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EVO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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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 버려진 인간 [1]
Chapter #2 - 그릴비 [1]
프리스크는 난생 처음 본 괴물의 얼토당토않은 말에 그의 팔을 휙 뿌리치고 고개를 들어 그를 쏘아보았다. 파피루스 정도 되어 보이는 큰 키 -사실 샌즈 옆이어서 그래 보이는 것이지, 파피루스의 키가 큰 편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검은 제복 왼쪽 가슴께에 그려진 흰 문양, 그 문양보다도 훨씬 새하얀 털로 뒤덮인 그의 얼굴과 팔, 그리고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검게 물든 흰자위에 둘러싸인 붉은 와인색의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잠시 동안 하나의 선과 같이 가느다란 프리스크의 눈을 놀란 듯이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실망한 어조로,
“...핏빛이 아니구나.”
라며 독백했다. 사실상 말만 혼잣말이었지, 프리스크가 똑똑히 들을 수 있을 만큼 그다지 작은 소리는 아니었다. 프리스크는 그저 그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그는 잠시 동안 정적을 지키다가 말을 건네며 싱긋 웃어보였다.
“미안해. 내가 아는 사람과 좀 많이 닮게 생겨서 착각했네. 우선 그래도 일단 나가자. 내가 말했지? 지금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아.”
그리고는 프리스크의 손을 거칠게 끌어당겼다. 위험한 상황이라는 말도 말이었건만, 그의 완력은 그의 가녀려 보이는 몸체와는 달리 상당히 강력했기에 프리스크는 손을 놓으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따랐다.
리조트 입구에 다다르자 은색 갑주의 로열가드들이 수 명씩 열을 맞추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맨 앞에는 푸른 피부와 아가미에, 붉은 생머리를 휘날리는 애꾸눈의 여인이 역시 갑옷을 한껏 차려입은 채로 프리스크와 그 옆의 남자를 쏘아보았다. 순간 프리스크는 그녀가 자신을 쏘아보는 듯한 기분에 몸을 움츠렸다. 그녀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을 걸었다.
“그렇게나 당해 놓고도, 아직 인간 아이한테 헤헤거리는 버릇은 못 고쳤나봐? 그럴 바에야 그냥 왕관 쓴 애완 염소로 직종 바꿔 보는 게 어떻겠어?”
그런 말에도 남자는 그저 프리스크의 손을 잡은 채로 미소를 잃지 않고 대꾸했다.
“언다인, 이 아이가 반군도 아닌데, 목숨 앞에 인간이고 괴물이고가 어딨겠어. 그렇다고 안 구하면, 그걸 또 명분 삼아서 반군들이 들고 일어날 거 아니야? 너도 알잖아, 이 지역 반군들은 조금만 부당하다 싶은 일이 일어나도 ‘정의’랍시고 외치며 들고일어나는 거.”
그 말에 언다인이라 불린 여인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다인은 무언가 계속 말하려고는 했지만 입만을 뻐끔거릴 뿐 정작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치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하는, 그러한 표정이었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남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 언다인. 로열가드 단장님은 바깥에 있는 대피하는 사람들을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니었어? 그런 김에 이 아이도 잠시 맡아 줘. 난 수색이나 계속하러 들어갈게.”
그러고는 웃어보이며, 프리스크를 살짝 앞으로 밀어두고 등을 돌려 다시 리조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언다인은 분을 못 참은 듯 얼굴이 잔뜩 새빨개진 채로 여기저기 소리쳤다.
“와아, 맞는 말만 골라 하니까 따질 수도 없어서 기분 나쁜데, 어디서 능글능글하게 웃고 난리야, 난리는! 저 염소새끼가 진짜 상사만 아니었어도 그냥 양쪽 뿔을 확 다 뽑아버리는건데! 그리고, 넌! 빨리 꺼져! 인간은 다 적이야, 적! 네가 무기를 안 들고 있으니까 죽여버리지 않는 거라고! 내 옆에서 당장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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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기운을 모두 소진한 듯 프리스크의 옆에 와 주저앉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기에 그저 밤 새 일하느라 지쳐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는 아까와는 달리 조금은 누그러진 듯한 목소리로 프리스크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봐, 꼬맹이, 너 진짜 반군의 첩자는 아니지?”
프리스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스크의 표정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그냥 그녀가 사람을 쉽게 믿는 단순한 괴물이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그 말을 듣고는 더 이상 프리스크를 추궁하지 않고 대화의 주제를 돌렸다.
“너를 데리고 나온 저 염소 괴물, 누군지 알아?”
프리스크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표정을 짓자, 언다인은 그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그에 대해 말을 터놓기 시작했다.
