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당신이 샌즈랑 아침에 일어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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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순수하게 샌즈가 바지를 안 입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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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샌즈한테 문자오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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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토리엘이 가정방문 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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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메사장이 돈지랄 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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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 알피스가 휴대폰 바꿔주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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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 샌즈가 햄버거에 코 박고 자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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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프리스크 괴롭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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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 플라위가 꽃잎을 집어 던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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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의 번외 떨어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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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 샌즈가 머리 감겨 주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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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편 정의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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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친절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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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 샌즈와 다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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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편 알피스와 접선하는 글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61583

15편 인내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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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편 파피루스 재우는 글 (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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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스카치 17



찰나의 안도감을 더 느끼고 싶어서 뼈다귀를 하염없이 눈에 담아내던 당신은 곧 그의 동생을 떠올렸다. 바깥에서 홀로 불안한 마음을 안고 형을 찾아다니고 있을 불쌍한 녀석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당신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그 순간 당신의 팔을 빠르게 낚아채는 차갑고 딱딱한 팔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만 바닥에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파피루스에게 연락하려는 거라면, 그만둬."


한 쪽 팔꿈치뼈를 시트 위에 짚고 상체를 일으킨 샌즈가 당신을 향해 의미 없는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빛이 꺼질 것만 같은 두 눈은 당신을 쳐다보고 있다고 표현하기에도 뭣하게 형편없이 죽어있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듯 한 그의 모습에- 단지 지쳐있었을 뿐이었지만- 그가 금방이라도 다시 사라질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낀 당신은 붙잡힌 팔을 뒤틀어가며 그대로 샌즈에게 와락 안겨 들었다.


"샌즈!"


당신이 품에 완전히 들어올 때까지도 뼈다귀는 그의 품 안에서 당신이 그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한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는지 팔을 그대로 붙잡고 있었다. 통증이 느껴졌지만 거의 반사적으로 반대쪽 팔이 올라와 당신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고 당신은 그것으로 충분히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지지대를 잃은 샌즈의 상체는 뒤로 그대로 넘어가버렸다. 당신과 뼈다귀는 폭 히는 가벼운 소리를 내며 나란히 새하얀 침대 묻혔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도 사흘에 한번만 눈앞에 나타날걸 그랬어. 안 그래?"


당신은 그 땐 안아주기는커녕 뼈를 조각냈을 거라고 반격하려다 그의 올라가있는 입 꼬리를 보고 내버려두었다. 샌즈는 스스로가 늘 그런 표정이라는 점을 감사해야 할 것이다.

샌즈는 꺼져가 눈으로 몇 마디 더 실없는 농담을 던졌고 당신은 그의 갈비뼈에 머리를 기댄 채 그가 목소리를 낼 때마다 당신의 귀를 울리는 미세한 진동을 느끼며 그것들을 도란도란 듣고 있었다. 그 수준이 점점 끈적해질 때 즈음 샌즈는 한참을 말이 없었고 당신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이상함을 느껴 다급하게 샌즈를 흔들어 깨우기 직전에, 그의 뼈마디들이 미세하게 들썩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기분 좋은 꿈을 꾸길 바라며 당신 또한 지그시 눈을 감았다.


*


방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오래간만의 평화로운 단잠이었지만 꿈에서 깨어나고 나서 그들은 해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 당신이 운을 띄우기도 전에 뼈다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분간 여기에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겠어. 연락 할 수 없는데 네가 날 봤다고 한다면 파피루스가 날 걱정할거야. 난 그 녀석이 '이 일'을 알길 바라지 않아."


샌즈는 알피스를 먼저 만나 이야기 하고 왔다고 전했다. 지름길을 이용할 줄 아는 그도 알피스가 갇혀있는 곳까지 '아무도 모르게' 들어가는 것은 유난히 어려운 일이었는지 그제야 온 몸 이곳저곳에 생채기가 눈에 띄었다.


"여행이라도 떠났다고 해줘. 아니면 끝까지 모른 척 하거나..."


전자는 확실히 진심이 아니었고 후자는 그 반대였다. 알아들을 수는 있었지만 샌즈는 마치 그 둘의 의미가 바뀐 것 같은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그는 긴장하고 있었다. 그것이 동생을 향한 죄악감 때문인지 일어난 일에 대한 중압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샌즈는 말을 이어갔고 당신을 향해 얘기하는데서 조금 달라진 샌즈의 억양과 어딘가 난처해 보이는 표정이, 파피루스가 아닌 당신은 '이 일'에 대해서 필히 알 필요가 있다는 강한 암시를 느끼게 했다.


