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교육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2013년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1만2625명. 이를 전공별로 나눠 보면 118개의 학과 중 1위는 의학(1140명), 2위는 경영학(934명), 3위는 생명과학(613명), 4위는 전자공학(392명)이 차지했다. 사회적 수요가 많은 전공들이다. 그렇다면 5위는 어디일까? 교육학으로, 한 해 동안 387명이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사 자료를 보면 인문·사회·교육 계열의 43개 학과 중 경영학과에 이어서 2위다. 여기에서 교육학은 유아교육, 특수교육, 초등교육, 중등교육 등을 제외한 교육학 일반 전공만을 가리킨다. 교육학 일반은 교육행정, 교육공학, 교육상담 등 104개의 세부 전공을 포함한다.
   
   2013년 한 해 박사학위 취득자 30명 중 한 명은 교육학 일반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가히 교육학 박사 천국이라 할 만하다. 서강대학교 이모 교수는 주간조선에 “교육학은 교육방법론이자 교육 원리에 관한 학문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수요가 많을 수 없는 분야”라면서 “교육학 박사가 많은 것은 한국에만 있는 기현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서울대학교 산하 한 연구소에서 일하는 박모 연구원. 그는 한국에 차고 넘치는 교육학 박사들을 볼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나는 죽어라 공부해서 10년 만에 교육학 박사학위를 땄는데, 한국에서는 너도나도 교육학 박사라고 한다. 교육학 박사가 많은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교육학 박사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1989년 44명에 불과했던 교육학 박사는 25년간 10배 가까이 늘었다. 다른 과목과 비교해도 교육학 박사의 증가율은 높다. 1989년과 2013년 박사학위 취득자 수를 비교해 보면 국어국문학과는 130명에서 210명으로 1.6배, 경영학과는 115명에서 934명으로 8.1배, 경제학과는 46명에서 92명으로 2배, 생물학은 53명에서 258명으로 4.9배, 화학공학은 51명에서 182명으로 3.6배 늘었다.
   


현재 교육계는 대학 정원과 교육대학원을 감축하는 분위기지만 교육학 박사는 예외다. 그간 교육대학에서는 석사학위를 주는 교육대학원만 운영할 수 있었지만 올해 서울교대와 경인교대에 박사과정을 신설했다. 일반 4년제 대학의 교육학 박사과정에 이어 교육대학에도 박사과정 배출의 길이 열린 것이다.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더욱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정원 축소가 일반적인 교육계 전반의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지난 1월 28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서 2022년까지 대학 정원 16만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기마다 대학을 평가해 2회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을 경우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대학원도 점점 줄이고 있다. 교육부 교원복지연수과 강경탁 사무관은 주간조선에 “현재 교육대학원을 점점 줄이고 있다. 교직 임용 인원에 비해 경쟁률이 치열해 국가인력관리 차원에서 교육대학원의 교원 양성 기능을 줄여나가고 있다. 대신 교사들의 재교육 위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학 박사가 많은 이유는 뭘까. 첫째, 교육학과는 다른 학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사학위 취득이 용이한 측면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외국의 경우 교육학 박사는 Ph.D와 Ed.D 두 가지가 엄격히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Ph.D는 순수 학문 분야의 박사이고, Ed.D는 교육 전문가로서의 박사다. 전자가 후자에 비해 취득이 까다롭다는 인식이 일반적인데, 국내에서는 이 두 가지가 혼용돼 쓰인다. 학교에 따라 Ed.D로만 표기하기도 하고, Ph.D로 일률적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산하 연구소 박모 연구원은 “이 둘을 엄격하게 분리할 필요가 있다. 한때 분리하려 시도했으나 Ed.D로 박사학위를 받은 교육학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육학 박사가 많은 현상은 교육학 석사를 배출하는 교육대학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내 특수대학원은 모두 312개인데 그중 교육대학원이 132개로 전체의 42.3%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다.(2009년 기준) 경영대학원(48개), 산업대학원(39개), 사회복지대학원(34개) 등이 뒤를 이었다. 교육대학원의 문이 넓으니 교육학 박사의 잠재적 후보인 교육학 석사가 많이 배출되는 것이다.
   
