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프리 리메이크.

배틀짱 내려고 했는데 손이 느려서 실패함.




  처음으로 가스터 박사의 이상행동을 발견한 것은 도가미,도가레사 부부였다. 민감한 후각을 가진 그들은 웬 커다란 상자를 들고 자신의 집 쪽으로 급히 달려가던 가스터 박사에게서 일찍이 맡아보지 못한 역겨운 냄새를 맡았다고 한다. 그들은 어째서 존엄한 왕실과학자에게서 그런 냄새가 풍기는지 의아해했지만 곧 골치아프게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가스터 박사의 기행이 어디 하루이틀이었어야지, 그들은 가볍게 중얼거린 뒤 이내 잊어버렸다. 도가레사 다시 그 괴상한 과학자를 생각해낸건 이틀 뒤 그릴비에서 벌어진 작은 모임에서였다. 어째서 그 일을 생각해냈는지는 말을 꺼낸 도가레사도 몰랐으나 모임에 참가한 괴물들은 때마침 떨어진 적당한 안주거리에 신이 났다. 괴물들은 그들의 왕실과학자가 얼마나 괴상한지,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뛰어난 인물인지에 대해 신나서 떠들어댔다. 모임에 있던 자들 중 그 이야기에 위화감을 느낀 것은 것은 오직 샌즈 뿐이었다.



  샌즈는 도가레사가 악취를 풍기는 가스터를 만났다고 말한 그 날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 날은 평소의 연구실답지 않은 여러모로 특이한 일들이 벌어졌었고, 무엇보다 그 날을 기점으로 가스터 박사가 장기휴가를 내고 연구소에 출근하지 않았으니까. 그 날 아침까지만해도 가스터는 자신의 개인 연구실에서 무언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가 무슨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지 샌즈는 몰랐다. 그러나 처음 실험을 시작할 무렵 왕가의 문장이 찍힌 대형 택배가 온 것과 간간히 연구실과 왕궁을 오가는 편지로 미루어보아 왕가에서 의뢰한 실험이겠거니 짐작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마 샌즈의 짐작이 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날 오후, 아스고어가 핫랜드에 위치한 연구소를 직접 방문해 가스터를 찾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스고어는 가스터의 개인 연구실로 들어간 뒤 한참동안 나오지 않았다. 샌즈는 그들간에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간간히 연구실의 벽을 뚫고 들려오는 날카로운 고성에 막연히 그들이 그다시 유쾌하지 않은 대화를 하고 있구나 추측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아스고어와 가스터가 연구실 밖으로 나왔다. 가스터는 묵직한 상자를 손에 들고 있었다. 아스고어는 가스터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잘 생각했네. 자네 마음도 이해하지만 가끔은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야. 그럼 그 내용물은 자네가 알아서 파기할거라고 믿지.”


  가스터는 왕에게 무어라 대답했지만 샌즈는 도통 가스터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가 뭐라고 대답했더라? 샌즈는 자문했으나 역시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가스터가 상자를 보며 짓던 희미한 미소, 그 섬뜩한 미소만이 그의 뇌리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봐, 샌지!”

  토끼 괴물이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샌즈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벌써 취하기라도 한거야? 이것 봐 샌지, 너는 뭐 해줄 얘기 없어? 너, 가스터 박사님이랑 같이 일하는 연구원이잖아? 가스터 박사님에 대해 뭐 아는 거 없어?”

  샌즈는 순식간에 자신에게 집중된 부담스러운 시선들을 마주하고 난감한 미소를 흘렸다.

  “글쎄, 나는 별로 할 얘기 없는데... 휴, 알았어. 알았으니까 다들 그만 좀 쳐다보라고. ...음, 가스터 박사님은...”

  가스터 박사에 대해 내가 아는 것? 그는...

  “그는 연구에 관해서는 포기하는 법이 없지. 설사 그 연구가 남들이 보기에는 좀 정신이 나간 것 같을지라도 그는-”

  그 순간 샌즈는 자신이 느끼고 있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가스터 박사는 결코 자신의 연구를 그렇게 쉽게 포기할만한 인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