“저 녀석, 이름은 아스리엘 드리무어라고, 왕족이야. 그것도 완전 직계 자손에다가 외아들로, 그니까 따지고 보면, 왕위 계승후보에서 넘사벽 1순위지. 생각해 봐, 괴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왕족에다가, 지금 로열가드를 통솔하는 위치에 있는 녀석이 인간이라면 뻑 가 죽는다니! 심지어 저 녀석, 인간하고 약혼까지 했었어. 물론 결과는 꽃뱀한테 제대로 걸린 셈이 되었지만.”
그리고는 언다인은 웃음을 참지 못한 듯 깔깔거리며 폭소만을 터트렸다. 프리스크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벙 쪄 있는 동안 계속.
한참 동안 언다인이 그렇게 웃었을까, 언다인은 다시 웃음을 멈추고 진지한 말투로 프리스크에게 짧은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일단, 지금 무슨 일인지는 왕자님께 이야기 들었으니까, 알고 있겠지?”
프리스크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프리스크로써는 영문도 모르고 그에게 끌려나왔기에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고 있는 것이 당연하였다. 그러한 프리스크의 행동과 표정을 보자 언다인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꺼냈다.
“잘 들어, 꼬맹아. 이곳, 그러니까 핫랜드에서는 두 파벌의 반군이 활동하고 있어. 종족과는 상관없이 모두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녹색 옷의 반군’과,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겠다는 ‘노란색 옷의 반군’. 뭐, 둘 다 내세운 슬로건만 그럴듯한,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지만. 그런데 말야, 한 시간 전이었나? ‘노란색 옷의 반군’쪽을 주시하던 정보원이 정보를 보내줬어. 검은 양복에, 노란 넥타이를 맨 인간 첩자가 코어 쪽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언다인은 순간적으로 무언가가 급히 떠오른 듯한, 프리스크의 흔들리는 눈빛을 모두 무시한 채 계속 말을 이었다.
“그걸 어디에 숨겼나 이거지. 그걸 찾아야 하고, 혹시라도 찾지 못해서 폭발해버리면 모두의 목숨이 위험하니까 일단 모두 대피를...”
“검은 양복...봤어요.”
프리스크는 언다인의 말을 끊고, 그 말 한 마디만을 던진 채 멍한 표정으로 그저 기억을 더듬었다. 검은 양복의 남자, 넥타이 색은 그리 집중해서 보지 않았기에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프리스크의 기억이 확실하다면 괴물사탕을 팔다가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을 때에 보았던 그 남자가 맞았다.
표정이 멍해진 것은 비단 프리스크만이 아니었다. 언다인 역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어마어마한 증언을 들어버리자 뇌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저 어버버거리다가 몇 초 후에야만 심각한 듯 눈을 크게 뜨고 프리스크에게 질문했다.
“...봤다고? 어디서?”
“메...메타톤 분수 오른쪽에 있는 객실에, 제...제가 객실 반대편? ...아무튼 거...거기 앉아 있었고, 바...바로 맞은 편 객실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갔었어요...”
프리스크는 말을 더듬으면서도 최대한 기억을 파헤치기 위해 애썼다. 심각한 표정으로 그 말을 들은 언다인은 급박하게 무전기를 꺼내 단추를 몇 번이나 누른 후 다급히 소리쳤다. 그리고는 자신 역시 몇 명의 로열가드들을 이끌고 다급히 리조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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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흰 털의 염소 괴물, 아스리엘이 프리스크에게 반짝이는 붉은 음료수를 건네며 말했다. 프리스크는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가 건넨 음료수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있기만 했다.
“바다홍차야. 나도 어릴 때 자주 마셨는데 꽤 먹을 만 해. 안심하고 마셔.”
프리스크는 대꾸 없이 그저 쭈뼛거리며 땅바닥만을 쳐다보았다. 그 이유라 함은 첫째, 이른바 ‘높으신 분’을 옆에서 바로 보고 있기가 부담스러웠다는 점, 둘째, 어쩌면 계획이 실패했으니 반군들이 자신에게 해코지를 하려 들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몰려왔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호의를 무시하고 그저 뜸만 들이는 것도 도리가 아니었기에, 프리스크는 바다홍차의 뚜껑을 열어 한 모금 들이켰다. 씁쓸한 홍차의 맛이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갔지만 혀끝에는 약간의 단맛이 감돌았다. 그다지 인간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프리스크는 바다홍차의 뚜껑을 닫은 뒤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어쨌거나 폭발물을 빨리 찾는 데는 네 증언이 결정적인 일을 한 건 분명하잖아? 왜 이리 기운이 없어, 네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말야, 좀 웃어, 꼬마 아가씨.”
그는 프리스크의 냉담한 반응에도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추근댔다. 달래기도 하고, 조르기도 하고... 그래도 결국에 반응이 없자 유치하게도 토라진 말투와 눈빛으로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언다인과는 이야기 많이 했다며, 나한테는? 별로 궁금했던 거 없었던 거야?”
그의 말에 프리스크는 잠시 동안 망설이다가 이내 한 가지 질문할 거리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생각 없이 한 가지 질문을 내던졌다.
