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온다. 그냥 방학이고, 운동하고 왔더니 심심해서 쓰는 글.
그냥 생각의 흐름이고 하고 싶었던 말, 마음에 있었던 말을 쓰는거라 무척 중구난방일 것임
길어서 안 읽는 사람도 있을테고, 또 보고 니가 뭔데 이런 글을 쓰냐고 묻는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나는 고3 현역때 서울교대 정시로 지원했다가 예비받고 떨어졌고,
그게 아쉬워서 재수했다가 국어가 4등급이 떠서 결국 지방교대에 입학했다.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국어를 제외하면 수학에서만 1개를 틀려서 더욱 억울하고 견딜 수 없었다.
국어만, 국어만 잘했다면 달라졌을텐데. 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게 너무 마음에 걸리고 자존심 상하고 해서 결국 교대 1학기를 다니다가 2학기때 무휴학으로 반수를 시작했다.
솔직히 한편으로는 서울에서의 4년 대학생활이라는 메리트도 빠뜨릴 수 없는 이유긴 했다.
1학기 때는 그냥 마음놓고 동기들이랑 어울리고, 마음에 맞는 얘들이랑 친해지고, 모임에 대부분은 참가하고, 수업 열심히 듣고 시험공부랑 과제도 열심히 하면서 지냈다.
종강하자마자 수능공부를 시작했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국어는 2등급 후반이었다.
하필면 서울교대 1차컷은 작년에 (문과의 경우) 전체에서 3문제 틀린 정도였고, 나는 다시 돌아왔다.
1. 교대 생활은 사실 무척 바쁘다.
막 이해가 잘 안되고 미친듯이 어렵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대부분의 강의 자체가 (중간), 기말, 개인과제(들), 팀플과제(들), 보고서 등으로 이루어져 있기때문이다.
단순하게 중간기말 이론시험만 보는 과목은 정말 별로 없다.
다행인 점이라면 과목이 다양해서 질리진 않는다.
2. 교대생은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말은 편견인 거 같다.
과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긴한데, 대부분 평생을 하라는 대로 공부하고, 꼼꼼하게 내신준비하고 성실하게 공부했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그런 습관이 박혀있다.
수업분위기는 정말 좋다.
3. 교대의 폐쇄성에 대해서.
확실히 교대는 폐쇄적이다. 특히 지방교대는 더욱더 폐쇄적일 수 밖에 없는듯.
과가 하나뿐이고, 동기들이 대부분 8학기동안 같이 수업듣고 한 학기마다 꽤 많은 팀플을 하고, 심지어 기숙사까지 살면 인간과 인간이 이리도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것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보면 1학기부터 분위기 안좋아진다 그런 글들 많던데 글쎄? 난 잘 모르겠다.
여자들 수가 일단 훨씬 많으니까 끼리끼리 더 친한얘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 과는 크게 3갈래로 나뉘어서 친한데, 그 3개의 집단이 서로를 배척하기보단 서로서로 친하다.
정말 친한사람들과 덜친한사람, 딱 그 느낌.
물론 우리과가 분위기가 좋은 편이긴 한 것 같다.
사람들도 하나같이 순하고 성실하고 착하다.
4. 교대생들은 못생겼다.
확실히 교대생들은 화장을 많이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도 꽤 있는 편.
남자들도 막 키가 크거나 옷을 신경써 입거나 그런 편은 아니다.
물론 사람은 아름답고 잘생긴 것을 좋아하므로 그렇게 태어났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유전적으로 그렇게 태어났고 평생 공부만해서 꾸미는 법을 잘 모르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학교에 와, 진짜 미쳤다 걸어다니는 소녀시대다 이런 여자들도 많지 않고 진짜 훈남이고 잘생겼다 이런 남자들도 많지 않지만
수수하게 성실한 사람도 나는 좋다.
