등짝을 두개골에 힘껏 부딪혔는데도, 당사자인 개는 아무일도 없는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코거품까지 뿜으며 잠에 들어 있었다.
차라는 마음속으로 '시발 죄송해요 토리엘느님 죄송해요 디덤킹형 존나 미안해요 인간계 시발 미안해 이런 새끼에 비해서 니들은 성자였어 시발 아힣흫겧겧ㅎㄱ'같이 마음을 어떻게든 추스리려고 무단히 노오오력했다. 무언가 단순히 '먹는 것'이라고 해도, 저렇게 미칠듯이 김을 내뿜는 물건을 삼키라는 건...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였다.
프리스크가 조심스럽게 쌀반죽을 손으로 반틈을 찢어냈다.
개철퇴를 피하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던 차라였지만, 그래도 그 반죽 속의 무언가를 보고 갑작스럽게 미지의 대상에 대한 기대가 피어오르는 건...어쩔 수가 없었다.
특히 자기한테는 효과가 매우 즉각인...특유의 달콤한 당분냄새가, 주변을 조금전부터 맴돌고 있었다.
...물론 기대한대로 모든 일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갑자기 프리스크가 입을 쫙 벌리더니, 그 안으로 손에 들려있던 달콤한 냄새를 풍기던 쌀반죽조각을 던져넣고 입을 꾹 닫아버리는 것이다!
차라는 크게 한번 몸을 부르르 떨더니, 입에 물려있던 뼈마저도 잊고 끄아앙아아아아아ㅏㅇ아악!!!!!하고 분노의 고함을 내질렀다.
"우으으으으으으으으ㅡㅇ으ㅡㅂ!!!!!!!(시발!!! 기대하고 해놓고 뭐하는 짓이냐고!!!!!!!)"
프리스크는...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표정이라 해봤자 입꼬리와 눈꼬리의 방향이 살짝 달라지는 정도였지만...차라는 무언가 엄청난 위화감이 심장 속에 쿵하고 내려앉는 것이 그대로 실감되었다.
...저 인성이 웃고있어...?
위화감에 대한 생각을 채 마치기도 전에 프리스크가 몸을 숙여 또 하나의 쌀반죽을 집어들고...
쪼갰다.
다음 순간 그 안의 내용물을 본 차라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옥 같은 건 안믿는다고 자부한게 엊그제같지만...
...차라는 정말로 지옥에 온 것 같다는 기분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스....스.....스.....스파...게/.....티......................"
프리스크는 잠시 차라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입을 열었다.
"파피루스 특제 스파게티를 함유한 '송편'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우우언언미엉ㅇㅇㅇ어어어어어어어어어ㅓ어어어엉어ㅓㅓ!!!!!!!!!!!!!!!!!!!!!!!!!!!!!!!!!!!!!!(안돼에에에에에에에엥에엥ㅇㅇㅇ에에에ㅔㅇ에ㅔ!!!!!!!!!!!!!!!!!!!!!!)"
눈앞가득히 닥쳐온 주황색과 붉은색...그리고 영문모를 하얀색의 무언가의 조합에, 차라는 정말로 날 좀 죽여달라고, 제발 이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온갖 소원을 다 담아 비명을 질러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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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에 스파게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