"그 빌어먹을 '통보'를 듣고 나서 나는 혼자 다른 곳으로 불려갔어. 시공간에 대해서 묻더군. 리셋이나 로드 같은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아니 그들은 내게 그런 것들에 대해서 알아내려는 듯이 굴었어. 자신들이 세운 가설을 내 앞에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 이미 짐작은 하는데 내게 확인을 바랐던 거지. 시간의 변칙성을 발견한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을 거야. 왜 알아내려고 하는지는 몰라. 인간들은 알아내는 것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도 하지. 하지만 순수하게 과학의 발전 때문에 물어보는 투는 아니더군. 무엇보다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 나를 꽤 거칠게 잡아두려고 했으니까. 그 후로 쫓기고 있어. 그런데 그 원인이 너인걸 알게 되면?"


뼈다귀의 표정이 섬뜩하게 어두워졌다. 당신은 샌즈가 지상에서 해골이 호러요소로 등장하는 여러 콘텐츠를 보고나서부터 당신에게 겁을 주고 싶을 때면 늘 이렇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강조하고자 하는 일도 충분히 심각한 것이었지만 당신은 샌즈가 쫓기고 있다는 부분에 더 신경이 쓰였다. 샌즈는 걱정하는 당신에게 도망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럴 때만이라도 좀 스스로를 생각하라고. 내가 너에게 괴물 대사를 그만두라고 한 건 순전히 네 안전을 위해서야. 그건..."


샌즈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표정을 굳히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눈썰미를 움찔거렸다.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는데 마침 떠올랐다는 표정이었다. 그것도 잠시 백골 위에는 우울과 무기력함이 겹쳐보였다.


"야, 꼬맹아. 넌 내가 이런 이야기를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해?"


샌즈가 당신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방비 상태였던 당신은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건 왜 묻냐며 역질문을 하는 대신, 차분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평소에 늘 생각하던 일이었다. 그가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당신에게 안전을 강요할 때, 그건 당신을 보호하고 싶다는 표현이었다. 그럴 때마다 고마움, 안도감, 행복 같은 것들이 당신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요 근래 그 보호는 당신을 답답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이어져서 당신으로 하여금 의구심을 품게 하였다.


'샌즈가 날 보호하는 이유는?'


그는 날이 갈수록 과거에 '약속'으로 이뤄졌던 그것보다도 더욱 당신에게 헌신하고 있었다. 그가 당신에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지, 막상 생각의 끝에 다다르자 당신은 뚜렷한 답을 낼 수 없었고 검토하고 싶지 않은 마지막 선택지만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당신의 복잡한 표정을 읽어 내려가던 샌즈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네가 두려웠어."


외면해왔던 문이 불쾌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확히는 네 힘이.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을 뿌리째 뒤흔들어 버릴 수도 있는 네가, 견디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면 모든 걸 되돌리려고 할까봐."


당신의 머릿속에서 오래 감춰왔던 희미한 생각이 그의 입에서 술술 터져 나오는 이야기들이 몸에 감아가며 점점 굵어져 갔다. 그것들은 무서운 속도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래졌다. 당신은 침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스스로에게 한 번 더 질문했다.


'샌즈가 날 보호하려는 이유는?'


"그래서 너에게 잘해줘야 했어."


준비할 새도 없이 그 응어리는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고 예상과 다른 것 하나 없었다. 당신은 뼛속부터 경멸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늘 주변을 맴돌던 따뜻함이 당신 혼자만의 착각이었고 허상이었다고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는 컸다. 당신의 작은 몸으로는 견디기 버거운 것이 머리를 세게 치고 지나간 느낌이었다. 충격으로 울리는 공명은 발끝까지 전해졌다. 휘청 이면서도 속으로는


'알고 있었어. 내가 아니라 사랑하는 동생과 괴물들을 위해.'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살살 다뤄야 하는 폭탄 같은 존재. 그게 당신이었다.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좌절이었다. 당신은 그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 다만 아주 조금은 뼈다귀가 눈앞의 상처받은 어린 아이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으면 했다. 그게 지금 당장 당신이 원하는 것의 전부였다. 지금 당장은.

그런 사소한 바람을 담아서 샌즈를 올려다보았을 때 그의 얼굴은 이미 당신이 바랐던 것보다 더욱 짙은 죄악감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꼬맹이가 나한테 약속하기 전까지는."


샌즈는 손을 뻗어 당신의 헝클어진 머리를 손가락 사이사이로 빗어 내렸다.


"너는 내게 일상을 약속했어. 지나가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련이나 후회에 고통 받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들을 말이야."


