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954991
아무래도 그렇게 보낸 것이 마음에 걸려 죄송한 마음에 연락을 했단 당신의 말에 샌즈 부장은 그런 마음 가질 필요 없다고 대답했지만 그래도 너무 죄송해 내일 좋은 곳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당신의 말엔 그는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급히 승낙했다.
간단히 저녁이나 먹고 대충 용건을 말하고 헤어지고 싶었지만 약속 시간을 정하는데 당신의 의사는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아침과 점심 사이의 어중간한 시간에 약속이 잡히는 바람에 황금연휴의 아침부터 당신은 불편한 정장을 꿰어 입었다. 와이셔츠를 입자마자 답답한 기분이 들었지만 가장 찝찝한 것은 넥타이를 집어들었을 때였다. 연휴에 넥타이까지 두르고 번화가를 거니는 사람은 폰팔이 정도밖에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거래처 부장을 만나는데 편하게 입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크게 한숨을 푹 내쉬고서야 당신은 헐렁하게나마 넥타이를 맸다.
분명 시계의 시침은 아직 오전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어딘가 맛이 간 것이 분명한 태양은 벌써부터 아스팔트를 달구고 있었다. 지하철 역을 나서기 무섭게 콧 속으로 파고드는 타르 냄새에 당신은 인상을 한껏 찌푸리고는 차마 입지 못한 자켓을 손에 꾹 쥐고 걸음을 옮겼다. 아직 약속시간에서 30분이나 남았지만 그래도 당신이 부탁해서 만나자 했던 것이니 당신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비록 이 여름에 긴 팔 와이셔츠에 긴 정장 바지에 넥타이까지 하고 손에는 자켓까지 들고 있어서 벌써부터 땀이 등줄기에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지지만 말이다.
약속 장소에 가까워 졌을 때 당신은 먼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키고 손에 들었던 자켓을 입었다. 약속 장소에 해골이 먼저 와 있었다.
공적인 사유는 당신만 인지했던 모양인지 위아래로 제대로 회사원 차림으로 나타난 당신과는 달리 해골은 나름대로 잔뜩 꾸민 차림이었다. 매번 누구 말마따나 아버지 양복을 빌려입은 것마냥 헐렁한 정장이나 입고 다니던 해골 괴물이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 자체만으로도 놀라웠건만 저 옷차림은 어떤 의미로든 대단했다.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정장은 벌써부터 머리 위에서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을 생각했을 때 금방이라도 쪄 죽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고 거기에 강렬한 빨간색 셔츠와 노란색과 검은색이 섞인 스트라이프 넥타이가 더해지자 소위 말하는 나이트 삐끼룩이 탄생했던 것이다.
첫인상을 보자마자 이마만 짚었던 것은 나름대로 당신이 최대한 순화해서 저 옷차림을 비난한 것이었다. 그대로 가던 걸음을 뒤로 돌려 왔던 길을 돌아가고 싶단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지만 당신은 끝내주는 의지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해골이 당신을 발견하기까진 몇 초의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날이 더워서라는 이유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 것이 분명한 홍조가 해골의 볼 위로 떠올랐다. 당신은 당신을 향해 걸어오는 해골을 보며 정말로 이 황금휴일의 첫날을 그와 보내게 될 것이란 것이 악몽이 아닌 실제로 일어난 현실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좋은 예상은 빗나가고 나쁜 예상은 꼭 들어맞는다는 것은 어떤 법칙인 것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당신이 해골이 하는 말의 거의 전부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 브런치를 해치운 뒤 당신의 맞은편 자리에 앉은 해골괴물은 꽤나 수줍은 인상으로 후식으로 나온 커피잔을 만지작대며 이번에 보고 싶었던 영화가 개봉을 했는데 혹시 같이 봐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 보고 또 밥 먹고 술 마시고 그대로 홈런으로 가는 공식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미래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항문과 관련된 병이 순식간에 당신의 뇌리를 스쳤다. 머리는 일찌감치 노를 외치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오늘의 당신은 그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서라면 정말로 그의 뒷구멍이 헐도록 핥아주어야 했기에 당신의 입에선 벌써부터 예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해골이 했던 '보고 싶었던' 영화라는 것은 그저 핑계였다. 