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ence[1회차]
죽지못했다.
머리는 어지럽고, 손끝은 까딱하는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살아나봤자, 굶어죽는것 밖에 길은 없을꺼란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포기하고있을쯤, 아래가 조금은 푹신하단것을 알아챘다.
꺼져갈듯한 의식을 붙들어맸다.
꽃향기가 났다.
그리고 누군가의 발소리도 들렸다.
"..어? ...아...! 저,저기.. 괜찮아? 어.. 아직 살아는 있는거같은데.. 저기.."
"..하..으... 커헉...! 흐윽..!"
빌어먹게도 이런때에도 병은 진행되었다.
그덕분에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나를 조심스레 들었다는건 알수있었다.
문제는 그걸 알자마자 고통에 못이겨 정신이 까무룩해져버린것이다.
두눈을 떴을때, 포근하고 향기로운 침대위에 자신이 누워있단것을 알아채는데엔 오래걸리지 않았다.
시설은 아니라는것도 그로인해 알수는 있었다.
그렇다면 민간인의 집이라는 소리였고, 자신이 몸을 던진곳은 어둠뿐인 구덩이였다.
문득 누구나 도시괴담처럼 알고있는 소문이 생각났다.
*어느 산에는 괴물들이 살고있다. 괴물들은 인간을 잡아먹으며, 꽃을 인간의 피를짜내 피워낸다. 산에 오른자는 돌아오지못한다.
죽어가던 자신을 구해준자들이였다.
구전과는 상당히 다른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타난 외형에 헛웃음을 흘릴수밖에 없었다.
인간에게없는 새하얀 털과, 머리위로 뻗어난 뿔.
그리고 튀어나온 입과, 뭉퉁한 손과 길죽한 귀.
"오, 이런.. 드디어 정신이 들었나 보구나. 잠깐만 기다리렴. 아스리엘-"
멀리서 도도도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까 들렸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엄마. 무슨일 있나요? 혹시 뭔가.."
"오, 아니란다."
문에 들어섰던 괴물은 복도에 있는 누군가를위해 허리를 굽혔다.
덕분에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아이가 깨어났단다. 네가 제일 걱정을 많이했잖니.. 자, 같이 들어가자꾸나."
"오, 토리.. 그아이가 깨어난건가?"
"아, 아스고어.. 네. 일어난거같아요. 아직 좀 경황이 없는거같지만.."
말을 나눈다고 멈춰서있는 괴물의 틈을 파고들며 작은괴물이 들어섰다.
"오, 이런 아스리엘.. 굉장히 급했구나."
어려보이는 그 괴물은 거침없이 자신의 침대까지 달려와 자신의 힘없는 손을 잡았다.
"아, 다행이다... 난 네가 그대로 죽는줄 알았어.. 어디 불편한데는 없는거야?"
처음받는 익숙하지못한 상냥함에, 나는 말로 표현못한 기분을 느꼈다.
그사이에 큰 괴물 둘이 방안으로 들어섰고, 나는 놀란눈을 눈앞의 작은 괴물에게 고정하고있었다.
불신이 깊은 나는 결국 잡은손을 뿌리치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채 웅크렸다.
목에감긴 따가운 가시가 제몸을 쿡쿡 찔러들었지만, 언제나 느끼던게 아닌가..
이불너머로 그들의 대화가 귀에들어왔다.
"이런.. 아가, 아무래도 좀더 시간이 필요한거 같구나.."
"아마, 조금 많이 놀란것도 같더군.. 조금더 시간을 주는게 좋겠소. 그만 나가자꾸나, 아스리엘.."
"...네.. 알겠어요.. 저기..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그땐 친구가 되자."
발걸음이 물러나고 문이 닫혔다.
나는 슬쩍 이불을 내리고 닫힌 문을 쳐다보았다.
문너머에 인기척은 없었다.
즉시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켰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으..."
아무래도 머리를 다친듯했다.
골머리가 울리고, 눈앞이 핑핑도는것만 같았다.
울렁증에 먹은것도 없는 배속을 토해낼것만같았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의 구석에있는 커다란 꽃병과 옷을넣는 서랍.
