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맞이하는 수천번째의 불살엔딩. 그에 맞춘 섭리대로 세계가 또다시 무너진다. 인간은 괴물을 죽이지 않았다. 인간은 괴물들을 해방했다. 괴물들에겐 이제 새로운 시작이련만, 세상은 델타 룬에 새겨진 오랜 예언대로 누군가가 원하는 엔딩이 되어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먼저 몸을 내뺀 샌즈는 발밑이 꺼지고, 하늘이 내려앉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수천번의 경험으로도 익숙해지지 못할 그 종말의 감각을.
점차 세계가 모두로부터, 모두가 세계로부터 떨어져나간다. 샌즈는 하염없는 추락 속에서 죽음을 직감하곤 눈을 감았다. 부디 이번엔 정말 끝이기를. 이윽고 바램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샌즈는 자신을 부르는 외로운 사념을 느꼈다. 저 멀리서...아니, 방향은 알 수 없다. 어디론가 모르게 파장은 벌써 가까이 다가와 고동치고 있었다.
고동이 샌즈의 내면이 두드렸다. 샌즈를 가여이 여기는 듯한, 작고도 가득찬 애틋함이 있었다. 형체없는 방문은 낯선 손님이 아니었다. 샌즈가 알고있는, 지금 유일히 떠오르는 단 한 남자. 그립고도 미운 오랜 감정이 북받쳐오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기만당하는 해방의 무한순환. 모든 것이 그의 작품이지 얺은가. 샌즈는 원망에 차올랐다.
다시 원망, 그리고 원통, 애통, 애증...그 마음이 찢어진 시공에 머문 사념과 닿는 순간이 오면, 다시 그 날의 작별을 겪는다
* 미비한 광자 신호 검출.
갑자기, 기억이 되돌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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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고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