   둘째, 승진을 염두에 둔 교사들이 교육학 박사를 선호하는 이유도 크다. 교육학 박사 과정생 중에는 현직 교사나 휴직 교사가 많다. 교육대학원 석사를 하거나 석사 졸업 후 박사를 하면 교사들에게 각각 가산점이 부여돼 한 호봉이 올라가고 장학사나 교장 등으로 진출이 용이해진다. 서울 경성고등학교의 신모 교사는 “교육대학원에 입학하는 교사들은 다수가 승진이라는 당근을 염두에 둔다. 장학사나 교장 등을 목표로 한 교사들이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며 “물론 순수 학문 연구 목적으로 박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산점 제도가 없다면 제고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셋째, 교육 관련 기관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것과 관계 깊다. 교육학과 박사과정생 사이에서는 “공부보다 일을 많이 시킨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서강대 이모 교수는 “대학 교수가 연구 프로젝트를 따 오면 동료 교수가 지원하고, 박사과정의 연구조원(리서치 어시스턴트)이 돕는다. 연구기관이 증가할수록 연구과제가 늘고, 연구를 도울 교육 분야 박사과정생이 필요하다. 쓰고 나서 넘쳐나는 박사들의 수요 충당을 위해 점점 교육 관련 기관이 늘어나는 것이다”라면서 교육기관 증가 이유를 함께 설명했다. 박사급 연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육학 박사가 늘고, 늘어나는 교육학 박사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관련 교육기관이 양산된다는 얘기다.
   
   영재교육원과 평생교육원이 각 대학 및 지자체에 문어발처럼 늘어나는 현상도 교육학 박사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2000년대부터 대학을 중심으로 하나둘 늘기 시작한 영재교육원은 대학마다 구청마다 경쟁적으로 들어서는 추세다. 서강대 이모 교수는 “평생교육원과 영재교육원은 교육학 전공자와 대학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경우”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평준화 교육에 신물 난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키운다는 영재교육원의 취지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알맹이를 보면 그렇지 않다. 나 역시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에서 중학생을 가르쳐 봤는데 수업이 잘 안 된다. 절반은 전문용어라 학생들이 알아듣지 못하더라. 영재를 뽑기 위해 영재교육원이 생긴 것인지, 영재교육원을 두기 위해 영재를 뽑는 것인지 모르겠다.”
   

▲ 서울 소재 대학의 졸업식 현장. 교육학 박사는 지난 25년간 10배 가까이 늘었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교육 관련 연구 기관은 한국교육개발원(이하 개발원)이 거의 유일했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직업능력원’이 생겼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교육부의 직속기관이었다가 1998년에 정식으로 발족한 정부출연 기관이다. 교과서를 비롯한 학습 자료 연구 개발을 담당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관장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국무총리 산하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직업교육훈련 관련 정책을 연구 개발하고, 최근 핫이슈 중 하나인 중학생의 자율학기제에 관한 연구도 담당한다. 기존 연구기관의 기능을 쪼개 독립하는 과정에서 몸집을 부풀리고, 기관 내 부서를 쪼개는 식으로 점점 교육 관련 연구원들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이 외에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교육진흥연구소, 한국교육개발진흥원, 한국교육평가원, 한국교육정보진흥원,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등 이름이 엇비슷한 교육 관련 기관들이 양산되고 있다. 교육학 연구자들이 많다 보니 교육 관련 학회와 학회지 수 역시 눈에 띄게 많다. 교육 분야 학회는 212개로 전 분야 통틀어 1위다. 2위인 법학 관련 학회(122개)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3위는 역사학회(111개), 4위는 경영학회(104개)가 뒤를 이었다. 학술지도 교육학 관련 학술지가 115종으로 가장 많다. 2위로는 사회과학(98종), 3위는 역사학(90종)이 많았다.
   
   경성고 신모 교사는 교육 관련 기관들의 기능 중복을 지적한다. 그는 “교육 연구 제안서를 한번 만들어 놓으면 제출할 데가 많다. 엇비슷한 기능을 가진 교육 연구기관들이 많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심사위원으로 갔을 때에도 비슷한 걸 느꼈다. 연구기관은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한양대 배모 교수는 한국의 교육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현상을 교육 연구기관의 증가와 관련해 설명한다. “교육 연구기관이 증가하면 당연히 연구 과제가 늘어난다. 국민의 혈세를 들인 연구가 사장되면 아깝지 않나. 교육 정책과 현장에 써 먹어야지. 교육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