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ㄱㅈ
브루키애껴욧(birzabith)
2016-11-1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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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느때처럼 여울을 가로지르는 다리길을 걷고 있었고 문득 내려다본 구렁 아래에 매번 보이던 맹꽁이 무리는 온데간데 없더니 그 대신 꺼림칙한 황토빛 몸통에 검정 얼룩이 가득한 동그란 가오리가 가득 차 있는게 아닙니까. 꾸무럭거리는 지느러미에 정신이 팔려 나는 어느새 구렁 위 돌다리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어른 손바닥만한 가오리 무리가 한참을 뒤엉켜 진흙탕의 물을 잔잔히 튀기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감전위험 표지판은 항상 황색과 검정을 사용합니다. 그 가오리의 얼룩무늬 빛깔은 어린 내게 난생 처음 산 것이 자아내는 경외심의 감각을 일깨웠습니다. 비록 그것이 꿈에서 본 비현실의 광경에 불과하였음에도 나는 그 이래 줄곧 가오리가 무서워졌어요. 저 가오리는 분명 전기를 뿜어내 나를 죽여버릴 녀석들이었거든요. 혹자는 아름답다고 칭할 것이며 그럼에도 나는 저 얼룩이 두려웠습니다. 어느날 별 생각 없이 펼친 백과사전의 삽화를 보고 나는 조금 놀랐습니다. 어쩌면 눈을 감는 것이 한결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리고 이튿날 밤 나는 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아마 그것이 내가 물을 두려워하게 된 이유일 겁니다. 이제야 납득을 하시겠죠. 그도 분명 물이 무섭다고 그랬어요. 공포에 질린 그는 동생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꿈에서 깨어날 적이면 해골은 항상 이러한 풍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습니다. 대개의 이야기엔 그의 동생이 어김없이 등장하였고 우습게도 그가 전하길 그것들은 되먹지 못한 한때의 바람을 들먹이며 저를 매번 조롱하더라 이겁니다. 그리 말하던 표정이 퍽 지쳐보였어요. 어쩌면 내게 하소연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문득 그런 착각이 들었습니다. 여지껏 그런 생각을 품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가 털어놓던 모든 이야기는 얼핏 보면 맥락 상 서로 별것 다르지 않은 것 같았으나 사실 그날 만큼은 이상하게도 단 하나 평상시와 다른 점이 있었어요. 한데 나는 그의 목소리를 홀로 흉내낸 것에 불완전하던 나의 대답을 주절이며 끼워맞춰보다 뒤늦게나마 납득을 하고 마는 겁니다. 아, 저는 어째서 그때 그에게 대꾸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다음 날 바깥에서 뻣뻣하게 굳어버린 그 놈을 발견했습니다. 어째서 그 놈의 주검이라 일컫지 않느냐구요? 하하! 어디부터 트집을 잡아야할지, 이거 정말 우습군요. 내가 이미 거듭 말했지 않잖습니까. 여하튼, 나는 여지껏 몰랐습니다. 코마토스. 그것이 괴물의 죽음이라면서요. 나는 이따금 해골과의 마지막 대화를 떠올립니다. 그것은 그나마 우리가 나누었던 그 어느 것 보다도 온전한 축에 속하는 대화였으나 당시 나는 해골의 손목뼈에 온통 시선을 사로잡혀 사고에 집중하지 못하였죠. 나는 귀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내 머리 속엔 어떠한 장면이 저 해골조차 눈치채지 못한 새 아주 조용한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들끓고 있었습니다. 기력없이 옆구리 아래로 축 늘어진 저 뼈다귀가 언젠가 보았던 추상화의 한 장면처럼 허물어져 사각의 나무판자 위를 액체처럼 흐르고 머지않아 새카만 개미떼에 휩싸여 그 흔적이 얼룩 하나 온데간데 없이 파 먹히고 마는 풍경을요. 그가 그토록 바라지 마지않던 죽음이었으나 이는 종지부로서 그 무엇하나 온전치 못하였기에 불온한 의구심에 나는 한참을 괴로워 해야만 했습니다. 나는 저것을 방 한켠 먼지바닥 위에 뉘어놓은 채 그 방문을 걸어잠가버렸어요. 어쩌면 당장이라도 눈을 뜨고 저것이 벌떡 몸을 일으키는 건 아닐까 나는 항시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 수록 나는 모호한 감각에 휩싸였습니다. 나는 두려워하는 것인가 혹은 고대하고 있는 것인가 이젠 분간이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필연 매 순간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집착 했었는데도 말입니다, 우습게도 그것이 어언 몇 년 전의 일이었는지, 나와 그에게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걸 잘 알지만, 아 어째서인지 혀끝에 맺힌 말탓에 그 기억 조차 괜스레 가물거리는군요. 그리고, 그리고... 이것이 썩 나쁜 작별은 아니리라고, 이제 마침내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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