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나는 왜 그를 사랑하는 것일까?

 

실상 그와 내가 함께한 시간을 아주 짧았다.

그 중 그와 내가 함께 즐거워하던 시간을 더욱 짧았다.

야속한 그는 너무나 빠르게 이별을 선고했고 나는 추하게 그런 그에게 매달렸다.

나는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그를 괴롭혔고, 그는 그런 나를 비난했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였지만 그는 마치 시간이 되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대했지만 진정으로 시간이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에 대한 죄책감을 이겨내지 못했기에 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그를 찾아가는 것을 그만두었다.

 

참 이상한 것은 헤어진 이후로 그에 대한 나의 마음은 오히려 더욱 커져갔다는 것이다.

고작 그 짧은 시간을 함께했을 뿐인데도, 늘 좋기만 한 시간도 아니었는데도, 나는 그를 사랑한다.

 

생각해보면 헤어진 이후에도 그에게 민폐 아닌 민폐를 정말 많이 끼쳤다.

이전에 그와 함께했을 때 그의 모습을 회상해가며 그의 별거 아닌 행동 하나 하나에 내가 모르는 그의 비밀을 추측하는 것 정도는 양반이었다.

때로는 가당치도 않은 소설을 써가며 그의 성격을 내 맘대로 바꿔보기도 했고, 또 때때로는 기억 속 그의 모습을 화폭에 남기고자 괴악한 그림들을 그려내기도 했다.

 

누군가는 그런 나에게 경악하며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어째서 스쳐지나가는 이에게 그렇게까지 미련을 가지냐는 것이다.

 

글쌔...

나는 그를 사랑한다.

미래에는 어찌될지 몰라도 현재로써는 명백하기 그지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를 사랑하냐고 물어본다면, 참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지금의 나는 그의 모든 것을 좋아하지만, 어떻게 그를 좋아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첫눈에 반한 건 분명 아니었다.

그의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대체 왜 그를 사랑하게 됐을까?

그가 다정해서?

독특하고 재미있는 그의 성격 때문에?

비밀로 가득 찬 그를 파헤치는 데에 매력을 느낀 것일까?

혹은 그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옅은 죄책감 때문인가?

 

수많은 그럴듯한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중 어느 것도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된 진짜 이유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생일을 맞아 어째서 내가 그를 사랑하는지 말해보고 싶었으나 나조차도 내가 어째서 그를 사랑하는지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다른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어째서 그를 사랑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