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
“샌즈!.”
늘 이런 식이다. 내 형은 한 번에 돌아보는 법이 없다. 두 번 정도 부르고 팔을 툭툭 치면 그제서야 뒤늦게 대답하곤 한다.
게다가 겨우 얻어낸 대답 또한 굉장히 성의 없기 일쑤여서 하려던 말들은 대부분 나래를 펴기도 전에 입 안에서 구겨져버리고 만다.
형을 부를 때마다 감시소에서 곤한 아침잠을 깨운 때처럼 괜시리 미안해지는 건 이 때문이었다, 아니 감시소에서 자면 안 되지.
정말 달콤한 꿈이라도 꾸는 것 마냥, 내 형 샌즈는 항상 뭔가에 늘 몰두해있었다. 뭔가 '생산적인 활동에 몰두해있어 바쁘다'라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 유감이지만, 어쨌든 확실히, 형은 무언가에 몰두해있었다. 마치 골통 한쪽 구석에 조그만 공간이 있어서
그 안에 다시 쳇바퀴를 돌리는 쥐 따위가 들어있어 바깥세상에서 천둥번개나 폭탄이 내려치든 말든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러니까 형은 멍하게, 말없이, 일상생활과는 별개로, 알 수 없는 어떤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었다.
형이 몰두하고 있는 것. 형만의 비밀이 무엇일까. 어쩌면 무시무시한 수학적, 화학적 혹은 물리학적 지식으로 인간을 잡을 함정을 개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엄청난 지능으로 나를 바로 언다인처럼 왕실 근위병으로 만들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도 아니라면 시시한 뼈 개그나 떠올리고 있겠지. 가장 그럴싸하다.
질문에는 타이밍을 잘 잡아야했다. 형이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으려는 그 순간, 팔을 잡고 얼른 가려웠던 궁금증을 터뜨렸다.
"샌즈, 잠깐만, 나 굉장히 중요한 걸 묻고 싶거든. 그러니까 제발 대답해줘야 해."
"응? 뭔데?"
“도대체 형은 항상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인간을 잡을 방법?, 왕실근위병의 위엄?, 아니면 또 폐허로 가서 혼잣말할 거리?”
그러자 형은 눈을 스르르 풀며 시시하다는 듯 대답했다.
"아..뭐..별 거 아냐. 숫자를 세고 있을 뿐이야."
"으..응?"
"하나, 둘, 셋, 넷... 그렇게 마음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다구. 내 집에서 그릴비네 술집까지는 이백 걸음, 그리고 앞으로 서른 걸음을 걸으면
그릴비가 컵을 닦고 있고 너의 방에 노크는 두 번 하면 너가 나오고.....아니면 시간 같은 거."
"뭐, 뭐라구? 왜?"
"안심이 되니까.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내가 하는 행동이 모두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 마치 어느날 세상이 모두 처음으로 돌아왔다고
느꼈을 때 밀려온 당혹감과 막막함은 정말 완벽한 공포였어. 뼛속까지 무섭다구. 우두커니 서서 무얼 해야할지 몰랐거든.
나는 단지 언제나처럼 아무것도 안 하며 살고 싶었을 뿐이야. 그래서 직접 하나씩 세기 시작한거지. 아직은 숫자를 세는것으로 만족 할 수 있어"
"으음, 그러니까 형 말은, 그저 수를 세는걸로 만족한다고?"
"응, 그래, 나는 나 혼자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가버리는 기분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형은 진심으로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고는 이내 그의 세상으로 돌아가버렸다. 아마도 서른 세 번, 핫도그 빵을 씹는 걸 세고 있을
평온한 형 얼굴을 보며 그동안의 수수께끼가 스르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형의 머리 한 쪽에 존재하는 주머니의 비밀을,
쳇바퀴가 돌아간 수를 열심히 세는 머리 속 쥐의 정체가 드디어 밝혀진 것이다.
아직 형이 말하는 과거로 가는 기분이 무엇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무슨 일인지 조금씩 슬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형에게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크 개추드립니다 ㅠㅠㅠ
리셋 숫자 세는 샌즈구나.. 슬프당
문장과 묘사력이 평균 이상이다!! 게다가 짧고 굵게 이렇게 써내기도 쉽지 않은데... 추천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