영화관에 가서는 어떤 영화를 봐야하나 땀까지 뻘뻘 흘리면서 당신의 눈치를 보며 고민하던 해골이 선택한 영화는 곧장 상영되는 영화였다. 여름에 맞춰 나온 공포영화. 생긴 것은 영화의 주연으로 나와야 할 해골 괴물이 영화관에 들어가고서 하는 모양은 딱히 웃기지도 않았다. 당신이 보게 된 영화는 조잡하게 깜짝 놀라게 만드는 류의 영화였는데, 해골 괴물은 그런 것에 약한 것인지 갑자기 귀신이 등장하는 씬마다 몸을 들썩댔다. B급도 안될 공포영화의 어디가 무섭다는 것인지 당신은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꺅, 오빠 무서워!' 식으로 당신의 팔을 잡는다던가 하는 일이 없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영화관을 나올 때는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시간대였다. 음식값은 당신에게 얻어 먹으면 자기가 곤란해 질 수 있다며 딱 잘라 말한 해골 때문에 당신의 몫이 되지 못했고, 영화값은 자기가 보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도 또 당신의 몫이 되지 못했기에 여태까지 당신은 당초에 샌즈 부장에게 대접하겠다 만나자했던 목적에서 아직 대접의 'ㄷ'자도 달성하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당신은 아무런 대가도 없이 누군가를 이용한다든가 하는 비열한 짓은 지양하는 성격이었기에 이대로 해골에게 회사일만 덜렁 말하고 자리를 뜨는 짓을 하지 못하고 여태껏 끌려다닌 것이었다. 당신이 해골을 시원한 카페로 유도한 것은 당신의 그 성격 때문이었다. 무슨 부탁을 하려면 작은 것이라도 주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샌즈 부장이 당신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와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그에게 부탁을 한단 것은 정말로 창남짓과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점점 데이트 코스같아진단 생각을 애써 지우며 억지로 커피를 계산하고 자리로 돌아오던 당신은 자리에 앉아 당신이 오는 것을 바라보는 해골의 눈빛과 마주치곤 그 어느 때보다 걸음을 돌리고 싶다 생각했다.
누군가가 괴물이든 게이이든 딱히 당신은 그들에게 혐오감을 가지지 않았다. 괴물이 풀려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괴물과 인간을 나눠서 생각하겠는가. 거기다 누가 게이건 레즈건 저 좋다는데 당신이 왈가왈부할 하등의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그 좋다는 대상이 당신이 된다면 이야기는 당연하게도 달라진다.
솔직히 여자가 좋아했다 하더라도 당신의 취향에 전혀 맞지 않는 여자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따라다닌다면 당신은 이렇게 혐오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것이었다'가 아니고 '했다'였다. 상대만 바뀌었을뿐인 이 상황이 당신은 지독히도 싫었다.
절로 여태껏 억지로 추켜 올렸던 입꼬리가 내려갔다.
"무, 무슨 일 있어?"
자리에 돌아가기 무섭게 해골이 당신에게 물었다. 뒤늦게 당신은 웃음을 지으며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골은 꽤나 걱정하는 얼굴로 당신에게 다시금 괜찮으냐고 물었다. 괜찮지 않게 하는 사람이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만큼 얄궂은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한 번 금이 간 가면에 다시금 금이 더해졌다. 그렇지만 아직 부서지지 않았기에 당신의 가면이 벗겨지는 일은 없었다.
"괜찮습니다. …아까봤던 영화가 생각이 나서요."
"아, 그, 그래?"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해골은 곧바로 영화가 괜찮았느냐고 물으며 당신에게 말을 붙이기 바빠 그걸 신경쓸 겨를이 없는 것 같았다. 그 노력하는 모습이 오히려 당신의 불쾌감을 드높여주었다.
당신은 이를 꾹 악물곤 이를 드러내며 웃고나선 성심성의껏 해골에게 말을 붙였다.
"공포 영화 좋아하십니까?"
"아, 안… 응. 조, 좋아하지. 너, 넌 별로 안 좋아해?"
"아뇨, 좋아합니다. 부장님 덕분에 좋은 영화를 알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아, 아니, 뭘……."
오늘 하루 중 가장 부끄러워하는 얼굴을 하며 해골이 히쭉였다. 당신은 따라서 얕게 미소지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당신이 한 말의 주어를 영화가 아닌 자신을 대입한 것 같아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지만.
"그건 그렇고… 원래 오늘 하시려던 일이 있으셨을텐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니… 아, 아무것도 안하려고 했어."
"아무것도요?"
"어… 아니, 아무것도는 아니고… 그, 빨래나… 청소나……."