샌즈가 그대로 손을 당신의 얼굴 쪽으로 내려 뺨을 훑어주었다. 마치 당신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무언가를 닦아내려는 것 같았다. 마음에 힘겹게 꾹 눌러 담아 놓은 것들이 눈에서 터져 나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하는 넌 항상 확신에 차있었지. 내가 두려워하는 게 한심해 보일만큼, 넌 누구보다 물러서고 싶지 않아했어. 난 네가 늘 그렇게 약속할거란 걸 알아."


말 몇 마디로 당신의 가슴을 짓누르던 음성은 고작 몇 분 전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만큼 달콤하고 부드러워져 있었다. 뼈다귀는 이미 당신이 바랐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따뜻한 것들로 당신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건 평소에 느꼈던 것보다도 더 깊고 뜨거운 감정이었다. 야속한 뼈다귀는 당신을 무너뜨렸다가 일으켜 세우는 걸로 모자라서 당신을 더욱 높고 밝은 곳으로 끌어올렸다. 그건 당신 스스로에 대한 구원이었다. 당신의 등이 갈라지고 날개가 솟아오르는 경험이었다.


"난 드디어 뭔가 하고 싶어졌어. 그 첫 번째가 널 돌보는 일이었고..."


샌즈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커가는 당신을 보며 시간이 흐른 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내가 걱정하는 건 이 세상이 아니야. 괴물들의 안위가 아니고, 내 동생 하나만이 아니야. 네가 내게 겨우 안겨준 희망이 사라질까봐 그게 두려워. 만에 하나 아주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면 시간을 되돌려도 좋다고 했지?"


'너와 그런 약속을 한 건-' 샌즈의 갈비뼈가 크게 들썩이더니 잠시 말이 없었다.


"널 믿어. 내가 그렇게 되게 두지 않을 거니까, 그걸 알아줬으면 해. 꼬맹아."


샌즈가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쥐었다.


"언젠가 내가 이 얘기를 하지 않으면 꼬맹이 너한테 조심하라고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 지금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그렇게 말해야 할 때니까."


'그리고 언제 다시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샌즈가 작게 속삭이는 것 같았지만 그의 입이 움직이지 않아 확신할 수 없었다. 서서히 녹아내리던 고드름처럼 당신의 뺨 위를 미끄러지던 물방울들은 소나기가 내리는 날 나뭇잎 위에 그것처럼 더 많고 빠르게 변해갔다. 소매로 눈을 찍어가며 당신은 호흡을 자꾸만 들이마셨다.


"샌즈... 미안해."


당신과 그는 지난 일에 대해서 형식적인 사과의 수순을 밟지 않았어도 화해한지 오래였지만 당신은 고작 지나고 없어져버린 사소한 일에 대해서 사과하는 것이 아니었다. 당신이 잘못한 것은 없었지만 그간 그를 짓눌러 왔을 당신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를 표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뼈다귀는 그런 당신의 얼굴을 견딜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계속 바라보았다. 당신을 한바탕 흔들어 놓은 폭풍우가 가시고 참아왔던 비밀스러운 감정을 다 비워낼 때까지 마음을 쓸어내리는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뼈다귀가 당신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나는 널 꽤나 좋아해 꼬맹아."


갑작스러운 질문으로 시작해서 고백으로 끝난 이 날의 대화는 당신과 그 사이에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밤이 계속 깊어가고 있었다.


*


당신이 겨우 평범하게 숨을 쉴 수 있을 때까지 진땀을 뺀 뼈다귀는 당신의 퉁퉁 부은 눈을 어루만져가며 실실 웃었다.


"헤...겁줘서 미안해. 그들이 네 힘을 눈치 챌 일은 없어.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샌즈는 자신의 코미디언 같은 연기로 당신이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기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했다. 감정이 사그라지고 당신이 느낄 부끄러움에 대한 배려였다. 멍해져 있던 당신은 정신을 다잡으며 그래서 그 때까지 당신은 샌즈가 계속 도망 다녀야 하냐고 물었다.


"도망 다니는 게 다가 아니야. 그래서 그들이 무슨 꿍꿍이들인지 알아내야겠어."


당신은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표적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일이었다. 쫓기면서도 접근해 정보까지 캐낸다는 건 얼토당토않은 안이었다. 어차피 당신인 것을 들키지만 않는다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계획 때문에 그게 필요한 건 아닐 거야. 다만 그 현상을 경계하고 있었어. 이미 만들어 놓은 무언가가 수포로 돌아갈까 봐. 내가 이렇게 확신하는 건..."


"형!"


방 문이 벌컥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