그리고 누군가 그린 그림.
여기는 어린이의 방이였다.
하지만 방도가 없는게 아니였다.
화병을 넘어트려 깨트렸고, 그것을 쥐었다.
아무리 친절하다해도, 누구든 자신의 안위가 먼저일것이다.
그것이 뒷골목에서, 감옥같은 그곳에서 배운것이다.
괴물들의 세상이 어떨진몰라도, 누가 알겠는가?
옛날 귀동냥으로 들었던 동화처럼 살을 찌워 먹힐지..?
죽더라도 누구에게 먹혀죽는것은 싫었다.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써 죽어서, 흙이되고싶었다.
자신의 생명을 남에게 줄생각은 죽어도 싫었던것이다.
병이깨진 소리에 놀라 방문을 열어제친 괴물에게 화병 조각을 들이댔다.
갈라져 깨져가는 목소리로,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않아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난.. 여길 나갈꺼야. 출구가 어디야?"
세 괴물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일먼저 행동한것은 상냥한 말투를쓰던 괴물이였다.
뒤의 두괴물의 부름에도, 자신에게 망설임없이 성큼성큼 다가와, 손을 찰싹때렸다.
그 충격으로 겨우 쥐고있던 손이 벌려져 조각이 떨어졌고, 괴물은 자신의 팔목을 잡고 잡아당겼다.
결국 나는 그 괴물의 품안으로 들어가게되었고, 괴물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되었다.
"이런 위험한건 쥐는게 아니란다. 쉬이.. 진정하렴.. 여긴 널 해칠자는 아무도 없단다.. 자, 많이 무서웠나 보구나."
낮게 자장가를 부르듯이 소근거리며 자신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알수없는 감정, 기분, 답답하고, 미칠꺼같은 심장을 옥죄는듯한 느낌.
그것들이 두려움으로 변하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는 그 낯선감정을 느낄준비가 전혀되어있지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해를가할생각이 없는 이들을 밀쳐낼정도로 매정하진않았다.
그저 가만히,그리고 묵묵히 그녀의 포옹을 받아냈다.
그녀는 그걸 어떻게 느꼇을진 모르지만 진정이 됐단것은 알아챘을것이였다.
그녀는 그렇게 내 두어깨에 손을 얹은채 살짝 떨어졌다.
그리고는 갑자기 인상을 찡그리며 화난표정을 지었다.
"또다시 이런 위험한짓을 한다면, 혼이날줄 알렴!"
그렇게 단호하게 내뱉은 얼굴은 다시 너그러워졌고, 나는 그녀의 갑작스레 변해가는 표정에 조금 멍할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내 손을 두손으로 살며시 펼치며 쳐다보다가, 나를 쳐다보았다.
"다친것처럼 보이진않아 다행인듯하지만.. 손바닥이 따끔거리거나 하지않니?"
나는 입을 살짝 삐죽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쎄게쥔것도 아니였으니, 기껏해야 눈에보이지않는 작은 조각이나 묻어있을것이였다.
"그래. 일단은 욕실로 안내해주마. 손을 흐르는물에 씻어야겠구나."
그녀는 손이아닌 손목을 살며시 쥐고 나를 안내했다.
내가 스쳐지나갈때 작은괴물, 아스리엘이라 생각하는 그아이는 조금 당황했던 표정을풀고 살짝 웃었다.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하자. 난 네가 나쁜아이가 아니라는것을 믿어."
나는 고개를 돌렸다.
아스리엘은 자신을 정말 믿을지 어떨진 몰랐지만, 그녀가 내손을 치려고 다가왔을때의 아스리엘은 꽤나 다급했었다.
아마 그게 가족끼리 이어져있는 걱정이라는 감정이라는것은 알았다.
그후 나는 그집에서 살게되었다.
염소를 닮은 괴물가족의 아래에서 상처도, 끔찍한 바늘자국도 서서히 아물어갔다.
아스리엘과 몇일을 같은방에서 지내며 내 병도 살며시 멈추었다.
나는 내가 떨어졌던 꽃밭에 자주들렀다.
그곳은 조용했고, 하늘을 밉살스러울정도로 푸르렀다.