"아, 그러고보니 부장님은 사장님이랑 같이 사신다고 했죠?"
"어, 어어… 응."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살며시 내리깔며 배실배실 웃는 것은 예전에 저가 했던 말을 기억해줘 기뻐서라는 것쯤은 당신이 눈 앞의 사람보다 눈치가 100배쯤 없더라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당신은 복잡해지는 심경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곧 다시 그의 기분을 맞춰주기위해 노력했다.(딱히 노력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형제라도 직장상사인데 집에서 같이 지내시는데 별로 지장은 없으신가요?"
"…파피루스?"
오늘 하루 중 처음으로 해골은 눈구멍을 크게 찌푸리고 싫은 얼굴을 했다. 실수라도 했는 것인가라고 당신은 순간 생각했고, 그건 옳았다. 해골은 순식간에 자신의 동생이자 사장을 욕하기 시작했다. 제법 질이 나쁜 욕설까지 내뱉어가며 험악하게 그는 동생과 있었던 일화를 쏟아냈지만 당신이 듣기엔 그저 어조가 험할 뿐, 평범한 형제끼리의 싸움 정도였다. 평범한 형제라면 우애좋은 형제가 아닌, 역시 치고박고 싸우는 형제니까.
해골이 동생의 욕을 실컷 떠들어대는 사이에 카페의 종업원이 다가와 테이블에 주문한 음료를 내려놓았다. 당신이 해골이 주문했던 음료를 그의 앞에 놓자 해골은 하던 말을 멈추고 당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깜짝 놀란듯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붉혔다. 고개를 푹 숙였던 해골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음료를 한 모금 마시던 당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도, 동생이랑 오늘 아침에… 자, 잠깐 싸워서……. 워, 원래는 동생이랑 잘 다, 다녀……."
분명 거짓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옆구리 살짝 찌른 정도로 저렇게 신랄하게 욕을 하진 않겠지. 하지만 당신은 당신에게 잘 보이려고 거짓말을 하는 해골에게 기꺼이 속아주기로 했다. 당신은 웃으며 당신은 형제는 없지만 주변의 형제가 있는 친구들도 다들 형제와 싸우고 형제의 뒷담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러고선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잘 놀러다닌단 말도 덧붙였다. 많이 싸우는 형제야 말로 좋은 형제이고 오히려 서로에게 관심도 없으면 싸우지도 않는다는 말은 덤이었다. 당신의 말에도 한동안 해골은 부끄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결국 당신이 주제를 바꾸고 한참을 당신 혼자서 떠들고 나서야 해골은 음료를 홀짝 대며 겨우 민망함을 지워낼 수 있었다.
몇 번의 주제가 바뀌고 나선 직장인이 제일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주제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딱히 당신이 먼저 운을 뗀 것은 아니었다. 한참을 떠들어 입술이 마른 당신이 음료를 다시 한 모금 들이킬 때 샌즈 부장이 요즘 일이 많이 힘들지는 않느냐며 물어본 것이다.
"사실 어제, 조금 마음에 걸렸는데… 너, 네가 저, 전화…를 해줘서 좋았어. …마, 많이 힘들어?"
음료잔을 꼭 쥔 양손이 쉴새없이 꼼지락댔다. 당신은 절로 그 뼈뿐인 손가락에 시선을 빼앗겼다, 조금 틈을 주고 낮은 어조로 말했다. 사실 이번에 당신네 회사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동안 야근을 했노라고. 자연스레 집중한 샌즈 부장이 걱정어린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아직 입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일이 서투른데 하필이면 우리쪽 회사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회사와의 거래를 당신이 있는 부서에서 맡게 되어 더 긴장했다고 말했다. 해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에게 격려를 해주다 슬그머니 다른 말을 이었다.
"나, 나한테 이야기 했으면 그렇게 고생 아, 안해도 됐을텐데……."
기다렸던 말이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을지언정 당신은 쐐기를 박기위해 유감이라는 표정으로 어떻게 부장님께 그런 부탁을 드리겠냐고 말했다. 그러자 해골은 당장에 대답했다.
"네, 네 부탁이면 뭐든 다 들어줬을 거야."
그건 하루동안의 고생이 끝나는 소리인 것과 동시에 당신의 기분이 바닥을 치는 소리였다.
올리고 3편 분량을 보니 1편 2편에 비해서 존나 적게 보인다.. 그러니 좀 더 적고 3편 올림
부디 더 적어주세요
펠샌 진심 멍멍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