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지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프리스크는 힘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한참 발랄할 때의 여자아이 방 치고는 묘하게 생활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인테리어. 분명 토리엘과 아스고어가 (실로 오랫만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면서 선별한 최고급 공부용 책상이자 의자가 놓여있는데다 널직널찍한 방이였지만, 정작 그 방의 주인인 프리스크가 이 방을 쓸 일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덕분에 텅텅 빈 채로 의자, 책상, 침대만 놓여있는 이 방은 어딘가 을씨년스러운 느낌만 풍기고 있을 뿐 사람이 살고 있다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프리스크는 요즘 자신의 정체성ㅇ마저 혼란을 겪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한참 때인 18살짜리 학생일까, 아니면 인간과 괴물이 향후 나아가야 될 방향을 모두 책임지도 나아가야 할 미래의 흐미앙인가. 기본적으로 요즘 그녀의 생활방식은 전자에 가까웠다.

이제 조금씩 녹아들어가기 시작한 인간과 괴물 사이에 무언가 작은 분란이 생겼다하면 모두가 자신을 찾았다. 몸에 꽉 끼거나 아님 너무 헐렁한 양복을 걸치고, 아무것도 못 먹어서 주기적으로 짅동하는 배를 달래고, 눈꺼풀을 찍어누르는 수면부족과 필사적으로 싸우면서 모두가 엄격하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원탁에 억지로 엉덩이를 붙인다. 그게 프리스크가 15시간 정도를 할애하는 방식이였다.


그나마 그것에서부터 해방되어서 자신의 본업이라 생각하고 잇던 학교로 되롤아가면 아무도 자신을 남들과 동급인 인물로 취급해주지 않았다. 마치, 학교에 다니게 된 대통령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들마저도 자신을 어딘가 경외감이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중에서는 아무도 프리스크를 평범한 학생이나 가르치고 이끌어야 될 대상으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

높게 보는 것 자체도 자신에게 큰 부담이였지만, 역으로 자신에게 혐오의 시선을 던지는 아이들은 더더욱 난처했다. '괴물을 끌어들이려는 인간의 배신자'라고 자신을 욕하면서 툭하면 쓰레기를 던져대거나 자신의자리에 온갖 모욕적인 언사를 적어놓는 이들. 누군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어딜든지 간에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적잖게 있다는  사실만은 너무나 분명하보였다.


"난 어떡해야 될까...?"


프리스크는 조그맣게 잎속으로 읆조렸다.

자신을 친구로 받아즐여주고, 가족으로 방다들여준 괴물친구들. 그들과 함께 에봇산 꼬ㅓㄱ대기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았을 때는 오직 순구한 행복감만이 가득했을 뿐이였다.

아스고어...아니, '아빠'가 그녀에게 인간과 괴물 사이를 잇는 자가 되어달라고 했을 때는 너무나 기뻤다. 정말 눈꺼풀 밑에 눈물, 자시이 그렁그렁 맺힐 정도로 기뻤고, 새로 생긴 가족의 목을 힘껏 껴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자신은 너무 안일했던 게 아닐까.

이건 해도해도 너무했다.

물론 괴물친구들-뼈다귀형제들, 언다인/알피스 커플, 요즘 밤무대 뛴다는 메타톤 등-은 여전히 자신의 편에 서주었다. 지금 입고있고 5시간 전까지만 해도 땀을 뻘뻘 흘리며 입고있던 이 타이트한 양복도 파피루스가 "네혝! 이것은 나의 골룡알 오트밀을 덜 먹어서 아껴둔 돈으로 산 옷이다!"리ㅏ면서 자신있ㅆ게 내민 선물이였다.


여전히 고맙다.

그러나...프리스크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 슬퍼서, 너무 기뻐서, 너무 안도되서같이 하나의 감정으로 치우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였다. 너무 많은 감정들이 뒤엉켜서 어떻게 할 줄 몰라서 나오는 눈물일 쀼ㅜㄴ이였다.

기대를 저버리긴 싫었다. 하지만, 자신은...그것 때문에 인생 자체를 통째로 뺏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머리속으로 뒤엉켜들어오는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자신은 아직도 자그마한 8살짜리 꼬맹이에 지나지 않았다.


프리스크는 그대로 누운채로 가느다란 상반신을 꾹꾹 조이고 있던 와이셔츠의 단추를 천천히, 하나씩 풀어나갔다. 속살을 넘어 뼛속까지 파고들어오려는, 바깥 창문에서부터 들어닥쳐온 찬 바람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답답해서 응어리진 이 마음이라면 좀 추운 바람이 들어닥쳐줄 필요가 있었다.


강연회 다닌다고 바쁜 토리엘이 보면 또 한편으로는 화내면서, 또 한편으로는 감기걸린다고 허둥지둥 다른 담요를 들고오는 식으로 대처할 게 뻔했다. 전에도 몇번 이런적이 있는 프리스크로서는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였다. 그래도 오늘은 계속 이렇게 있고 싶었다. 그러면 잠시나마 편해지고, 내일도 기다리고 있을 온갖 진지한 상황들도 조금 덜 당황스러운 채로 대처할 수 있겠지. 프리스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을 동글핳게 말았다.


잠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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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크는 문득 쇄골부근에서 느껴져온 위화감에 잠을 번뜩 깼다.