5. 수업시연과 지도안 작성
1학년때만 해도 정말 앞구르고 피아노치고 단소불고 몸으로 때운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돌아오니까 뭐 하나 배운게 없는데 그냥 알아서 교육이론과 수업모형에 알맞게 몇학년 지도안을 작성하고 지도안대로 수업시연하라니. 정말로 소를 밖에 풀어놓았으니 알아서 잡아 구워먹으라는 느낌이었다. 특히 과학.. 극혐.... 순환모형 poe모형 너무 힘들었다. 다신 보고싶지 않았는데 당장 내년에 또 본다네?
확실히, 교대에는 교갤에서 말하는 몇몇 단점이 있는 건 사실일지도 모른다.
작년부터 절반으로 줄어든 임용티오도 걱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대에 입학하면 '여유' 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시간 걱정을 하지 않고 찾아가는 여유, 성적을 위해서만 발버둥 치는 공부가 아닌 정말 자기 자신의 지적 유희와 성장을 위한 느긋한 공부.
학점이 임고와 직결되지 않기 때문에 학교 공부는 결국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한 공부가 된다.
00회사를 가기위해 A를 받아야해! 가 아니라
그냥 A를 받고 싶다, 가 되는 것이다.
과제와 시험으로 버무려져 있는 교대 특성상 중간고사기간부터 종강까지 논스톱으로 바쁘지만 그 중간중간 친구나 동기와 맥주한캔, 피자한판 시켜서 노닥거리는 즐거움도 있다.
방학 역시 꼭 해야만 하는 공부가 한국사3급 이외엔 없기 때문에,
대부분 알바, 여행, 독서, 운동, 자기계발을 위한 자격증공부를 한다.
물론 방학때 교육봉사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리 많지는 않고 대부분 학기중에 꾸준히 정기적으로 하는 친구들이 더 많다.
교대 생활은 참 빠르다. 대학생활 자체가 참 빠른 것 같다. 겨우 한 학기에 4개월 밖에 안한다.
물론 학기중엔 죽어라 종강만 기다리지만..
1학년때에는 신입생 기분을 내면서 흥청망청 지내다보면 실습이 다가오고, 그러고서 기말을 갑자기 보더니 종강을 했다.
2학년은 1학년보다 이론 공부가 많고 수업지도안이나 실연이 조금더 포함되어 있어 이 역시 금방 지나간다.
3학년는 뭐 말할것도 없이 가장 할게 많다. 늘상하는 게 지도안짜고 실연하고 팀플이 그렇게도 많다고.
그렇게 3학년 종강을 하면 12월 말이다.
짧게 쉬었다가 1월부터 바로 임고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엔 사실 대학이 다인줄 알았다. 서울교대가 아닌 지방교대 입학이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물론 나는 아직도 기회가 된다면 다른 교대를 가고 싶지만 선배들 말도 듣고, 나름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하면서 찾아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대학이 끝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미 다시 할 수 없는 것에 이제 더이상 미련갖지 말고 지금 주어진 것에 충실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영어공부나 학점관리.
임고를 열심히, 고3때 처럼 다시 한 번 열심히 하면 누가 아는가, 한 번의 기회가 다시 주어질지.
