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쉬이 지내지 못한 차디 찬 겨울이 지나고

새 생명이 피어나는 따스한 봄이 찾아왔다.



언제나 그럿듯, 매일 아침마다 방문하는 그 갤러리에는 어제 올라온 글 몇개가 이른 봄의 아침 추위에 떨고있었다.

기운이라도 차리게 해줄까 하며 개념글 추천 단추를 눌러보지만, 계속 1일 1추천만 가능하다는 안내창이 떠오를 뿐이었다.



오락과 여흥을 선물하던 즐거운 만화와 뜻 깊은 문학들이 올라오던 개념글 게시판은 그 맥이 끊긴지 한참이 지났고

다같이 토론하며 밤을 지세웠던 지식의 장에는 아무도 없는 횡량함이 멤돌았다.



하나 둘 떠나간 흔적, 마지막 언바라는 게시글과 함께 사라진 그들.

하나 둘 떠나간 모두, 폐허에 핀 쓸쓸한 노란 꽃 한 송이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당신.



오늘도 언하라는 게시글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무도 오지 않는 폐허에서, 부숴진 벽돌 사이사이 잔재물을 감싸안은 덩쿨을 타고 당신의 슬픔이 울려퍼졌다.



예전에 박이와 부숨이로 불리었던 자극적인 글들은, 어느새 당신의 서정적인 감성을 노래하는 한 마리 파랑새가 되어있었고

맞춤법 하나 신경쓰지 않으며 휘갈긴 글들은, 어느새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과 사랑이 담겨있는 한 편의 시가 되어있었다.



아무리 새로고침을 반복해도, 당신이 남긴 조회수만 올라갈 뿐이요

당신이 스스로에게 준 개념 추천 하나만이 있었다.



모두가 떠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무대의 공연.

하지만 연주가는 악기에서 손을 놓지 않는다.



관객 한 명이라도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누군가는 그 선율에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런 당신의 어깨에 앙상한 뼉다귀가 닿았다.



"헤, 너는 아직도 남아있었구나, 친구야?"



그 끝에는 능글능글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해골이 있었다.



"그렇게도 우리가 좋았던거야? 이거 조금 쑥쓰러운걸...?"



해골은 있을리 없는 코를 손 끝으로 훔치며 놀란 당신을 바라보았다.



"정말 좋은 한 때였어, 그렇지? 너도 나도 다 함께 이 이야기를 즐기기 위해 몰려들었잖아."



해골은 무언가 슬픈 기색이 섞인 두 눈을 꼿꼿이 펴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때 기억나? 처음에 플라위의 속임수에 넘어가 당황했던 그 때."



노란 꽃 한 송이가 나타나 당신을 따스한 빛의 꽃잎으로 감싸안았다.



"토리엘을 만나, 겉으로는 의심하면서도 속으로는 한 줌의 사랑을 느꼈던 그 때."



자애의 미소를 띤 염소가 나타나 당신을 포근하게 감싸안았다.



"우리 해골 형제를 보고 엉뚱하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던 그 때."



괴상하지만 어딘가 엉뚱한 옷을 입은 해골이 나타나 한 손으론 허릿짐을 지고 경쾌한 미소와 함께 당신을 감싸안았다.



"처음에 무섭고 겁이 났지만, 언다인의 마음 속에 따뜻함과 순수함이 가득함을 깨달았던 그 때."



날카롭지만 순수한 미소를 지닌 물고기 인간이 나타나 당신을 놓칠새라, 단단히 감싸안았다.



"수 많은 그 때들."



노란 빛 도마뱀, 차갑지만 따스한 로봇, 덩치 큰 염소, 조그마한 어린 염소, 실눈의 소녀, 붉은 눈의 소녀...



수 많은 추억들이 나타나 당신을 따스히 감싸안았다.



"이제 우리를 놓아줄 때야."



당신은 순간의 공포에 휘말려 제발 가지 말라고 애원하려 했지만, 해골이 손가락으로 떨리는 입술을 막았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했던 추억과 감정, 이야기들 모두…"



해골은 당신의 입술에서 손가락을 떼어 흥분을 쉽사리 가라앉추지 못하는 가슴에 갖다대었다.



"이 곳에 있어, 네 마음속에."



해골은 두 눈을 감고 시를 읊조렸다.



"정말 좋은 날씨야."



"새들은 노래하고."



"꽃들은 피어나고."



"이렇게 좋은 날에는 말야…"



해골은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꼭 감은 두 눈이 그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 듯, 맑고 투명한 눈물을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새 출발을 해야 하는 법이야…"



해골의 뺨을 타고 내린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한 잎, 두 잎, 분홍빛 벚꽃이 되어 바람을 탔다.



짧은 시간을 함께했지만, 평생을 마음 속에서 일어갈, 그 수많은 추억들이 가녀리고 어여쁜 꽃잎이 되어 창 밖으로 여행을 떠났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하지만 언제나 마음속에 안주할 그런 여행을.






쉬이 지내지 못한 차디 찬 겨울이 지나고

새 생명이 피어나는 따스한 봄이 찾아왔다.



언제나 그럿듯, 매일 아침마다 방문하는 그 갤러리에는 오래 전에 올라와 그 때를 가늠하기 힘든 글 몇개가 이른 봄의 따뜻함을 만끽하고 있었다.누군가가 정성들여 천천히 써내린 듯, 모든 글에 그 사랑이 담겨져있었다.



오락과 여흥을 선물하던 즐거운 만화와 뜻 깊은 문학들이 올라오던 개념글 게시판은 그 맥이 끊겼지만, 그 알맹이들은 모두 한 톨의 씨앗이 되어 오랜 잠에 빠져들었고, 다같이 토론하며 밤을 지세웠던 지식의 장에는 셀 수 없는 지식이 도서관의 향긋한 고서처럼 보관되어 있었다.



하나 둘 떠나간 흔적, 마지막 언바라는 게시글과 함께 사라진 그들.

하나 둘 떠나간 모두, 하지만 밝게 빛나는 노란 꽃 한 송이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당신.






당신은 화창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새들은 노래하고, 꽃들은 피어나고…



이렇게 좋은 날에는 새 출발을 시작해야 하는 법이었다.



당신을 짧게, 언바라는 글을 남겼다.



북마크에서 오랜 시간동안 자리를 지키던 언더테일 갤러리 항목을 삭제했다.






*And Nobody Came.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