“...인간과 약혼했다가 꽃뱀에게 제대로 당한 꼴이 되어버렸다고 언다인이 그러던데, 그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거야, 아니, 거...에요?”
아뿔싸, 하는 생각이 그 말을 뱉자마자 프리스크의 뇌리를 스쳤다. 실제로 궁금했던 것이기도 하고, 언다인이 했던 그에 대한 말 중에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말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직접 그의 앞에서는 해서 안 될 말이기도 하였다.
역시나 그의 얼굴은 프리스크가 한 질문에 급속도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짐짓 화가 난 듯했다. 바로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산뜻했던 목소리와 나긋나긋했던 말투는 어디로 가고, 그는 진지한 어투로 대답했다.
“...언다인이 그랬다고? 언다인이 아직 잘못 알고 있는 모양인데, 차라는 그런 인간이 아니야. 언제나 내 편에 있어줬던 유일한 인간이었다고. 반군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누구보다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 아이는 항상 내 곁에 있어줬어.”
그는 감정이 복받친 듯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그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며 그는 마치 그의 속에 쌓이고 쌓였던 감정들을 토하듯이 말했다.
“그렇게 숱한 욕을 들어가며 괴물들의 편을 들고, 날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겠다고 약속해놓고, 바보같이 자기가 먼저 무너졌어. 무슨 뜻인 줄 알아? 죽었다고. 화장실에서 손목을 그었더라고. 친구라면서, 약혼자라면서, 그런 것도 모르고 난... 내 잘못이었어... 그냥 다... 그러니까 언다인한테 그런 말은 이제 하지 말라고 전해 줘. 그리고, 이건 작은 사례니까 그냥 받아만 놓고.”
그의 말을 듣고 숙연해진 프리스크에게 그는 금화 몇 개를 내밀었다. 프리스크는 그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그가 건넨 금화를 바지주머니에 우겨넣었다. 아스리엘은 그저 마지막으로 한번 멋쩍게 웃어 보이고 자리를 떠났다. 저녁 노을 아래의 그의 뒷모습은 다른 괴물과는 유달리 더욱 쓸쓸하고 초라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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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크는 스노우딘을 가로질러 계속 걸었다. 한껏 쌓였던 눈이 발에 밟혀 사박거리는 소리가 프리스크의 귀를 계속해서 간지럽혔다.
프리스크는 매일 밤, 만약 하루 동안 먹을 것을 사고 돈이 남게 된다면 꼭 하고 싶은 소원을 생각하며 잠에 들고는 했다. 그 소원이라 함은, 자주 신세를 졌던 샌즈에게 보답을 반, 자기도 할 수 있다는 자랑스러운 마음을 반 담아, 저녁 식사를 한 끼라도 대접하는 것이었다. 물론 프리스크로써는 일생에 한 번이라도 그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특히 그런 날이 오늘이 될 줄은 더더욱.
프리스크는 그의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가볍게 노크했다. 노크로부터 문이 열리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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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저번과 다를 게 없어 보이네. 흐음.
의지를 가지고 연재하라는 응원댓글과 별거 없는 이 AU문학에 대한 관심이 의외로 커서 정말 놀랐어. 그래서 나도 의지를 가지고 하루만에 한 편 마감해버렸네. 앞으로는 이렇게 빨리는 말고 최대한 특별한 일이 없다면 짧으면 2~3일, 길면 4일 정도에 한 편씩 써내려 해.
계속 필력을 늘리려고 여러 문학을 정독해보고 있지만 역시 아직 필력이 부족한건 크게 느끼고 있어. 그런 점에서는 고쳐나가고 있으니 비판은 해도 비난은 하지 말아줘.
그리고 계속 ‘프리스크’라는 주어를 써서 왜 ‘그’나 ‘그녀’로 줄이지 않을까, 읽기도 불편한데, 이렇게 생각하는 갤럼이 있을지 몰라서 그냥 말해둘게. 차라는 확실히 여차라로 정하고 시작했지만(포지션 자체 때문에...) 프리스크의 성별은 ‘미정’이야. 그래서 ‘그’나 ‘그녀’는 되도록 프리스크에게 붙이지 않으려 해.
다음 편은 드디어 외전이네. 첫 외전은 차라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거야. 아스리엘에 관한 대부분의 떡밥은 여기서 풀릴 거고.
쓰다 보니 후기가 어마어마하게 길어졌네. 읽기 힘들었다면 정말 미안해.
힘내.근데 Evolt.그러니까 제목의 뜻이 뭐야?
ㄴ Under + revolt(반란, 반군)에서 발음이 애매하길래 겹치는 r을 빼봤어.
문학 좋아요ㅎㅎ 힘내서 연재하렴
제목은 왜 그릴비야?
프리스크 왜이리 짠내나냐
문학 개추
아스리엘이 왜이리 쓸쓸해보일까 -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