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gall.dcinside.com/undertale/786714
언갤문학 - 내가 할 수 있는 일
일련의 사건을 겪은 샌즈는 게으른 그답지 않게 열심히 공부하여 소방관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천성은 어디 안 간다 했던가? 출동 업무보다 사무 업무를 먼저 하게 된 샌즈는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헤헤, 이런 건 내 적성에 안 맞는데.... 하고 싶은 일도 아니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야. 그릴비."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치며 모스 부호로 말장난을 하고 있던 샌즈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곧바로 허리를 펴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제 막 들어온 자신보다 아래직급인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하! 샌즈, 일은 잘 되어가나? 뭐 불편한 점은 없고?"
"예, 예! 괜찮습니다!"
"괜찮긴 뭘! 자네 얼굴에 지루하다고 다 써있어."
'...나는 해골이라 표정이 없는데.'
애써 '웃으며' 넘기는 샌즈였다.
"아무튼 별 건 아니고, 아스고어라고 했나...? 괴물 왕이 한 말이 있어서 말이야. 자네가 그렇게 말재주가 좋다면서?"
"마, 말재주요?"
'뼈 개그를 말하는 건가?'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인 샌즈는 그날부로 서류 업무에서 통신 업무로 보직이 변경되었다. 하루 종일 전화기 앞에서 사건 신고를 접수하고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그래도 서류보단 낫나?"
괴물이다보니 마법만 쓰지 않는다면 인간보다 상대적으로 피로가 덜 오는 덕분에 샌즈는 혼자서 야간 업무를 하게 되었다. 샌즈가 근무하는 소방서에서는 샌즈 혼자였지만 주변에 다른 소방서도 꽤 많았기 때문에 인력 부족은 일어나지 않았다.
뚜루루루....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걸려오는 전화에 샌즈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911입니다."
"제가 지금 엄청 해결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했거든요?"
"'해'결하기 '골'란한 상황이요?"
"줄여서 해골 상황이죠!"
"푸훗!"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대와 주고받는 유머에 문득 토리엘과의 노크 개그가 떠올랐다. 그러나 이내 업무 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대화 주제를 바로잡았다.
"크흠, 그래서 그 곤란한 상황이 뭐죠?"
"집에 TV가 안 나오길래 지붕 위로 올라가 안테나 선을 좀 만졌는데 갑자기 스파크가 튀더니 지붕에서부터 시작해서 집이 다 불타고 있어요."
"지붕이 그렇게 쉽게 불탄다고...? 오, 설마 당신네 집 지붕은 골판지로 만들었나요? ...가 아니라 완전 위급상황이잖아! 주소가 어디예요!"
"여기가 어디냐면... 그러니까...."
주소를 들은 샌즈는 곧바로 소방차를 요청했다. 집주인은 무사했으나 만약 농담 따먹기를 계속했다면 결과가 뒤바뀌었을지도 모를 만큼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휴우... 다행이다."
그 후로 한동안 전화는 오지 않았다. 슬슬 지루해져서 졸음이 오려는 그 찰나의 순간에 울리는 전화. 그 순간 잠깐의 위화감을 느꼈지만 샌즈는 전화를 받았고,
"샌즈, 시간이 치지직...어! 당치지직... 거기서 치지직...가! 나는 전설의 방귀마스터다!!"
바로 끊었다.
"...헤헤, 소방서에 장난전화를 걸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참 맹랑한 녀석이야, 프리스크! 이 꼬맹이가!!"
지지직 거리는 노이즈 때문에 자세히는 못 들었지만 후반엔 분명히 시간여행자들의 암호문을 외친 프리스크. 샌즈는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엉덩이라도 때려주고 싶었지만 자리를 떠날 수 없는게 천추의 한인 샌즈는 그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나 아무리 심호흡으로 정신을 평온하게 하려 노력해도 부들부들 떨리는 몸이 진정되질 않자 의아해진 샌즈는 눈을 떴다.
"어라...?"
그제서야 자기가 몸을 떨고 있는 게 아니라 건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을 깨달은 샌즈는 꽤나 큰 진동에 건물이 우지직 소리를 내자 곧바로 정신이 번쩍 들어 '지름길'을 통해 소방서 밖으로 나오려 했다.
뚜루루루루!!
맹렬하게 울리는 전화소리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당장이라도 건물은 무너질 듯 했으나 이런 지진 상황에서 걸려온 전화라면 필시 장난전화는 아닐 터. 샌즈는 자신의 지름길을 믿고 탈출을 미뤄 전화를 받으려 했다.
-안 돼...! 안 돼!
그 순간 언젠가 들어본 것 같은 프리스크의 울음 섞인 외침과 함께 안광에 푸른 빛이 확 퍼지는 샌즈. 프리스크의 장난전화를 받기 전에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가 샌즈 특유의 감과 맞물렸다.
'전화를 받으면 늦는다...!'
의지의 힘을 다시는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아스리엘과 맹세했던 프리스크가 다시 그 힘을 써서 되돌아왔다는 것은 샌즈 자신의 죽음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고보니 소방서 전화가 아니라 내 휴대폰이었어.'