그렇게 하늘을 쳐다보다보면,간혈적으로 발작하듯 내목에 피어난 꽃들을 뜯어내기도했다.
아픔에 얕은 신음이 흘러나와도, 멈추는게 힘들었다.
그럴때마다 멈춰주는것은 아스리엘이 부르는 내 이름이였다.
아스리엘은 너무나도 놀랐음에도, 걱정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괜찮냐고 물어왔다.
그제서야 내 손은 멈추고, 흐르는 피들이 옷과 몸을 적셨다.
그럴때마다 나는 그저 웃을수밖에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지상으로 나가서 복수할 생각같은것은 하지않았다.
내가 떨어지고 한달쯤 됐을때, 우린 내가 떨어졌던 장소에서 멀어졌다.
뉴홈이라는 아스고어의 센스없음이 드러나는 지명으로 이사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코어라는것이 돌아가고 있었고, 간간히 놀러가는 지상으로의 입구로가는길에있는 알현실에서 그와 만났다.
그는 항상 나와 아스리엘과 비슷한 덩치의 불쌍해보이는 해골을 데리고있었다.
늘상 누가 말을 걸면 억지로 웃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키큰 가스터라는 연구소장의 옆에서 대신 계획을 이야기했다.
물론 내눈에만 그렇게 보였을지 모른다.
다른 그 어는 누구도, 그 해골의 표정에대해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애초에 그 해골은 계획을 이야기하는것 외에 우리와의 접점은 전혀 없었다.
말도 걸지않았으며, 그저, 단순히 단 한번 나와 눈이 마주쳤을뿐이였다.
그리고 항상 돌아가기전 가스터는 나를 한번 늘상 짓는 기분나쁜 웃는 표정으로 훎고는 했다.
그 표정이 마치 탐욕스런 자신의 손에 죽은 그것과 비슷해보였음이 더 소름끼쳤다.
나는 아스고어의 망토를 잡아당겼다.
"음? 왜그러니?"
나는 아스고어를 쳐다보다가, 아까 그가 나간방향으로고개를 돌렸다.
아스고어는 그 작은 몸짓한번으로 내가 원하는게 뭔지 알아챘다.
"궁금하나 보구나.. 이곳 너머에 결계가 있다는건 알고있지?차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스고어는 조금 씁쓸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결계를 어떻게 부술순없을지에대해 연구하는괴물이란다. 물론 혼자는 힘드니 여러조수를 쓰고있지.. 그리고,
아까본 해골괴물의 부모이기도 하지. 그는 상냥하단다. 부모없는 괴물들을 거두기도 하니까."
나는 뭔가 하고싶은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말할순 없었다.
그저 내가 누군가를 믿지않아 생겨난 오해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말을 삼켰다.
그리고 슬쩍 발을 돌려 아스리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환하게웃으며 화환을 만드는 멍청이에 질렸다.
내가 화환에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면서, 한번내가 만드는것을 들킨뒤로 계속 이상태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아스리엘은 머뭇거리며 화환을 조각내었다.
하지만, 아스리엘이 자신에게 예쁜것, 멋진것, 아름다운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는건 알고있었다.
나는 아스리엘이 꽃을 조각내는 손을잡고 멈추게했다.
그리고 손안에 남아있는 꽃을 가져와 만지작거리다가 아스리엘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아.. 차라.. ..헤헤, 그래도 꽃을 싫어하진 않는구나."
나는 바보스런 아스리엘이 좋았다.
그저 소심하고, 한결같고, 상냥할뿐인 순수한존재.
나쁘진 않았다.
내 성격이 잔뜩 비틀려있음을 나름 인정하고 있었기에..
우리의 사이가 아주 나빠진적은 없었다.
"에헤헤, 차라. 하늘을 보러갈래?"
나는 바보같은 아스리엘의 손을잡고 일으켜주었고, 아스리엘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같은 아스리엘은 내가 하늘보는것을 좋아하는줄알고있었다.
이곳에 있으면서 나는 여러가지를 알게돼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활용할 방도도....
병에대해서도 조심성없는 그것들의 속삭임이 매우도움이 되었었다....
