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EVOLT
Chapter #1 - 버려진 아이 [1]
“ 옛날, 아주 먼 옛날에는 인간과 괴물이 한 곳에 어울려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해관계는 한쪽이 양보할 수 없을 만큼 끝없이 충돌했고,
그렇게 일어난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수 년 동안 지속되기만 했지요.
결국 지치고 만 그들은 결계로 나뉘어진 지상과 지하로 들어가고...“
땅거미가 어둑어둑하게 내려앉았음에도 핫랜드 어귀를 걷고 있는 프리스크라는 이름의 아이는 살짝 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발랄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푸른 줄무늬 옷과 청바지, 단아하고 천진난만한 눈웃음, 헝클어진 단발까지 겉으로 보면 여느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허나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 하면, 그는 바로 그 아이가 평소에 하고 다니는 일은 또래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거나, 학교를 간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프리스크는 틈만 나면 워터폴 쓰레기장에서 쓸 만한 물건을 찾아내거나, 폐허에서 아이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는 괴물사탕을 한 바구니 가져와 리조트에서 팔아치우거나, 가끔 머펫으로부터 주사기가 가득 든 가방 -주사기에 뭐가 들었는지 몇 차례 물었으나, 머펫은 거미사이다라며 대답을 회피했다-를 건네받아 로열가드들의 눈을 피해 으슥한 장소에 가져다 놓는 일 뿐이었다.
아무튼간에 이런 일을 마치면 프리스크는 약간의 보수를 손에 쥘 수 있었다. 비록 그 돈은 하루 먹을 것을 살 돈밖에 안 되었다. 간혹 재수가 옴 붙어 머펫에게서의 일도 없는 날에 워터폴 쓰레기장에서 쓸 만한 물건조차 찾지 못하는 날에는 대개 그냥 잠에 들었으나, 가끔은 핫랜드 어귀에서 핫도그를 파는 샌즈에게 빌붙기도 했다. 늘 그렇듯이 오늘 역시 그러한 하루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마법을 사용하는 괴물과는 달리, 인간은 과학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인간은 괴물보다는 훨씬 빨리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지요.
하지만 언제나 빛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가 있는 법,
인간의 빠른 발전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도태시켰고, 그들은 괴물들의 세계로 흘러들어가...“
프리스크는 폐허에서 눈을 뜨자마자 바스락거리는 감촉을 양껏 느끼며 낙엽이 가득 쌓인 길을 걸었다. 길 끝에는 언제나처럼 형형색색의 봉지로 포장된, 진한 감초 냄새를 풍기는 괴물사탕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붙어 있는 팻말에는 마치 프리스크를 향해 하는 듯한 말이 붉은 글씨로 남겨져 있었다.
‘하나씩만 가져가시오.’
팻말의 글씨 하나하나가 못이 되어 프리스크의 여린 마음에 박히려 들었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그저 한숨을 길게 내쉬는 것으로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유감을 짧게 표시한 뒤 바구니에 괴물사탕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 괴물들은 아직 그들을 제대로 맞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 상황에서 괴물들의 세계에 흘러들어온 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딱 두 개 뿐이었지요.
이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려고 아등바등 노력하거나,
이 상황을 괴물들의 탓으로 돌리며 들고 일어나거나... “
바구니가 다 차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프리스크는 마지막 한 줌의 사탕을 담아내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바구니를 안은 뒤 폐허를 가로질러 뛰기 시작했다. 누군가 자신 뒤에서 자신을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는 듯했다. 등을 타고 오르는 이 죄책감은 언제나 그랬듯이 프리스크의 발목을 묶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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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크는 인간임에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지상을 올라가 본 적이 없었다. 그 이유인 즉슨 부모님-사실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이 지하세계로 넘어온 뒤에서야 프리스크를 가진 것이다.
사랑으로 만들어진 생명은 항상 그 주변인들에게는 설렘과 기쁨만을 가져다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니, 천륜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 있다면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들은 프리스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아이를 책임질 돈이 없었고, 그렇다고 아이를 지울 돈은 더더욱 없었다.
프리스크는 인간 목사가 지은 보육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다른 여느 아이와는 달리 더 활발하고, 더 건강한 아이로.