어떡해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을 때, 문득 취업을 하지 못해 푸념을 늘어놓았던 자신에게 조언해준 그릴비의 말이 다시 떠오르는 샌즈였다.
"할 수 있는... 일!"
샌즈는 전화기를 들어 전화를 받았다.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지 정확히 4초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사... 살려주치지직...요! 집이...! 현관문이 안 열치지직...!"
들려오는 것은 꼬마의 목소리. 지진때문에 문이 틀어져 나갈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동시에 천장에 불길한 소리와 함께 금이 갔다.
"꼬마야. 침착하게 말해봐. 집 주소가 어디니?"
노이즈의 방해를 뚫고 주소를 귀에 새겨두려는 샌즈의 머리 위로 결국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샌즈는 몸이 뭉개지기 전에 주소를 듣고 곧바로 소방서 밖으로 지름길을 탔다.
'살았다.... 근데 꽤 멀어.'
조금 무리를 해야 갈 수 있는 거리. 하지만 이동하고 나서도 아이 하나쯤은 데리고 이동할 만큼의 여력은 남아있었다. 샌즈는 주저없이 지름길을 걸었다.
"으와앙! 아저씨!"
전화 너머로 들려오던 꼬마의 목소리에 맞게 찾아왔다고 안도한 샌즈는 곧이어 경악했다. 아이는 총 세 명이 있었던 것이다.
'무리야....'
혼자 지름길을 쓰는 것과 달리 다른 누군가와 함께 이동하는 건 생각 이상으로 힘이 더 든다. 그러나 건물은 이미 한계라는듯 커다란 소리를 내며 무너져갔으며 공포와 눈물이 섞인 세 쌍의 눈동자는 방화복을 입은 샌즈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맞아! 가스터 블래스터라면...!'
비틀어진 문짝을 날려버리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도달한 샌즈는 곧바로 가스터 블래스터를 꺼내 팔을 들어 비틀어진 현관문을 겨눴다. 레이져를 충전하는 가스터 블래스터의 발포를 앞두고 샌즈의 머릿속에는 지상에 나온 직후 토리엘의 말이 떠올랐다.
-샌즈. 지상에 나와서는 공격적인 마법을 사용해선 안 돼요.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인간과 괴물 사이의 평화에 괜한 오해의 소지를 살 여지가 있으니까요. 특히나 당신 형제의 그건... 저희들 기준으로도 규격 외 이니까....
"꼬맹이들아."
"네, 네?"
"지금부터 보는 건 우리들만의 비밀이다? 보기 싫다면 눈을 감고 있어도 좋아."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블래스터는 포를 쐈고, 지진으로 인해 뒤틀려 꿈쩍도 안 하던 문은 그대로 블래스터를 맞고 증발해버렸다.
"자, 어서 나가자."
"네!"
아이 셋을 무사히 내보낸 샌즈는 집이 무너지기 전에 다시 지름길을 통해 관할 소방서 근처로 돌아갔다. 샌즈를 발견한 소방대원들은 그에게 다가가 안부를 물었다.
"샌즈! 괜찮아? 아까부터 계속 안 보여서 건물에 깔린 건 아닌지 걱정했어!"
"무사해서 다행이야! 지금은 지진이 멈춰서 괜찮지만...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거야?"
"후후, 비밀이야 친구들. 그냥 조금 골 때리는 고민을 좀 했었지."
"그래? 고민 해결은 됐고?"
"아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잠깐 생각해보니까 금방 해결되더라고."
***
"오! 내 아가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야근 중이던 세 아이의 아버지는 집 근처에서 일어난 지진 소식에 일도 내팽겨치고 집까지 뛰어와 무너진 집을 보고 깊은 절망에 빠졌으나 이내 이웃 주민들이 보호중인 자신의 자식들을 보자 덜컹 내려앉았던 심장이 다시 정상작동하는 것을 느끼며 아이들을 껴안고 펑펑 울었다.
"무사했구나, 무사했어!"
"응! 어떤 소방관 아저씨가 구해주셨어!"
"짱 멋졌어~!"
"나두 이담에 커서 소방관이 될거야! 그럼 그런 것도 막 쓸 수 있겠지?"
아이들끼리 떠드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도 아버지는 자신의 목숨과도 저울질 할 수 없는 소중한 아이들을 살려준 이름 모를 소방관에게 감사했다.
-------------------------
ㅎㅎ 입갤하고 처음 나간 대회에 수상까지 해서 기분 굿~ 음~
원하던 대로 후속작 비스무리 한 걸 써봤다. 미안하게도 숨겨진 멘트에 대한 떡밥같은 건 없음. 걍 드립으로 넣었던 것.
전편이 궁금하다면 http://gall.dcinside.com/undertale/786714 <<<< 뭐? 문학거름이라고? 오... 미안.
나그는 문학거름이가 아니기 때문에 개추 박고 간다 잘 읽었음
모바일 배려 덧링 달리나?
http://gall.dcinside.com/undertale/786714
크으으으~ 잘 읽었다. 초능력 쓰면서 인명구조하는게 뭔가 히어로물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