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둘만이 남은 MTT호텔 식당은 적막한 고요함으로 가득찼다. 무심하게 눈을 감아버린 해골과, 무심하게 스테이크를 우물거리는 인간. 둘은 언제부터인가 서로를 응시하지 않았다. 인간은 그저 해골의 말을 기다렸다. 고기 씹기를 반복한다, 한 번, 그리고 두 번. 길고 긴 식사시간. 식당에 짙게 깔리는 선율도 그들의 정적을 메울 수는 없었다.


늦은 저녁 식사는 이제 절정으로 치닫는다. 진한 와인을 마신 듯 뜸들이며 말을 이어가는 건 샌즈였다.


"아주머니의 말씀이 없었더라면...어떻게 됐을까?"


앙상한 손뼈가 유리잔을 쥐고는 운을 떼듯 그것을 조용히 두들겼다. 한 번, 그리고 두 번. 눈을 감은 샌즈는 그 유리잔의 소리를 음미했다. 날카로운 금속성이 정신을 두드리고, 이내 느껴져왔다. 베어오는 서늘한 쇠붙이와, 잘려나간 시간선, 순서없는 사진기억들이 샌즈의 머릿 속에 어지러이 뇌까리친다. 그 모든 미장셴에는 인간이 있었다.


샌즈는 돌연 유리잔을 움켜쥐고 눈을 부릅떴다. 인간이 아직은 눈 앞에 있다. 아무런 일도 없던 것처럼 식사를 하고 있다. 그 행위가 아마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리라. 속으로 끄덕인 샌즈는 그것을 자극해 볼 심산으로 짙은 분노가 서린 음성으로 낮게 속삭였다.


"넌 그자리에서 죽은 목숨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