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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프리스크는 파이를 벤치 가운데에 놓았다.

머뭇거렸다. 파이 놓을 곳마저도 고민한 것이다.

가운데 놓인 파이 덕분에 샌즈와 프리스크는 자연스레 벤치의 양쪽으로 앉았다.

샌즈는 파이 하나를 집어 먹으며 말했다.



* 근데 꼬맹아.


* 응?


* 너 왜 그때 답을 못한 거야?



한참 전에 했던 말이었다. 

그때의 샌즈가 네가 한 짓이냐고 물었을 때 

프리스크는 대답을 안 한 게 아니라 못 했다고 표현했었다.

뜬금없이 한 질문이었지만 프리스크는 단번에 알아들었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답을 할 때는 여전히 머뭇거렸다.

샌즈는 그 과정을 기다려주기로 했다.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이 이 아이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프리스크는 마침내 샌즈에게 말했다.



* 그때는... 샌즈와 싸우고 있었으니까.


* 헤, 너랑 내가 싸우는 데 아무도 말릴 생각을 안 했나 봐.


* 아니.


* 말릴 사람이 없었군.


* ...응.


* 다 죽였어?


* 전부 다. 아니, 거의. 눈앞에 보이는 건.



다 죽였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프리스크는 지하의 결계를 깼다.

그런 의지를 가진 인간 영혼이 계속 나아가려 하는 길에 괴물들이 막으려한들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한없이 자비로울 줄 알았던 프리스크가 그런 선택도 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가 낯설었다.



* 그래, 다 죽이고 나니까 별거 없어서 다시 시작한 건가.


* ...아니야. 많은 걸 알았어.


* 하긴. 그러니까 계속 죽여 나갔겠지.


* 샌즈. ...원래 난 괴물들을 죽인다는 건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

난 이 세계가 궁금했고 사람들이 궁금했지.

그저 내가 계속 호의를 베풀고 관심을 가지면 사람에 대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하지만 아니었어. 어떤 괴물들은 계속 자신을 감췄지.


* ...너 말이야. 단어 선택을 좀 더 신중히 하는 게 어때?

어떻게 되는지 보려고 괴물들을 죽였다는 거로 들리는데.


* ...하지만, 맞는 말이야.

난 아직 더 알고 싶은 게 많은 데 그렇게 끝이 시작돼버렸지.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나는 답답했어. 시간선의 끝. 그 뒤는 더 이상 아무것도 없거든.

나는 책을 다시 펼칠 수밖에 없었어.

지상으로 올라간 괴물들을 다시 끌어내려 다른 방식으로 괴물들을 대해보았지.

그리고는 죄책감에 휩싸였어.

폐허를 나와서 스노우딘의 눈부신 눈들을 보면서 다시 시작할까 생각했는데... 

뭔가 달라지고 있었어. 

그렇게 토리엘, 파피루스, 언다인, 알피스...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자 결국엔 네가 나를 막아 세우더라.



샌즈는, 다른 프리스크들이 어쨌든 간에 눈앞에 있는 이 인간 아이는 지하를 구했으니

이 아이를 대할 때 다른 프리스크를 대입하진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샌즈는 생각을 고쳤다.

한 인간 아이가 지하로 떨어졌다. 그 아이는 그렇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폐허의 모든 괴물을 죽이고 나와 폐허의 모든 괴물에게 자비를 베풀고 나와

내 동생을 죽이고 내 동생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자신을 막아서는 모든 괴물을 죽여서 자신을 막아서는 모든 괴물들과 친구가 되어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지하 세계를 구했다.


그 인간 아이는 프리스크였다.

샌즈는 프리스크에게 말했다.



* 그래. 내가 일은 좀 잘하던가.


* ...너한테 수없이 죽고 나니까 그 싸움이 영원처럼 느껴졌어.

그런데 난 폐허를 막 나왔을 때보다 더 ...뒤돌아 갈 수가 없었지.


* 마지막장을 보고 싶었군.


* 맞아. 난 프리스크잖아.



프리스크는 억지웃음을 지으려고 했지만 잘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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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4화쯤 끝내려고 했는 데... 다음화에 꼭 끝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