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



계속 가자.




20.

에봇 산 지하는 본래 몇몇 괴물들이 비밀스럽게 살아가던 곳이었다.

숲 속 보다는 인간에게 드러나지 않았기에 꽤나 많은 수의 괴물들이 정착하고 있었다.

문화도 가장 발달해서, 마을이나 지상에서 떨어진 씨앗으로 이룬 숲 등이나,

지하 중심에는 누가 세웠는지 모른 거대한 성 또한 있었다.

망명한 괴물들을 받아주기에는 충분히 넓은 땅이었다.


21.

괴물들 사이에서도 알려지지 않았던 지하 마을의 존재가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토벌이 심해지면서 에봇 산에 몰려드는 괴물들이 늘어났다.


22.

괴물들의 이동 방향이 한 장소를 향하고 있었다.

인간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23.

에봇 산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는 마법으로 인해 숨겨져 있었다.

제국의 마법사들이 총동원되었다,

영혼의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탐색 작업에 투입되었다.


24

그러나 영혼과 마법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고작 7년 전이었다.

입구를 찾는 것도, 부수는 것도, 헛걸음만 계속된 채 시간만이 흘러갔다.


25.

황제는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26.

입구가 없다면, 만들면 그만이다.


27.

인간들이 에봇 산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천장이 무너지고 벽에 구멍이 생기면서 지하는 흔들렸다.

불안이 괴물들을 잠식해갔다.

환영되지 않은 빛이 지하를 침식했다.


28.

거대한 빛이 어둠을 가르고 지하에 충돌했다.

이제까지의 어느 것보다 밝고 거대한, 태양과 같은 빛이었다.

그 빛은, 성 위에 떨어져갔다.

떨어진 것은 빛만이 아니었다.


29.

성은 불타오르며 시체를 집어삼켰다.

먼지가 시체에서 피어오르는 재와 섞여 하늘 높이 올라갔다.

성에 발을 디딘 인간 중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 

그만큼이나 많은 괴물의 영혼이 부서져갔다.

구멍은 마법으로 메워졌다.

그런 듯 했다.


30.

인간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손꼽힐 연구가 있다면

그건 아마 소멸 마법이었을 것이다.


31.

강하고 파괴적인 마법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는 마력을 사용하여 대가를 지불한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괴물의 신체.

이보다 나은 것은 괴물의 영혼.

이 중 최고로 치는 것은


32

인간의 영혼.


33

대체 그 마법 하나를 위해 몇 명이 희생된 걸까?


34

괴물들은 마법이 발동되는 것을 보자마자 깨달았다.

저것을 맞았다가는 지하는 끝이다.


그냥 끝이 아냐, 전부 부서져버려.

꽃도 나무도 괴물도

호수도 집도 공기도 

여기 이곳에 있는 모든 게 사라져서

우리가 아예 없었던 것처럼 되어버리는 거야

아무것도 남지 않고

모든 게,


하지만 막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저만큼의 악의를 견딜 만한 마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괴물들은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다.


35

성의 흔적은 하나의 상징과도 같았다.

괴물들은 폐허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가장 큰 구멍이 뚫린 곳, 태양이 무자비하게 빛을 내리꽂는 그곳에서

그들은 마지막을 기다렸다.


36

그리고 소멸 마법이 발동되었다.

그리고 괴물들은 마법의 방향을 왜곡시켰다.


37

그리고 어딘가의 영혼들이 폭주했다.




+

"막을 수 없다면 피해야지요."

"무슨 수로?"

"우리가 아니라, 저것이 우리를 피하도록."


그의 몸에서는 짙은 피 냄새가 났다. 삼지창은 이미 녹슬어 제 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끈적하게 뭉친 무언가가 그의 수염과 뿔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검고 짙어 심연을 닮아 있었다.


"방향을 바꾸자는 겐가? 왜곡 마법으로?"


온 몸이 먼지투성이인 괴물이 물었다. 그의 등껍질은 갈라져 성한 데가 없을 정도였다.

한 손에 쥔 망치를 가만히 쳐다보던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자네는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가?"


염소 괴물은 희미하게 웃었다. 이미 그것으로 대답은 충분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체념하듯 내뱉었다.


"적어도 할 수 있는 것은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시발

내가 뭘 쓴건지 모르겠다


답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