사실 거기까지만 해도 프리스크는 인간 난민이라는 불리한 조건에 비해서는 꽤나 행복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금빛 안경과 몇 없는 머리 숱을 가진 목사도 프리스크를 꽤나 예뻐하던 편이었고, 프리스크는 비록 가족이나 친구라고 부를 만한 존재는 목사와 같이 있던 몇 명의 친구들, 그리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난민들과 괴물들 뿐이었지만 보육원을 청소하다가 손님들과 수다를 떨고, 세상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돌이켜 생각하기에는 즐거웠던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프리스크를 거리로 내몰고 지금의 모습으록 살도록 만든 것은 프리스크가 난민 출신이라는 제약 때문이 아니었다. 괴물들의 차별은 더더욱 아니었다. 프리스크를 이렇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같은 인간 난민들이었으니까.
한 달도 되지 않은 일이었다. 스노우딘으로 가 먹을 것을 조금 사 오는 심부름을 다 끝내고 프리스크는 가볍고 날랜 발걸음으로, 입에 함박꽃과도 같은 미소를 머금은 채 폐허 한가운데에 있는 보육원을 향해 걸어왔다. 그렇게 보육원에 도착했을 즈음, 그 주변에 수많은 인간들과 괴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프리스크는 그 스산한 분위기만으로도 큰 일이 닥쳤다는 것을 직감했다. 누군가는 통곡하고, 누군가는 눈앞의 상황을 믿지 못한 채 가늘게 떨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사람들을 비집고 프리스크는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자신이 상상했던 최악의 결과를 자신의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가장 먼저 불에 그슬린 건물들과 이미 싸늘하게 식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주검들을 보았고, 모두 사라지고 흔적만이 남아 있는 자신의 보금자리를 보았다. 이내 그 목사가 반군에 협조하지 않아서 당한 보복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한탄 섞인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런 이야기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자마자, 프리스크는 얼른 뒤를 돌아 이 곳으로 들어올 때 그랬던 것처럼 다시 사람들을 비집고 뛰쳐나갔다. 눈이 시큰해지고 앞이 흐릿해졌지만 계속 뛰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골목으로 황급히 뛰쳐들어가 정신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속 어딘가에서 계속해서 끓어오르는, 자신의 모든 것을 한번에 앗아가버린 반군에 대한 분노뿐만 아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자신에 대한 분노, 자신에게 모든 것이었던 그들의 마지막을 그져 지켜만 봐야 했던 무력함에 대한 분노, 그 모든 것이 프리스크의 가느다란 눈에서 새어나오는 뜨거운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에 그대로 담겨져 속절없이 어린아이의 여린 볼과 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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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객실에서 사탕을 팔러 돌아다닌 지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오랜 시간을 서 있기에는 프리스크는 너무도 어렸고 다리는 연약했다. 프리스크는 곧 다리가 저릿하고 끝부터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느끼고는 리조트 바닥의 한 모서리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리조트는 여전히 괴물로 북적였다. 간혹 인간들도 보였다. 대부분은 프리스크처럼 생계를 위해 물건들을 가져다 리조트 내에서 팔러 온 잡상인이었지만, 드물게 인간 세계에서도 꽤 명성과 부가 있던 사람이 모종의 이유로 괴물 세계로 온 경우도 있고, 괴물 세계로 흘러들어와 자수성가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지금 프리스크가 보고 있는, 검은 양복을 한껏 멋스럽게 차려입은 남자가 바로 그러한 사람인 듯했다. 그는 주변을 구경하는 듯 한번 쓱 훑어보더니, 검은 가방을 챙겨들고 프리스크가 앉아 있는 옆의 객실로 들어갔다. 잠시 뒤에 그는 짐을 다 풀은 듯 빈 손으로 잠시 바깥을 구경하겠다며 리조트 밖으로 걸어나갔다.