어느날 나는 아스리엘에게 병에대해 털어놓았다.
아마 병은 다시진행될것이고, 그때야말로 나는 죽을것임을 알렸다.
아스리엘은 순진한 눈망울을 그렁이며 흔들었고, 내가 지상에대해 어떤생각을 하는지도 알게되었다.
"차라.. 난.. 그때까지라도 난 차라를 지킬꺼야."
나는 살며시 웃었고, 이야기를 진행하기위해 손을 놀렸다.
*죽어서라도, 너만큼은 지키고싶어. 더러운 지상에서 너를 지키고싶어.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아스리엘은 알아챘다.
*아스리엘. 내 최고의 친구, 아스리엘.. 난 네가 소중해. 그러니 내 감정을 네게 맡기진 않을거야.
아스리엘은 눈물을 머금었다.
"차라.. ...나.. 널 도울래. 너와 같은 아이가 또다시 생기지 않도록.."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계획을 짜고, 그것은 우리의 보물상자의 제일 아래에 묻혔다.
칼을 준비해 침대에 숨겼고, 병이 다시 진행되길 기다렸다.
지하에 떨어지고 5개월.
병은 다시 진행되어갔고, 나는 하염없이 두려움에 떨었다.
잠을 못들때도 있었고, 몸은 점점 힘이빠져나갔다.
간간히 뱉던 신음소리조차 나오지않게되었고, 입에서는 꽃잎과 피가 토해져나왔다.
아스리엘이 다가오면 나는 아스리엘에게 붙어 어깨를 떨었다.
아스리엘은 그런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4주가 지나고, 목에는 열번째 꽃송이가 맺어져있었다.
나는 조용히 종이를 꺼내어 글을 끄적였다.
아스리엘은 옆에서 자고있었고, 나는 그런 아스리엘을 쳐다보며 미소지었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기위해 웅크려 바들바들떨고있자, 아스리엘이 어느새 일어난것인지 다가왔다.
"차라.. 어,어디 아파? 혹시, 우는거야?"
그런 아스리엘이 내 손에 쥐여진 종이에 쓰인 글을 보았다.
아스리엘은 말이 없었고, 아침이 되어서야 나는 모두의 앞에서 죽었다.
아스리엘은 계획대로 내 영혼석을 그 자리에서 먹어치웠다.
아스리엘의 눈을 통해 나는 볼수있었다.
당황한 토리엘과 아스고어.
내 육체에서 싹을 조금씩 틔우는 식물.
아스리엘은 달렸다.
결계 밖으로 튀어나가, 내가 있던 건물로 향했다.
다만 여기서 내가 예상했던것은 아스리엘의 몸을 내 의지로 채우는것이였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할수있는것은 구경하는것정도였다.
아스리엘은 우선 크게 한방 건물에 날렸다.
건물의 외벽이 무너졌고, 아무래도 자유시간이였던듯, 그 벽에서 인간들이 우수수 튀어나왔다.
'멍청한 아스리엘.. 인간들을 끌어내는데는 좋지만, 요란해버리면 진짜 윗층은 도망가버린단 말이야!'
자신의 목소리가 아스리엘에게는 닿지않았다.
아스리엘은 인간들을 공격하기보다, 노약자들이 갇혀있던 그 건물을 파괴하는데에 열심히였다.
결국 큰 상처를 입어버린 아스리엘은 더이상 뭔가 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지하세계로 도망쳤다.
그곳에서 죽은 인간은 단 한명도 없었다.
지하로 돌아와 아스리엘이 알현실에서 죽었고, 그 뒤는 나는 몰랐다.
그저 앞이 캄캄해졌고, 다시 두눈을 떳을때는 내가 떨어졌던 최초의 장소에 갇혀버렸으니까..
그뒤로 한참이 흘러 시간마법이 지하세계 곳곳에 퍼진것만이 알수있는 유일함이였다.
그리고 그 현상과 함께, 여자아이가 떨어졌다.
파란 리본으로 머리를 묶고, 장난감 칼을 쥔채 떨어진 두번째 인간의 아이.
이블린(Evelyn).
내가 처음으로 마법을 시행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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