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도시로 떠나는 교단 선배님께
대법원이 “현직교사도 타지역 임용시험 응시가 가능하다”고 판결한 이후, 선배님께선 농어촌을 등진 채 도회지로 나갈 준비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제 귀를 의심하고 싶었지만, 사실이라 하더군요. 교육이 학교의 담을 넘어 들어갈 때, 앞에서 말씀드렸던 ‘인간’은 ‘아이들’이 됩니다. 선배님도 아이들을 위한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 한번쯤 해보셨지요 그런데 선배님의 ‘그 아이’는 제가 생각하는 아이와 다른 아이인가 봅니다. 왜냐고요 그 다짐이 거짓이 아니었다면, 도회지로의 ‘입성’을 준비하시는 선배님에게 ‘그 아이’는 곧 ‘도회지의 아이’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배님의 말씀처럼 교사는 성직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저에겐 감히 선배님께 오직 아이들만을 위해 헌신하라고 요구할 자격이나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교사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직업’이 아니란 것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만약 풍요로운 삶을 구하고자 하셨다면 다른 직업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교사는 안정적이므로 다른 직업이 더 낫다는 제 말은 그른 걸까요 다른 분들도 선배님과 같은 생각인가요 그렇다면 선배님께선 왜 그 점을 자신 있게 말씀하시지 못하는 것일까요 훗날, 이런 저도 도회지로 가려 할지 모르겠습니다. 혹 그렇게 된다면, 저의 처지는 아마도 선배님 이야기를 근거 삼아 합리화되겠지요. 너무도 두렵고 걱정되는 일입니다.

선배님, 교육은 도회지와 농촌 양쪽의 아이들에게 ‘똑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선배님께서 농어촌을 떠나는 것은 명명백백한 ‘직무유기’입니다. 절반의 아이들을 포기하는 것이니까요. 안 그래도 우리 농촌은 신자유주의의 광풍을 탄 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의제 등으로 파탄에 이를 지경입니다. 수입이 도회지의 ‘절반’ 이하로 줄었으니, 교육 혜택도 ‘절반’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교육은 희망이라고 가르치던 교사마저도 농촌 아이들을 주변으로 내모는 일에 거들고 나서야 할까요 단언컨대, 지금 가시는 ‘그 길’은 교육이 ‘죽는 길’임에 틀림없습니다. 어서 발걸음을 돌리셔야 하는데도 끝까지 가던 길 재촉하시는 선배님! 제가 부끄럽습니다.

박용준/경인교대 미술교육과




[한겨레]좋은 교사가 될 후배님께
대법원의 현직교사 임용시험 허용 발표가 있은 뒤, 농어촌의 교사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꽤 많은 교사들이 가정 형편이나 자녀 교육 문제로 주말부부로 지내는 실정이니까요. 제가 근무하는 곳에서 타시도 내신을 낸 분이 계십니다. 그분들 개인에게는 아주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다시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희망을 말하겠다고 하고서 다른 말만 하였군요. 다만, 그분들 처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물질 만능주의에서 교사만이 자유롭지는 못하니까요.

후배님, 제가 부안에 있다고 하니까 조금 이상하지 않았나요 예, 저는 지난해에 부안으로 타시도 전입하였습니다. 한 학급에 50명 가까이 되던 인천과는 달리, 지금은 6명밖에 안 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6학급에 전교생 70명인 작은 학교랍니다. 지난해는 몇 해 안 되는 교직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한 해였어요. 도시의 큰 학교보다 이 작은 학교가 저는 정말 좋습니다.

제가 시골로 내려가게 된 건 한 선배의 영향을 받아서지요. 지금 그 선배도 강원도 골짜기로 옮겨갔습니다. 또, 제가 마음을 굳게 먹고 내신을 신청한 것은 〈우리교육〉에 실린, 서울에서 강원도로 옮기신 선생님의 글 한 편이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었지요. “그 수많은 공문과 열악한 교육환경을 감수하고도, 내가 교사로 설 수 있게 하는 시골 작은 학교가 좋다”는 그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었답니다. 그 말씀만큼 저는 지난해 내내 행복했습니다.

이곳 부안에는 여기서 뿌리를 내리며 살겠다고 하시는 선생님들이 꽤 계십니다. 저도 그분들과 함께 부안에 정착할 생각입니다. 교대에 들어오면서, 들어와서 시골 작은 학교 선생님을 꿈꾸지 않은 교사는 없을 거예요. 굳이 도종환님의 시를 예로 들지 않아도 가장 낮은 곳에서 목마른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그 아이들,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그 아이들을 찾아가는 선생님들이 많답니다. 이제 후배님께서 졸업을 하고 나오시면, 또 한 분의 선생님이 그 아이들을 찾아가겠지요.

하지만, 지금의 농어촌 교육 문제는 단순히 교사 부족에 있는 게 아닙니다. 그분들이 지금 당장 농어촌을 떠나지 않으신다고 해도 그것은 땜질 처방일 뿐이에요. 교사의 처우 개선보다도 긍지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후배님의 서운한 마음은 잘 알지만, 무조건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자칫 문제를 교사 집단으로 한정시킬 수 있습니다.

후배님, 지금의 교육 현실을 바꾸기 위한 고민도 함께 합시다.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어도 교육은 ‘온전’하게 다 받을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말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들이 도시, 농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겠습니다.

언제, 부안에 놀러 오세요. 핵폐기장 때문에 더 유명해지긴 했지만, 부안은 아주 축복받은 고장이랍니다. 부안의 넉넉함을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작고 예쁜 우리 학교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오명연/전북 부안 상서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