어딘가 차갑자만, 동시에 무언가 따뜻하면서도 달콤한 그 촉감. 처음엔 창문 밖 찬바람이거니 했지만, 찬바람이 따뜻하고 달콤한 느낌이 들 리가 없다는 사실에 잠이 싹 달아났다.


몇초간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본 결과, 프리스크의 머릿속에 딱 하나의 이름이 또올랐다.

잊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그 이름. 에봇산에서부터 항상 자신의 안에서부터 존재해왔던 그 아이.


"어이..."


프리스크는 여전히 고개를 돌린채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은 좀 일찍 나왔네."


반쯤 벗겨진 와이셔츠 아래서 창백하게 빛나는 그녀의 쇄골을 누군가가 능숙한 솜씨로, 부드럽데 어루만지는 것이 여과없이 그대로 느껴졌다.

형체는 없는 아이지만, 적어도 그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를 프리스크에 한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더 잘 각인시키고 있었다. 참 어이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프리스크. 정말...오랫만이지 않아?"


이제 갓 10살을 먹은듯한 어린 소녀의, 어딘가 잔뜩 흥분해서 주체를 하지 못하는 티가 팍팍 나는 소프라노통 목소리가 어깨너머로 들려왔다. 처음에는 정말 기묘한 경험이였지ㅏㅁㄴ, 이러기를 몇십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고 공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 그래."


프리스크는 무심한 투로 입을 열었다.


"왜 나왔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붙어살았으면 내 생활습관은 다 아는 거 맞지? 빨리 용건만 말해줬으면 ㅎ..."


어깨 너머로 들려온 깔깔(?)대는 웃음소리에 프리스크는 그만 입을 꾹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와핳아항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항샇사하하하하핫!!!!!!! 너 진짜 연기 못한다 푸핫핫하사하핳하하ㅏㅎ하하하하하핫!!!!!"


숨넘어갈듯이 깔깔대는 소리가 그다지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닌 게 당연했다. 프리스크가 얼굴을 찌푸리자 뒤에 있는 상대를 그걸 어떻게 알아챘는지, 얼른 웃음소리를 억지로 목 속으로 다시 집어넣더니 묘하게 아양떠는듯한 기분이 드는 목소리로 침묵을 깼다.


"에이, 프리스크~ 내가 널 잘 안다, 이 사실은 말이야, 내가 토리엘 씨 냉장고에서 귀신같이..."


"...그래, 그래. 초콜릿을 찾아내 그 아가리 속에 쑤셔넣을 정도로 확ㅛㅣㄹ한 팩트란 거겠지. 그거 지금 몇번째 쏘먹었는지 알아?"


'누군가'가 과연 자신의 답변을 듣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프리스큰 ㄴ확신할 수 없었다. 자신의 비꼬기에 이어서 나온 대답은, 그 말들을 아예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 말이였으니까.


"너 후회하고 있지?"


프리스크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빨이 입술을 찢고 파고들어가면서 자그마한 핏방울이 맺혀 천천히 흘러내리는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프리스크의 신경은 오직 자신의 등뒤에 있는 '누군가'가 방금 내뱉은 말을 향해 온통 쏠려있을 뿐이였다.


"...아무것도 모르면, 간섭은 그만둬."


프리스크는 억지로 평정을 가장하며 그렇게 속삭였다.


"아냐."


'누군가'는 즐겁다는듯이 즉시 반문했다.


"난, 너야."


프리스크는 더욱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너는...나고. 이;런 상황에서 '내' 상황을 '내'가 아는 게 별로 잘못되어 보이진... 않잖아?"


동의라도 구하는듯이 쇄골을 어루만져주던 '손가락'이 프리스크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타고 천천히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몸부림쳐서 그 망할 손가락을 떼어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그 손가락이 자신의 살갗에 닿을 때마다 무언가 안도감과 편안함이 느껴진다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왜인지, 자신은 몇년째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좋아, 침묵은 동의로 간주하고...아까 하던 얘기나, 마주해볼까?"


동요 한가락이라도 흘러나올 투로 흥겹게 중얼거리며, '누군가'는 프리스크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이미 얘기가 다 된걸로 아는데."


프리스크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워보이는,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그렇게 답했다.


"네가 뭐라고 하든지, 난 거기 따르지 않아."


줄무늬 티셔츠 차림의 염소소년. 슬퍼보이는 미소를 띄고 있던 그 소년에게 닥쳤던 비극. 그 비극의 장본인이 등 뒤의 '누군가'였다는 사실은 프리스크의 머릿속에 언제나 남아있을 터였다.


"난 널 보고, 강제로 따르라고 하지는 않아."


"...하? 그럼 뭐라고 할건데?"


절대 그럴 가능성은 없었지만, 프리스크는 왠지 그 '누군가'가 얼굴 가득히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지은 걸 본 것 같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한 행복의 웃음이 아니라, 뿌리부터 일그러져있는 악마같은 웃음이 먼저 떠오른 이유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글쎄, 난..."


어깨 너머로 붉은 안광이 번쩍, 하고 빛났다.


"단지 너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겠다는 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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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공개용

원래 다쓰려고 했는데 adhd끼 때문인지 넘나 힘들어서 그냥 끊을거여 시발!

차라 애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