물론 리조트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이용객들이 이렇게 행동했고 이 남자의 행동은 그다지 특이할 것이 되지 못했지만, 인간 세계에서도 도태되어 이곳으로 넘어온 난민들이 이렇게 리조트를 이용할 만큼 성공하는 것은 마치 하늘의 별 따기였기에, 또 프리스크의 눈에는 인간 이용객이라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기에 프리스크는 그 남자가 들어갔던 객실에서 눈을 한동안 떼지 못했다. 이내 그러한 모습에 자신도 무어를 느꼈는지, 프리스크는 곧장 다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괴물사탕을 팔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리 돌아다녔을까, 형형색색의 괴물사탕이 담겨 있던 바구니도 어느 새 동이 났다. 프리스크는 콧노래를 부르며 왔던 길을 되돌아 출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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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프리스크는 걸음을 옮기다 말고 짧은 의문으로 난색을 표했다.
은색의 빛나는 갑주, 다름아닌 로열가드였다. 이런 곳에 어떤 일인지는 몰라도, 로열가드들이 꽤나 바쁜 듯이 이곳저곳을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평소 로열가드들을 피해 괴물사탕을 판다던가, 머펫의 가방을 옮긴다던가 하는 일을 했던 프리스크로써는 꽤나 당황스러울 상황이었다. 혹시 자신과 같은 잡상인을 단속하려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불안에 프리스크는 로열가드들을 피해 발걸음 소리마저 죽이고 모퉁이와 소파 이곳저곳을 빠르게 움직이며 숨어다녔다. 다행히도 로열가드들은 무언가를 조사하는 듯 프리스크의 행동에 아무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질문을 던지고 무어라 말하는 듯 했다.
로열가드들은 레스토랑 쪽을 조사하러 자리를 비웠다. 이제 이 기회만 어떻게든 잘 넘긴다면 단속에 걸리지 않고 유유히 오늘 먹을 것을 사러 자리를 옮길 수 있겠다. 이러한 생각에 프리스크는 마른침을 연거푸 삼켰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출구의 문을 향해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차라?”
귓가에 스치는 소리를 무시하고 계속 달리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의 손이 프리스크의 손을 휙 낚아챘다. 프리스크는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영문도 모른 채 그가 잡아당기는 대로 속절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프리스크를 끌어당긴 남자는 프리스크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팍에 그대로 파묻고, 프리스크를 잡아챘던 그 손으로 프리스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내렸다. 낚아채질 때는 몰랐던 그 손의 부드러움이 프리스크의 온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듯했다. 그 묘한 느낌이 불법으로 사탕을 팔다가 잡혔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프리스크를 도망치지 못하게 옭아매었다.
그가 처음으로 입을 열고 한 말은 단속에 걸렸다느니, 벌금을 내야 한다느니 같은 프리스크가 항상 두려워하던 말은 아니었다. 다만 문제는 그의 말이 상당히 얼토당토않았다는 것이다.
“...내 앞에 다시 나타날 줄 알았어.”
그는 몇 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격양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일단 같이 나가자. 여기는 지금 위험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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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은 그냥 프롤로그 느낌으로 짧게 써내봤어.
문학 글젠이 다 뒤졌기에 그냥 나도 AU문학을 써볼까, 해서 세계관 짜고 시작해 본 AU야. 대충 세계관은 “인간 사회로부터 도태된 난민들이 대거 괴물 세계로 넘어왔고, 그 중 몇몇이 반군을 조직했다” 정도 되겠네. 그냥 괴물사회의 분란국가화로 봐도 무방할 것 같아.
설정글은 따로 올리지 않는 대신 본편과 외전에서 설정을 최대한 녹여낼거고 , 꼭 필요한데 외전에 담기 뭣한 설정 있으면 이렇게 그냥 문학 편이 끝날때마다 짧게 덧붙일게.
애초에 문학고자 흙손이라 필력이 딸려서 이걸 쓰기 위해 필력 키우겠답시고 소설 몇십권은 읽었는데 아직 필력은 별로네... 필력 모자란 글 읽어준다면 항상 고마워.
++) 알바가 고닉비 안냈다고 글짤라버렸길래 다시 재업한다...야설을 짜르라고 내껄말고...
알바씨 또 짜르는거 아니지?;; 야설 아냐;;
이제 이상한 외계어 안뜨네 -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장님
ㄴ ?? 그건 수정한지 오래... 그거 수정하고 나서 글짤려갖고 재업한거야
재밌다. 다음편은 언제 나옴?
이게 왜 짤렸었음?;; 다음 기대된다.
의지를 가지고 완결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