응 다음 설경 임용 지원자
ㄴ진짜 4학년때 서울 생각하고 공부해보려고 함
교갤에서 본 존나 공감가는 현실성 있는 이야기네ㅋㅋ 나도 재작년 수능때 영어 한과목 미끄러져서 지금 2학년임 1년반동안 조금씩 준비했는데 이번 2학기에 무휴학으로 수의대준비 제대로 해보고 수능쳐보려고함. 무휴학 팁이랑 시험치고나서 과에 돌아와서 행동하는 팁좀
개추야 - dc App
183.106: 결과적으로 점수가 잘 안나온 건 똑같아도 한 과목만 확 미끌어진 건 정말 미련이 더 크게 남는 것 같다. 무휴학 팁..이 정확히 뭘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안나오고 F받는거 말하는거 맞지? 일단 무휴학 갔다오면 2-2학기 학점을 3학년~4학년1학기전까지 다 채워놓아햐 한다. 근데 학기마다 들을수있는 학점이 제한되어 있으니까 3학년까지 다 못끝내고, 내 경우는 4학년 1학기때 21학점 들어야 한다.. 생각하니 숨막히네
183.106: 돌아와서 하는 팁도 뭐라 해줄 말이 별로 없는 것 같아 미안하다. 난 반수전에 친한 친구들한테만 얘기했고, 다같이 수업듣는 작은 교대 특성상 개강하고 얼마안되서 수업때 안나오니까 당연히 반수하는 거 과동기들이 다 알았다고 한다. 교수님이 계속 출석불러서 과대가 애먹었다고함ㅋㅋ 학교 친한친구들이랑은 수능끝나고 12월에 학교로 내려가서 만나고.. 종종 연락하고 방학때 한 번 더 만났나? 기억이 잘 안나네. 원래부터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연락하고 싶던 얘들이었기도 했고. 개강하기 전에 그냥 단톡에 다시 돌아오게 됐다고 하고 첫날 수업들으러 갔더니 다 아는척하고 반갑게 인사해주더라. 어깨 툭 치고 가는 얘들도 있고.. 지방교대 자체가 여기 자체가 처음부터 목표였던 사람은 거의 없
183.106: 없어서 반수를 딱히 기분나쁘게 생각하는 사람은없는 것 같다. 다들 돌아돌아 온 사람들이고, 현역으로 온 20살 친구들도 자신이 버리고 온 서울지역 높은 일반대라거나... 미련이 없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리고 다들 착해서 반수한다고 욕하고 그럴 사람은 없다고 생각함. 만에하나 그런 사람 있다면 걔가 이상한거니 신경안써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돌아와서 1학기때 하던대로 수업열심히 듣고, 하라는거 하고, 그러면서 얘들이랑 시시콜콜 쓸데없이 놀기도 하고.. 가끔가다 내 얘기가 나오면 난 그냥 솔직하게 내 생각을 얘기했던 거 같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고. 반수한다니 힘들텐데 힘냈으면 좋겠다. 작년에 영어보니까 우리 시절보다 훨씬 쉬워졌었다. 꼭 좋은결과 있길.
ㄴ 나도 국어만 조지고 다른건 잘 나와서 공감간다 힘내라
ㄴ비슷한 사람이 있었다니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고마워
참고로 poe는 임용에서도 나온다 ㅎㅎ 화이팅
느그 학교는 페미 많냐? 대놓고하는년들
Poe 임용에 나오는구나.. 그때되면 다까먹겠지만 단계 달달외우고 지도안 짠 보람은 있네ㅋㅋ
맥락상 한남같은 단어 쓰면서 남혐증세 있는 페미를 말하는거라면 그런 친구는 아직 직접 본 적이 없다. 근데 여자동기들 대부분 여성인권에 관심있는 편인건 맞아. 그렇다고 난 걔네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우리집도 밥은 주로 엄마가 하고 가부장적인 면이 많았어서 난 저급한 소리 안하는 한 걔네한테 악감정이 생길거같진않다. 얘들 다 성실하고 순둥해.
사실적이면서도 굉장히 낙관적인 관점으로 쓴 글이네 나도 반수 생각중이다 학교가 싫은건 아니다만 더 나은 환경을 가지고 싶다... 근데 교대 특성상 휴학하고 반수하면 그냥 틀어져버리지않음?
국어만 안되는거도 공감가네 ㅜ 국어 재능충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이걸로 오늘 50만 벌었다 bit.zz.am
진짜 멋있다 쓸 데 없는 입결논쟁과 직업 급 나누는 글보단 백배 천배 좋은 글인듯
실습 1학년때도햇음??
선생님 서울 붙으셨나요? 예전 글 검색하다 너무 좋은 글을 봐버렸네 감사해요