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대회 생각하니까 갑자기 친구들이랑 우르르 분식먹던 시절이 그리워져서 싶다글 쌈

당연히 그릴비가 분식점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불살 이후 이야기


뒹굴뒹굴 마스코트 갓수짓 하며 놀고 있는 파피루스에게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꼬시고 싶다

자기는 먹지 않지만 스파게티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파피루스가 신나서 따라왔으면 좋겠다

옆에 누워있던 샌즈에게도 권유했지만 귀찮다며 거절할 것 같다

파피루스가 잔뜩 흥분해 샌즈를 끌고가려 하지만 샌즈가 누운 상태 그대로 파피에게서 순간이동으로 빠져나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파피루스를 분식점에 데려가고 싶다

파피루스가 지하에서 하던 것처럼 좋은 곳 데려가겠다고 막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도착한 곳이 좀 허름한 분식점이었으면 좋겠다

요즘 유행하는 고급 분식점이 아니라 진짜 중고등학생들 싼맛에 먹는 그런 분식점에 가고 싶다

사실 그 분식점이 내가 고등학생 때 자주 갔던 학교 밑 단골 분식점이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파피루스의 얼굴이 기대로 반짝거리는 것을 보고 싶다

파피루스에게 분명히 맛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분식점의 모습이 예전과 똑같았으면 좋겠다

문을 열면 곧바로 풍기는 고소하고 달큰한 떡볶이 냄새와 기름 냄새를 맡고 싶다

나는 분식점 사장님의 얼굴이 눈에 익지만 사장님은 날 못알아볼 것 같다

당연한 일이지만 조금 슬퍼지고 싶다

사장님이 어서오세요, 하다가 낯선 괴물의 모습에 흠칫할 것 같다

그래도 환히 웃어주며 파피루스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저녁 즈음 근처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여기저기 앉아있는 테이블 사이에 앉고 싶다

나는 이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들의 앳된 얼굴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가슴뛰고 싶다

머리를 짧게 자른 남자아이들의 무리와 머리를 질끈 묶은 여자아이들의 무리를 보고 싶다

나와 함께 그 자리에 앉아있던 친구들 중 과연 몇이나 아직까지 연락하는지를 생각하고 서글퍼지고 싶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까르르 웃는 소리.

게임 이야기로 한창 열띄우는 목소리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다 파피루스가 기분이 안 좋냐고 걱정스레 물어보는 목소리를 듣고 싶다

애써 옛 생각을 지우며 파피루스에게 먹고 싶은 거 다 시키라고 큰소리를 뻥뻥 치고 싶다

파피루스는 잘 모르겠다고 마음대로 주문하려 한다

분식점에서 파는 것들이 다 거기서 거기라, 적당히 섞어서 주문한다


음식이 나오자 파피루스가 황홀해하면 좋겠다

튀김을 그냥 먹으려고 하는 파피루스에게 간장이나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으라고 가르쳐주고 싶다

파피루스가 순순히 따라하며 먹은 뒤 정말 맛있다며 신나했으면 좋겠다

그런 파피루스의 순진한 반응에 주변 학생들이 피식 웃었으면 좋겠다

파피루스가 여러 종류의 튀김을 보며 이 튀김 안에는 뭐가 있을지 궁리하면서 꽤나 전투적으로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 모습을 보며 하하 웃어버리자 파피루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보고 싶다


파피루스가 라볶이를 보고 인간! 스파게티에 들어갈 멋진 아이디어가 생각났어! 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라볶이에 하나 들어있는 계란을 파피루스에게 쓱 밀어주고 싶다

파피루스가 이런 건 인간이 먹고 튼튼해져야 한다며 계란을 다시 내쪽으로 쓱 내밀었으면 좋겠다

계란은 하나뿐이라고 인간! 이라고 하는 파피루스에게 하지만 밥을 사겠다고 한 건 내쪽이라고 말하고 싶다

잠시 곤혹스러워하던 파피가 계란을 잘게 부숴서 떡볶이 국물에 섞어버렸으면 좋겠다 (요즘에도 이렇게 먹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걸로 모두를 만족시키게 되었다며 파피루스가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떡볶이 국물에 순대를 찍어먹고 싶다

이게 무슨 음식인지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파피루스의 얼굴이 환해지면 좋겠다

섞여나온 부위들도 신나게 먹으며 정말 맛있다고 즐거워하면 좋겠다

혹시 파피루스가 놀랄까 차마 지금 파피루스가 먹고 있는 내장이 어떤 부위들인지 이야기하지 못하고 싶다


거의 다 먹은 뒤 더 맛있고 비싼 것 못 사줘서 미안하다고 소리낮춰 말하고 싶다

파피루스가 녜헼 이게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고 인간! 이라고 말해주는 걸 듣고싶다

그게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서 감동하고 싶다

주변의 학생들은 저녁 시간이 끝나가자 식사를 후딱 마치고 뛰어갔으면 좋겠다

와글거리던 분식점이 갑자기 고요해지는 가운데에 있고 싶다

우리를 빼놓고 시간이 달려가버리는 그 정적 속에 앉아있고 싶다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나려고 하면 좋겠다

파피루스가 정말 맛있었다고 미안해하지 말라고 위로해주면 좋겠다.

그런 파피루스에게 괜찮다고 웃어주고 싶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모교 찾아가봤더니 내가 다니던 분식점 없어졌더라고

초등학생 때 살던 집 성인 되고 나서 찾아가봤더니 재건축 관련해서 부서져있던걸 본 것 만큼이나 서글퍼지더라

추억의 한 페이지가 영원히 뜯겨져나간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